[존 리와 함께하는 주식 투자] 신인의무(信認義務) 재정립하자

입력 2018-03-12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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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에 종사한다면 공통적으로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Fiduciary Duty’다. 우리말로는 ‘신인의무(信認義務)’ 또는 ‘수탁의무(受託義務)’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것이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고객의 믿음을 전제한 서비스를 제공한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다면, 그 대가에 대해 본인의 이익보다 고객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철학을 지녀야 한다.

예를 들면, 의사는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것을 그 무엇보다도 우선해야 하고, 변호사는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 싸워야 한다. 마찬가지로 정부 관리(官吏)나 정치인은 국민의 이익 증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우리는 종종 우리의 고객이 누구인지 자신들의 신인의무가 무엇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이러한 당연한 것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때 사회가 혼탁해지고, 사회적 비용의 낭비가 있게 된다.

한국도 과거에 신인의무를 소홀히 여겨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른 적이 있다. 20년 전 맞았던 ‘경제 위기’이다. 많은 국내 기업들의 회계보고서가 부정확했고, 회계법인들의 부실한 감사보고서로 인해 경제위기를 겪었고, 국민들도 엄청난 고통을 받았다. 기업들과 회계법인들이 자신들의 신인의무를 소홀히 한 탓에 막대한 국민 세금이 낭비된 것이다.

과거에 비해 한국은 많은 분야에서 엄청난 발전을 이루어왔다. 정부 기관을 방문하면 공무원들의 친절한 서비스에 감동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분야를 좀 더 확대해 보면 부족한 부분이 드러난다. 특히 교육과 경제 분야에서의 신인의무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학교의 신인의무는 학생들을 경쟁력 있고 훌륭한 인성을 지닌 미래사회의 인력으로 키우는 데에 있다. 그리고 학생들을 행복하게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인식의 부족 때문인지, 잘못된 관행 때문인지 공교육이 사교육에 자리를 내준 지 오래다. 학교 스스로도 학생들의 행복보다는 학교의 명예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학교의 명예가 장래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인재를 키우느냐에 달려 있지 않고 명문대학에 몇 명을 보냈는지, 학생들의 취업률은 얼마나 되는지로 결정되는 것 같다.

한국의 교육시스템이 학생들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뒷받침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고 학생들은 입시 경쟁의 희생양이 되어 방치되고 있다.

또 하나의 분야가 기업의 신인의무이다. 경영진은 주주들로부터 경영권을 위임받은 대가로 모든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해야 할 의무가 있다. 당연히 경영진은 전체 주주들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경영진이 전체 주주의 이익보다는 특정 주주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들을 보게 된다. 경영진이 본질적인 의무를 소홀히 여기고 잘못된 기업문화를 고착화하면 기업가치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많은 손해를 입힌다.

그리고 그 많은 손해비용은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게 된다. 한국의 주식시장과 금융산업이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서는상장기업들과 금융기관들의 신인의무에 대한 철저한 인식이 필요하다.

한국이 앞으로 경쟁력 있는 국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전 분야에서 신인의무를 점검하고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고객이 누구인지 자신들의 신인의무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인식해야 한다. 반복되는 사회 비용을 줄이고 한국이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이 되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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