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에 우려 크지만…“현대차 대응 여력 충분”

입력 2024-11-0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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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 보조금 폐지·관세 인상 등 직격탄 우려
중국 전기차와 격차 줄일 기회라는 주장도
트럼프 1기에도 한국차에는 무관세 유지
현지 생산 확대·하이브리드 등으로 대응 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AP/연합뉴스)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계는 전략 선회가 불가피해졌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경우 대응 여력이 충분할 뿐만 아니라 중국 제재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하고 있다.

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 △관세 인상을 통한 미 무역적자 해소 △중국에 대한 제재 확대 등이 한국 자동차 산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후보 당시 중국산 상품에 60%를, 나머지 국가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국내 생산 물량 355만 대 중 111만 대(31.3%)를 미국에 수출했다. 관세가 10%가량 부과된다면 현대차에 월 2000억~4000억 원, 기아에는 1000억~2000억 원의 비용 부담이 더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보편적 관세의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협상의 여지가 남아있다. 트럼프는 1기 재임 기간 때도 수입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FTA 체결국인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서는 무관세가 유지된 바 있다.

중국 전기차에 대한 규제가 더욱 강화된다면 오히려 현대차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현대차가 소프트웨어 기술에서는 중국 전기차업체보다 뒤처진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중국에 대한 강한 제재가 현대차에 기술 격차를 줄일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트럼프 1기 정부 때도 관세를 올린다고 했을 때 정의선 당시 현대차 부회장이 미국으로 넘어가 미국 내 공장 설립이나 신규 투자를 약속해 관세를 낮춘 경력이 있다”라며 “결국 트럼프도 한국 기업들의 추가적인 투자나 조건들을 통해 미국 자동차 산업을 부활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할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현지 생산능력 확대 여지…IRA 보조금 우려는 과도

▲현대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조감도.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조감도.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그룹이 이미 미국 현지에 상당한 생산능력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증설 계획 역시 남아있다는 점에서 대응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앨라배마 몽고메리 공장(36만 대), 기아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공장(34만 대), 기아 멕시코 공장(40만 대) 등을 가동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30만 대의 생산능력을 갖춘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시범 생산도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은 HMGMA의 생산능력을 50만 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증설이 완료되면 북중미 지역에서 약 160만 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게다가 최근 현대차가 포괄적 협력 관계를 맺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협력해 북미 생산 대수를 늘리는 것도 검토해볼 수 있다. 북미에 4개의 전기차 공장을 갖춘 GM은 2026년까지 2개의 공장을 더 세울 예정이다. 현대차와 GM이 생산을 비롯한 포괄적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한 만큼 GM의 잉여 공장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IRA의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 혹은 축소되더라도 현대차그룹이 입을 피해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금까지 리스용 전기를 제외한 모든 전기차에 대해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면서도 올해 1~9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누적 판매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는 불리한 조건 아래서도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2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IRA 무력화 시에는 100% 보조금을 받고 있는 미국 전기차 업체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어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1기 집권 당시의 경험, 미국 시장 내 한국 자동차 점유율 등을 고려해 유연한 대처로 불확실성을 낮춰야 한다고 제언한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경쟁력도 상당 부분 가지고 있다”라며 “전기차 수요가 미국에서 늘어날 것을 대비해 공장이 가동되고 있는데 현대차가 혼류 생산 등 계획을 발표한 것처럼 유연하게 대처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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