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는 인공지능 기술은 빅데이터의 활용이 없다면 이뤄질 수 없는데, 우리는 그 중 개인정보에 대한 빅데이터는 관련법 미비로 거의 활용할 수 없는게 현실입니다”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19일 한반도선진화재단에서 주최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인 ‘데이터 이코노미 시대의 법정책적 과제’에서 이같이 말했다.
고 교수는 외국 기업인 페이스북과 구글, 아마존 등과 한국 기업들 간의 빅데이터 활용기술 수준이 큰 격차를 보이는 이유는 기업 규모와 투자규모의 영향도 있지만, 아직 미비한 법적 제도에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를 적절히 활용하면 어떤 이익을 가져오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는 ‘알파고’로 널리 알려진 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의 안과질환 연구다. 고 교수는 “딥마인드가 당뇨로 인한 안과질환 환자의 정보를 영국에서 전 국민의 의료복지를 담당하는 기관인 NHS로부터 받은 덕에 실명 환자들에 대한 연구에 도전하고 있다”며 “이처럼 개인정보의 적절한 활용은 한 기업의 이익에서, 나아가 인류 전체의 진보에도 기여할 수 있는 데도, 한국에서는 법제도의 미비로 아직까지 이와 같은 연구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국 개인정보 관련 법제도의 문제점은 개인정보 보호법의 모호함에 있다고 고 교수는 지적했다. 현행 개인정보 보호법 2조 1항에 따르면 ‘개인정보란 살아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영상 등을 통하여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고 교수는 이 조항의 ‘알아볼 수 있는’이라는 부분의 정의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개인정보를 적법하게 이용하고자 하는 기업 등의 시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한국 기업들도 해외에서처럼 개인정보를 적법하게 활용해 새로운 사업영역을 발굴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형사법의 저촉을 받게 될까 쉽사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애당초 개인정보보호법을 비롯한 관련 법들의 체계가 애매하기 때문에 법적 자문을 받아본다 해도 뚜렷한 해답이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나름대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은 갈길이 멀다는 것이 고 교수의 의견이다.
고 교수는 “작년에 정부에서 개인정보 취급에 대한 범부처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이에 대해 데이터를 사용하려는 기업들은 ‘이정도론 활용이 어렵다’고, 데이터를 보호하는 시민단체들에게는 ‘이정도론 개인정보 침해소지가 크다’고 양쪽 모두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며 “보다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