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5000억’에 높아진 문턱…“중견·중소 밸류업 의지 위축”[삐걱대는 밸류업지수②]

입력 2024-11-19 07:00 수정 2024-11-19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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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스탁 효과’로 증시 하단 올릴 수 있어”
“‘상속세 부담’ 경영권 승계 중견·중소 주목”

코리아 밸류업 지수 편입 조건에서 ‘의외’라는 시장 반응을 일으킨 대목 중 하나는 ‘시가총액 약 5000억 원 이상’이다. 시총이 5000억 원보다 작아도 주주환원 등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 의지가 있는 기업이 밸류업 지수에서 제외될 수 있어서다.

밸류업 지수는 △시장 대표성 △주주환원 △시장평가 △자본효율성 등 5개 항목을 기준으로 구성 종목을 선정했다. 구체적으로는 시가총액과 거래대금, 유동비율과 수익성, 주주환원, 시장평가, 자본효율성, 밸류업 공시 등을 단계별로 살폈다.

이 중 시장 대표성 충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코스피·코스닥 시총 상위 400위 내 기업’이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을 통틀어 매기는 이 순위에 대해 거래소는 시총이 약 5000억 원이 넘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밸류업 조기 공시기업은 특례 편입 대상으로 분류되는데 이 경우에도 시총 최소 자격요건(시총 상위 700위 이내)은 충족해야 한다.

시총 규모라는 문턱은 기업가치 밸류업 지수 취지를 희미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시장은 본다. 특히 중견·중소기업 기업가치 제고 욕구 자극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거래소는 우량기업부와 벤처기업부 소속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을 중견기업부에 포함한다. 시총 기준으로만 보면 최근 6개월 평균 1000억 원 이상 미달 기업이 이에 해당한다.

금융투자업계는 애당초 기업가치가 저평가돼 시총이 낮을 수 있다는 점, 이런 저평가 기업일수록 밸류업 모멘텀이 클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증권가에서 주목하지 않던 기업의 가치가 부각할 경우, 연기금과 같은 ‘큰 손’을 포함한 투자자들의 자금이 새롭게 발굴된 기업에 유입될 수 있다. ‘히든 스탁 효과(hidden stock effect)’를 발휘할 계기를 밸류업 지수를 포함한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이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경영진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중견·중소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상속세를 내야 하는 차기 경영자는 자산 처분 등을 통한 현금 확보가 불가능할 경우 상속받은 지분을 일부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유동성이 부족한 차기 경영자 지분이 기존 경영자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경영자가 경영권을 강화하고 싶다면, 자사주 처분과 같은 방법을 통해 지분당 가치를 높일 수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미 30%에 달하는 주주환원율을 기록하는 대기업이 많은 상황에서 중견·중소기업의 기업가치 제고는 증시 하단을 밀어 올리는 효과를 낼 수 있다”며 “경영권 승계를 진행하는 중견·중소기업은 오너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자사주를 소각하는 유인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이번 밸류업 지수가 대표지수로서 성격을 지녔으며, 시장 요구에 맞는 세분화한 후속 지수를 개발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밸류업 프로그램 자체가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도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기에 지수에도 이런 방향성이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후속 지수 개발과 관련해 중견·중소기업을 포함한 시장의 여러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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