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복도 따라 ‘16인실’ 입원병동…우즈베크 부하라 시립병원 [가보니]

입력 2024-11-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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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비·약값 무료 원칙…의사 270명이지만 “진짜 전문가 없어 고충”

▲7일(현지시간) 방문한 우즈베키스탄 부하라주의 한 공공병원 전경. (한성주 기자 hsj@)
▲7일(현지시간) 방문한 우즈베키스탄 부하라주의 한 공공병원 전경. (한성주 기자 hsj@)

“진짜 의사를 찾기 어려워 고민입니다.”

우즈베키스탄 부하라 시립병원에서 만난 한 의사에게 고충을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이 병원은 최근 정부 지원으로 건물을 증·개축하고 모니터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장비를 새로 들여왔다. 규모 대비 인력도 적지 않아, 근무 중인 의사만 270여 명에 달한다. 쾌적해 보이는 겉모습과 대조적으로, 병원 내부에는 무상의료와 수련체계 부재에 따른 한계도 눈에 들어왔다.

본지는 7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부하라주(州) 부하라 시립병원을 방문해 현지 의료시스템과 병원 운영 현황 등을 들여다봤다. 소련 사회주의 시스템이 잔존하는 우즈베키스탄은 외국인의 공공기관 출입을 엄격히 제한한다. 부하라 현지에 진출해 있는 한국 상원의료재단측 도움으로 병원 관계자들의 동행하에 내부를 살펴볼 수 있었다.

우즈베키스탄은 1991년 구소련 붕괴로 독립한 이후 현재까지 현대화된 의료 인프라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 국민건강보험과 같은 제3자 지불제도가 없으며, 응급환자나 필요에 의한 진료는 원칙적으로 모두 무료다. 최근 주요 도시 지역에는 민간 병원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국립이나 시립 공공병원이 환자 대부분을 수용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방문한 우즈베키스탄 부하라주의 한 공공병원 로비가 조명을 켜지 않아 어두컴컴하다. (한성주 기자 hsj@)
▲7일(현지시간) 방문한 우즈베키스탄 부하라주의 한 공공병원 로비가 조명을 켜지 않아 어두컴컴하다. (한성주 기자 hsj@)

이날 오후 3시께 들어선 병원 내부는 한낮임에도 어두컴컴했다. 전력 수급이 불안정해 필수적인 공간 일부를 제외한 곳의 조명을 켜지 않는다. 병원 바닥에는 초응급 환자 동선은 빨간색, 빠른 진료가 필요한 환자 동선은 노란색, 일반 외래 환자 동선은 초록색 점선으로 표시했다. 어두운 병원 로비와 복도는 환자와 의료진들로 북적였다.

환자복이나 환자 표식이 없어 누가 환자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우즈베키스탄에는 환자복과 환자식 개념이 없다. 입원 환자들도 일상복을 입고, 집에서 가져온 음식을 먹거나 외부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한다.

초응급 환자 동선은 응급수술실로 이어졌다. 수술실 바로 앞은 수술을 하지 않는 응급환자들의 입원 병동이 자리했다. 이 방에는 총 5개의 병상이 있었고, 병원 관계자는 병원 전체에 총 62개의 응급환자 병상이 있다고 했다.

침상 사이에 공간을 구분하는 커튼이나 칸막이는 없었으며, 새 제품으로 보이는 모니터가 눈에 띄었다. 줄리에프 아사마프 부하라 시립병원 부원장은 “국가의 지원금으로 6개월 전에 모니터를 들여놨고, 장비 대부분을 국가가 1년마다 새것으로 교체해 준다”라고 소개했다.

▲7일(현지시간) 방문한 우즈베키스탄 부하라주의 한 공공병원 로비 바닥에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색깔을 구분한 동선 테이프가 붙어있다. (한성주 기자 hsj@)
▲7일(현지시간) 방문한 우즈베키스탄 부하라주의 한 공공병원 로비 바닥에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색깔을 구분한 동선 테이프가 붙어있다. (한성주 기자 hsj@)

전체 4층 건물의 1층에 대부분의 진료실이 모여있다. 응급환자 입원 병동 옆으로 출산실, 내시경실, MRI 촬영실 등이 복도를 따라 이어졌다.

로비 건너편 복도에는 내과, 신경과, 정형외과, 부인과, 컴퓨터단층촬영(CT)실이 들어서 있다. 부하라 시립병원이 운영하는 분과는 총 20개로, 분류 체계는 한국과 차이가 컸다. 소화기내과 의사와 내시경 의사가 별도로 존재하는 식으로 역할이 더욱 세세하게 나뉘어 있다.

국가의 지원으로 최근 증축한 신관에는 ‘심장내과 응급 입원실’이 마련됐다. 우즈베키스탄은 고지혈증과 이에 따른 합병증이 주요 사망 원인으로 꼽힐 정도로 심내혈관질환 환자가 많다. 부하라 시립병원 역시 교통사고로 인한 응급환자 다음으로 심내혈관질환 환자가 많이 찾아온다.

심장내과 응급 입원실에는 한 방에 총 16개의 병상이 놓여있었고, 모든 병상이 환자로 차 있었다. 1층 응급환자 입원 병동과 달리, 병상과 병상 사이에 커튼이 설치돼 있었다. 병원 관계자는 “여성 환자와 남성 환자들이 한 병동에 있어, 공간을 나누기 위해 커튼을 설치했다”라고 말했다.

▲7일(현지시간) 방문한 우즈베키스탄 부하라주의 한 공공병원 ‘심장내과 응급 입원실’에 환자복을 입지 않은 환자 16명이 누워있다. (한성주 기자 hsj@)
▲7일(현지시간) 방문한 우즈베키스탄 부하라주의 한 공공병원 ‘심장내과 응급 입원실’에 환자복을 입지 않은 환자 16명이 누워있다. (한성주 기자 hsj@)

우즈베키스탄은 독특한 응급의료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구급차를 타고 오는 응급 환자는 무조건 공공병원으로 향한다. 공공병원에서 의사를 만나, 치료가 어렵다는 판정을 받아야 민간병원으로 옮길 수 있다. 환자가 이동(전원)할 민간병원은 공공병원 의사가 지정한다. 공공병원을 거치지 않고 처음부터 민간병원으로 가면 접수를 할 수 없다.

병원 관계자는 “이미 피를 너무 많이 흘린 채로 병원에 도착하는 교통사고 환자가 하루에만 2~3명 있다”라고 설명했다.

응급병상 이외의 일반 병상의 규모는 파악할 수 없었다. 병원이 운영하는 총 병상수를 묻자 줄리에프 부원장은 “집계하지 않아 모른다”라고 답했다. 다만, 평균적으로 하루에 약 300명의 환자가 이 병원에 방문하고 있고 주말과 월요일, 화요일에 환자가 가장 많이 몰린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7일(현지시간) 방문한 우즈베키스탄 부하라주의 한 공공병원 응급환자 입원실에 환자들이 누워있다. (한성주 기자 hsj@)
▲7일(현지시간) 방문한 우즈베키스탄 부하라주의 한 공공병원 응급환자 입원실에 환자들이 누워있다. (한성주 기자 hsj@)

공공병원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전문의 확보’였다. 우즈베키스탄에는 국가가 관리하는 보건의료면허 제도가 없다. 의사 면허는 대학 총장이 일정 조건을 충족한 의과대학 졸업생에게 부여하고, 직업고등학교 졸업생들이 병원에서 간호사나 물리치료사 등으로 취직한다.

부하라 시립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한 의사는 “국립, 시립 공공병원에 대한 국가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의사들의 급여는 낮은 편이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전문가가 없고, 진짜 의사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의사들이 지금보다 5~6년 정도 더 배워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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