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자 한성식품 사장은 대한민국 김치명장 1호다. 한국김치협회 초대회장으로 시작해 2대 회장으로 재임 중인 그는 지난 30여년 동안 새로운 김치를 개발·연구하며 김치산업의 활성화와 세계화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김치는 뗄 수 없는 운명 = “김치 사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요? 김치를 무척 사랑하니까요” 1980년대 국내에서 처음으로 김치 사업을 시작했다는 김 사장은 창업 배경을 묻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김 사장은 어린 시절 알레르기가 심해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음식을 잘 못 먹으면 부르터서 괴사될 정도라 부모조차도 자식을 살릴 방법이 없다고 할 정도였다.
그는 “자라면서 김치를 먹게 됐는데 다행히 김치를 먹으면 아무 탈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이 유일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김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김치를 찾고 관심을 갖게 됐다. 그가 김치 사업에 몸 담게 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맛있는 김치를 납품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와서 먹고 한국의 김치가 이렇게 훌륭하다는 것을 알고 가면 우리나라가 많이 알려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애국심에서 김치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태국인도 고수 넣은 겉절이에 ‘최고’ = 소금에 절인 배추에 고춧가루와 젓갈을 넣어 버무린 김치가 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김 사장은 400여 가지 김치 레시피를 보유한 명장답게 문제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그는 “외국 사람들은 김치가 매울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그 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재료를 이용해 취향에 맞춰 만들면 된다”면서 “단 한국 김치라면 꼭 들어가야 하는 몇 가지 재료를 넣은 우리 김치만의 레시피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과거 태국 문화원에서 김치 겉절이로 박수를 받았던 일화를 풀어놨다. “태국에 김치 강의를 하러 갔을 때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겉절이를 담아야 했던 적이 있습니다. 태국 배추는 우리나라 배추와 달리 흐들흐들했고 미나리도 없었죠. 그래서 미나리 대신에 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고수를 넣었습니다. 태국에서 파는 젓갈과 우리나라 새우젓을 넣어서 만들었는데 한 시간 반 동안 서서 그 많은 걸 다 먹더라구요.” 그 자리에 있던 한국 교포들도 “김치에서 이런 맛이 나오는 줄 몰랐다. 너무 맛있다”며 감탄했다고 한다.
◇김치 유전자를 지켜라 = 김치는 조상들로부터 전해 내려온 우리의 역사와 문화인 만큼 잘 간직해서 전통을 기록하고 유지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김 사장의 확고한 신념이다.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인 ‘김장’은 유네스코의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의미 있는 문화로 인정받고 있다. 김 사장의 꿈은 김치전문학교를 세워 전문 인재를 양성하고 전 세계에 한국의 김치를 알리는 것이다.
“우리 고유의 김치 맛을 지켜 세계인들이 어느 곳에 가든 ‘이 김치는 한국 것’이라고 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경제가 활성화되고 위상도 올라갈 수 있고, 이 문화가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탈리아 하면 피자, 코카콜라는 미국이라고 아는 것처럼 김치하면 한국이 떠오르도록 세계인이 어디에서도 다 즐겨먹을 수 있는 식문화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