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권익위원회의 올해 공공기관 청렴도 조사에서 10점 만점에 7.18점을 받아 하위권을 기록한 국세청이 앞서 자체적으로 실시한 조사에선 9.12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김덕중 청장 취임 후 부패 실태 파악 및 청렴도 제고 방안 마련을 위해 벌인 자체조사지만, 올해 권익위 조사 결과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바닥을 치면서 예산만 낭비한 꼴이 됐다.
23일 국세청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6월 여론조사기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조사국 및 산하 세무서에서 업무처리 경험이 있는 민원인 5500여명을 대상으로 청렴도 조사를 벌였다. 이를 위해 552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설문 항목은 업무처리 절차의 투명성, 업무 처리 기한 준수, 세무 공무원의 권한 남용, 부패 직·간접 경험, 청렴도개선 의견 등이었다.
조사 결과는 청렴도 9.12점, 투명성 8.23점으로 나타났다. 권익위의 지난해 조사에서 청렴도 7.02점으로 낙제점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다. 국세청은 당시 ‘자화자찬’ 비판을 우려한 듯 이러한 조사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올해 권익위 조사 결과 발표 후 더욱 모양새를 구기는 상황이 연출되는 건 피한 셈이다.
국세청 자체조사와 권익위 조사 결과 간 차이는 정책고객 참여 여부에서 비롯됐다. 국세청은 ‘국세청 의뢰를 받았다’고 소개하는 여론조사기관을 통해 민원인만을 상대로 조사한 탓에 응답내용의 비밀보장 약속에도 후한 점수를 얻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권익위가 추가 조사하는 정책고객(학회, 출입기자, 국회보좌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은 상대적으로 민원인보다 냉정한 평가를 내리면서 점수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권익위 조사에서 이미 민원인 대상 평가(7.73점)와 정책고객 평가(4.58점) 간 괴리를 확인하고도 올해 자체조사에서 민원인만 대상으로 해, 조사가 요식행위에 그치도록 했다는 비판도 있다.
안창남 강남대학교 세무학과 교수는 “국세청에서 여론조사하는 걸 아는데 국세청 잘못을 말할 민원인이 얼마나 되겠나. 피해를 입을까 우려할 것”이라며 “국세청이 청렴도 개선 방안을 내놓고 싶다면 정책고객의 평가를 아프게 받아들이고 이들의 고언에 귀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