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평균 2041만 원으로, 전년 동기(1800만 원) 대비 241만 원 상승했다.
2022년부터 매년 200만 원 이상 오른 것이다. 3년 연속 200만 원 이상 상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2년 이전에는 1년에 200만 원 이상 오른 적이 없다.
현재 분양가를 3년 전(2021년)과 비교하면 3.3㎡당 평균 736만 원 뛰었다.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 타입 한 채를 기준으로 하면 약 2억5000만 원 뛴 셈이다.
서울은 이 기간 3.3㎡당 2657만 원, 84㎡ 한 채당 9억 원 이상 올랐다. 서울에서 높은 분양가가 책정된 단지가 계속 등장하고 있다.
올 1월 분양한 광진구 ‘포제스한강’은 3.3㎡당 1억3770만 원에 청약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며 역대 최고 분양가를 썼다. 지난달 분양을 마친 강남구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와 송파구 ‘잠실래미안아이파크’의 3.3㎡당 분양가는 6530만 원, 5409만 원으로 서울 평균(4695만 원)보다 각각 39%, 15% 높았다.
26일 1순위 청약 신청을 받는 노원구 ‘서울원 아이파크’의 분양가는 3.3㎡당 4200만~4300만 원대로 책정됐다. 국평 기준 최고 14억1400만 원으로 역대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분양 아파트 중 최고가다. 직전 최고가를 쓴 아파트는 성북구 ‘푸르지오 라디우스 파크’(장위6구역 재개발)다. 이 단지 역시 올해 7월 3.3㎡당 3668만 원에 분양되며 서울 아파트의 연평균 분양가 상승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분양가 오름세는 수도권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경기에선 지난 3년간 3.3㎡당 분양가가 618만 원이 올랐다. 안양과 과천은 ‘준서울’로 불린다. 이달 공급된 안양시 ‘아크로 베스티뉴’ 분양가는 3.3㎡당 평균 4070만 원으로 전용 84㎡ 한 채 최고가가 15억 원이 넘는다.
과천에선 20억 원을 줘도 국평 아파트 한 채를 사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9월 분양한 ‘프레스티어 자이’의 3.3㎡당 분양가는 평균 6275만 원으로 강남권 분양가와 큰 차이가 없다.
내년에도 분양가 상승 흐름은 이어질 전망이다. 공사비 상승세가 지난해보단 잠잠해졌다곤 하지만 여전히 오르고 있어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9월 주거용 건물의 건설공사비지수(잠정)는 129.76으로 전월(128.70) 대비 0.79% 올랐다. 기준(100)을 기록했던 2020년과 비교하면 29.76% 높아졌다.
원자재 가격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조사 결과 2020년 7만5000원이었던 톤(t)당 시멘트는 가격은 올해 11만2000원으로 49% 올랐다. 같은 기간 수도권 레미콘 ㎥당 가격도 41%(6만6300원→9만3700원) 상향 조정됐다.
내년 30가구 이상 민간 아파트에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화 제도와 층간소음 규제가 시행되면 공사비는 더욱 오를 것으로 보인다. 단열과 소음 저감에 효율적인 자재는 비교적 단가가 높고 새 기술에 대한 금전적 투자도 동반돼야 해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물가 상승으로 인한 건설 자재와 인건비 인상은 물론이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축으로 인허가가 줄면서 신규 공급 진도율이 높지 못한 현 상황이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하면 민간 아파트의 분양가 상향을 둘러싼 규제를 할 수가 없어 당분간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가 고공행진에 따른 부작용 우려도 제기된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공사비 이슈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분양가를 높게 잡아도 ‘완판’이 될 만한 현장이 선별적으로 청약시장에 나서다 보니 그래프가 급격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것”이라며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결국 분양 시장의 양극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