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IRA 폐기”에 기업들 비상…실제 유불리 따져보니

입력 2024-11-17 13:47 수정 2024-11-1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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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택 줄면 단기적으로 타격
"IRA 의존도 낮추는 전략 마련"

IRA 핵심은 '탈중국'과 美 중심 공급망 재편
전면 폐기 "어렵다" 목소리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전면 폐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오자 미국에 생산시설을 갖추고 IRA 혜택을 누려온 완성차ㆍ배터리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IRA가 중국 공급망에 대한 견제 목적이 강했던 점을 고려하면 단순히 '반-바이든', '반-친환경' 기조에 따라 해당 정책을 전면 폐기하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기업들은 시나리오별 득실을 따지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은 IRA에 근거한 최대 7500달러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유세 기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의무화'를 끝내겠다고 공언해온 만큼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없애는 건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문제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IRA를 어디까지 손질하느냐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메타플랜트 아메리카ㆍHMGMA) 가동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아이오닉 5가 보조금 지원 대상이라 향후 북미 시장 실적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IRA 보조금이 폐지될 경우 판매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캐즘(Chasmㆍ일시적 수요 정체)도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 이미 전기차 보조금을 중단 또는 축소한 유럽의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역성장했다.

현대차그룹은 미 대선 이후 업계에 미칠 영향을 두고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검토 중이다. HMGMA에서는 최대 생산능력의 3분의 1을 하이브리드차로 생산할 수 있는데, 이 비중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

IRA가 폐지되더라도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ㆍ기아는 리스용을 제외한 모든 전기차에 대해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올해 1~9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누적 판매 2위를 기록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IRA 무력화 시에는 100% 보조금을 받고 있는 미국 전기차 업체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진단했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애리조나 공장 조감도 (제공=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미국 애리조나 공장 조감도 (제공=LG에너지솔루션)

관건은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를 비롯한 투자 혜택 폐지 여부다. IRA는 전기차 보조금 외에도 배터리ㆍ신재생 분야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할 경우 일정 부분의 혜택을 제공한다. 미국에 진출한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AMPC를 통해 영업손실을 보전해왔다.

AMPC가 폐지될 경우 배터리 기업들은 예정된 투자를 미루거나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캐즘이 장기화하면서 몇몇 투자 계획을 늦췄다.

삼성SDI는 제너럴모터스(GM)와의 인디애나주 합작 공장의 양산 시점을 당초보다 1년 늦춘 2027년으로 확정했고, LG에너지솔루션도 GM과 미시간주에 짓는 3공장 건설을 잠시 중단했다. SK온과 포드 합작사인 블루오벌SK는 켄터키 2공장의 생산 일정을 2026년 이후로 연기했다.

배터리 업계는 IRA 정책 변화를 예의 주시하며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전기차 산업의 중장기적 성장 가능성에는 변함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IRA 시행 전부터 북미 시장을 핵심 전략 시장으로 삼고 투자를 진행해온 만큼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원가 경쟁력 확보 △공장 운영 효율화 △원료 공급망 다변화 등을 통해 IRA 수익 의존도를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의 리튬 채굴업체 아이어니어가 개발 예정인 미국 네바다주 리튬 광산 (네바다(미국)/AFP연합뉴스)
▲호주의 리튬 채굴업체 아이어니어가 개발 예정인 미국 네바다주 리튬 광산 (네바다(미국)/AFP연합뉴스)

업계에서는 IRA 전면 폐지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해외로 나간 자국 기업을 본국으로 돌아오게 하는 '리쇼어링' 전략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을 배제하고 동맹국과 미국 중심의 공급망을 재편하는 '프렌드쇼어링'의 한 축이기도 하다.

IRA는 해외우려기업(FEOC) 규정을 통해 중국ㆍ러시아ㆍ이란ㆍ북한의 실질적 통제를 받는 기업들이 공급하는 핵심광물이나 배터리 소재를 사용할 경우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IRA가 폐지되면 값싼 중국산 광물과 배터리 부품을 사용해 보조금 없이도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며 "미국 입장에서는 완성차ㆍ배터리 기업들의 중국 의존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전했다.

IRA 투자로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수혜를 본 지역이 대부분 공화당 집권 지역인 데다, 법안을 폐지하려면 의회의 결정이 필요한 만큼 급격한 정책 선회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의 전기차 관련 기업으로 구성된 제로배출교통협회(ZETA)는 1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세금 공제 등이 필요하다"며 IRA 제도 유지를 촉구한 바 있다. 이 단체에는 LG, 파나소닉, 리비안, 테슬라, 루시드 등이 회원으로 속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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