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왜 맛있는 생맥주가 없을까? 아니, 정정하겠다. 왜 한국에서는 맛있는 생맥주를 먹기 힘들까? 혹자는 맵고 짠맛이 강한 우리나라 음식에 향이 강한 맥주는 어울리지 않아서라고 말했고, 또 다른 이는 ‘소맥’ 문화가 발달한 한국에서 맥주란 저렴하고 탄산이 강한 것을 최고로 치기 때문이라 평했다. 탄산에 집중하다보니 맥주 고유의 풍미는 조금 포기(?)했다는 분석이다.
그래, 이것이 우리나라 생맥주의 한계라면 수입 맥주를 마시자. 하지만 산 넘고 물 건너온 맥주는 더 이상 ‘살아있는(生)’ 맥주가 아니었고, 현지의 그것과도 너무 많은 차이가 있었다.
맥주 마시기 좋은 계절이 가까워질수록 맛있는 생맥주에 대한 나의 욕망은 주체할 수 없이 커져만 간다. 이제 막 발효를 마치고 공장에서 나와 홉과 맥아의 맛이 생생(生生)하게 살아있는 그런 맥주를 마시고 싶다면 정녕 외국을 나가야만 하는 걸까?
그런데 값비싼 비행기표를 사지 않아도 꽤 괜찮은 생맥주를 마실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그것도 생각보다 더 가까이. 지난 4월 코엑스에서 열린 ‘2016 서울 국제와인&주류박람회’에서 하이네켄이 혁신적인 기술을 담은 브루락(BrewLock)을 선보였다.
새로운 드래프트 시스템 브루락은 현재 업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묵직한 철제 케그(keg)를 대체할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이다. 생맥주가 브루어리에서 생산된 후 소비자의 입술과 혀에 닿기까지 어떠한 불순물도 맥주와 접촉하지 못 하도록 한 것이 바로 이번 브루락 기술의 골자다. 덕분에 우리나라에서도 하이네켄 본고장, 암스테르담 양조장의 그 맛 그대로의 하이네켄 생맥주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브루락 기술을 적용한 하이네켄 드래프트를 직접 마셔보기 위해 2016 서울 국제와인&주류박람회를 찾았다. 자, 에디터와 함께 마셔서 떠나는 세계여행을 즐겨보자.
기존의 생맥주는 맥주를 추출하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하지만 브루락 케그는 외부의 원통과 하이네켄 맥주가 들어있는 내부 컨테이너 사이에 공기를 밀어 넣어 맥주가 자연스럽게 추출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조금 더 쉽게 풀어보자. 브루락은 가스를 주입해 인위적으로 맥주를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외부 컨테이너와 유연한 내부 플라스틱 백 사이에 공기를 주입해 맥주를 ‘짜는 것’ 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우리가 여름철에 즐겨 먹는 쭈쭈바와 같은 원리라고 생각하면 쉽다. 덕분에 맥주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외부 요소와도 접촉하지 않기 때문에 네덜란드에서 120년간 유지해온 하이네켄의 맛 그대로를 완벽하게 즐길 수 있다. 한국 생맥주처럼 톡 쏘진 않지만, 훨씬 더 부드럽고 깊은 현지의 맥주 맛이 당신의 혀와 목을 간지럽힌다.
브루락의 장점은 뛰어난 맛 외에도 몇 가지 더 있다. 보통 20L 용량의 생맥주 케그 중 600mL에서 1000mL의 맥주는 미처 추출되지 못 한채 버려진다. 오호, 통재라. 옛말에 술은 단 한 방울도 버리는 것이 아니라고 배웠거늘. 무려 1L나 버려진다니 충격이다. 반면 브루락은 마지막 한 방울의 맥주까지 완벽한 맛으로 추출할 수 있다.
또한 교체가 더 수월한 특수 연결장치를 사용하기 때문에 누구라도 쉽게 생맥주 기계를 다룰 수 있다. 에디터가 대학시절에 했던 치킨집 알바가 머리에 스치운다. 케그가 너무 무겁고 교체하는 방법이 어려워서 케크가 뽀글뽀글 성긴 거품을 뿜으며 맥주가 다 떨어졌다는 신호를 보낼 때마다 에디터는 사장님을 계속 찾았었다. 브루락 케그는 철이 아닌 플라스틱이라 더 가벼우며, 수평으로 뉘여 보관 할 수도 있다. ‘브루락을 수많은 맥주집 사장님과 알바생이 좋아합니다.’
마지막으로 브루락은 다 쓴 케그를 재사용 하지 않는다. 일회용 케그와 일회용 비어라인을 사용하기 때문에 위생적으로 맛있는 맥주를 즐길 수 있다. 한 번 쓰고 버려지면 환경은 어떡하냐고? 100% 재활용 되는 소재를 사용했으니, 다 쓴 케그는 분리수거해서 자연으로 돌려보냅시다.
맥주에 대한 기사를 쓰다 보니 맛있는 맥주 한 모금이 간절하다. 그때 하이네켄 부스에서 마셨던 맥주 맛이 참 좋았는데. 그때 맛을 복기하며 하이네켄을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스타 서브(Star Serve) 5단계를 소개하겠다. 이렇게 마시면 천국의 맛을 느낄 수 있어요.
STEP 0. 하이네켄 잔이 있으면 은혜롭다.
하이네켄 전용잔 바닥에는 마지막 한 모금까지 맥주의 신선함과 부드러움을 유지하기 위해 탄산을 조절하는 미세한 홈이 파여있다. 또한 잔의 앞과 뒤의 아치 모양은 맥주가 회오리치며 완벽한 양의 거품과 탄산이 유지되도록 디자인되어있다. 잔의 입구는 최적의 거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철저하게 계산된 산물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하이네켄 잔 가운데 레드스타는 완벽한 거품의 양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여러분 이것은 잔이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STEP 1. 머리에만 린스하나요? 맥주잔도 린스하세요
본격적으로 맥주를 따르기 전, 전용잔을 차가운 물로 세척해 차갑고 깨끗한 상태로 만들어준다. 잔에 먼지가 붙어 있으면 탄산이 먼지에 찰싹 달라붙어 더 빨리 날아간다.
STEP 2. 맥주를 따라보아요
자 이제 맥주를 따라볼까? 맥주의 거품만 먹는 것을 즐기는 게 아니라면 제발 맥주를 받을 때 잔을 꼿꼿이 세우는 그런 짓은 삼가자. 맥주잔을 45도 각도로 기울여야 거품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렇게 맥주를 따르다가 맥주가 가득 차오르기 시작하는 순간, 잔을 90도로 세운다. 이때가 바로 진짜 거품이 생기는 순간이다.
맥주의 거품은 뚜껑 같은 거다. 거품은 마지막 한 모금까지 맥주의 탄산이 날아가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거품의 양이 너무 많아도 너무 적어도 곤란하다. 가장 맛있는 맥주를 마시기 위한 거품의 양은 손가락 두 개 정도가 적당하다. 여기서 팁은 거품이 살짝 넘칠 정도로 따라야 한다는 것. 이유는 다음 단계에서 알려주겠다.
STEP 3. 거품은 깎아야(Skim) 제 맛
스키머(버터나이프처럼 생겼다)를 45도로 기울여 소복하게 올라온 맥주 거품을 걷어낸다. 이렇게 깎는(skim, 스킴) 과정은 맥주 거품 표면에 막을 형성하고 거품을 단단하게 만들어 맥주의 산화 과정을 늦춘다. 또한 씁쓸한 맛을 내고 위로 뜨는 성질의 나쁜 홉을 제거하는 역할도 한다. 이걸 걷어내야 비로소 진짜 맥주 맛을 즐길 수 있다. 물론, 라거처럼 차갑고 쓴맛이 살아있는 맥주에만 해당되는 방법이다.
STEP 4. 확인해 볼까요?
맥주 거품이 하이네켄 전용잔의 레드 스타 어깨와 수평을 이루는지 매의 눈으로 확인한다.
STEP 5. 즐기자, 맥주 맛을
오래 기다렸다. 이제 마셔보자. 테이블이 더러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하이네켄 코스터(Coaster)와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
이 다섯 가지 과정을 거친 맥주와 그렇지 않은 맥주를 비교해가며 마셔봤다. 그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확연했다. 일단 이 스타 서브의 단계를 거친 맥주의 거품은 잘 만든 카푸치노처럼 곱고 균일했다. 맛도 훨씬 더 깔끔하고 신선하다. 맥주의 맛을 방해하는 나쁜 쓴맛이 사라지고, 오직 몰트의 고소함과 홉의 풍미만이 입안에 감돈다. 평소 마시던 목과 혀를 사정없이 공격하는 톡 쏘는 맛 대신, 이제 막 떨어진 첫눈처럼 신선하고 깔끔한 맛이다. 오히려 조금 김이 빠진 상태에서도 맥주의 풍미는 더욱 생생하게 살아났다. 결국 마지막까지 유지되는 깔끔한 마무리 덕분에 또 다음 잔을 찾게 되는 그런 아름다운 맛이랄까?
아, 그동안 나는 대체 어떤 맥주를 마시고 있었단 말인가. 맛의 차이가 너무나도 확연해서 저 스키머와 하이네켄 잔을 빼앗아서 맥주를 마실 때마다 직원에게 이 과정을 그대로 해달라고 귀찮게 하고 싶을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브루락 케그는 7월부터 전국의 하이네켄을 취급 업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아, 이번 여름은 아무래도 하이네켄 브루락과 함께 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든다. 다시 한 번 말해야겠다. 맥주 마시기 참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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