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101일만에 풀려난 김범수…카카오, 조직 쇄신ㆍAI 신사업 이어갈까

입력 2024-10-3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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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 (조현호 기자 hyunho@)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 (조현호 기자 hyunho@)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올해 7월 구속된 지 101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카카오의 조직 쇄신ㆍ체질 개선 작업, 인공지능(AI) 신사업이 흔들림 없이 진행될 거란 기대감이 나온다.

31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양환승 부장판사)는 이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 위원장의 보석 청구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이번 보석 허가에 대해 김 위원장의 주거를 제한하고, 법원 소환 시 출석하고 증거를 인멸하지 않겠다는 서약서 제출과 보증금 3억 원을 조건으로 걸었다. 또 출국 시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사건과 관련된 피의자, 참고인, 증인 등과 접촉하거나 증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금지했다. 김 위원장은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에서 이날 중 석방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사상 초유의 창업자 구속으로 침체기에 빠졌던 카카오는 이번 보석 허가를 계기로 직원들의 사기 진작과 이를 통한 쇄신 작업 재개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법 리스크는 여전하지만 흔들리는 중심을 잡을 수 있을 거란 관측이다.

사실상 ‘시계제로’ 상태였던 카카오의 쇄신 작업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범수 위원장이 풀려나면서 콘트롤 타워 부재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0월 김범수 창업자는 첫 공동체 경영회의를 열고 준법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12월 그룹 계열사의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내부 독립 기구인 경영쇄신위원회와 준법·윤리경영 감시를 위한 외부 독립 기구 준법과 신뢰위원회를 신설하고 경영 쇄신에 나섰다. 그러나 김범수 창업자가 구속되고 카카오는 정신아 대표 중심의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바 있다.

AI 지각생 카카오의 AI 사업에도 관심이 모인다. 카카오는 22일 경기도 용인시 카카오AI캠퍼스에서 열린 개발자 컨퍼런스 이프 카카오 AI 2024에서 그룹 AI 브랜드 ‘카나나’를 공개했다. 연내 별도의 앱을 출시해 AI가 대화의 맥락을 이해하고 관계의 성장 돕도록 한다. 세계 최초로 그룹대화에서도 활약할 전망이다.

AI 후발주자인 만큼 카카오는 기술 뽐내기에 치중하기보다는 사람 간의 관계를 연결해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탄생시킨 철학을 계승해 초개인화 AI 서비스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전략이다. 당초 카카오의 AI 서비스는 거대언어모델(LLM) 코-지피티(Ko-GPT, 가칭)으로 진행돼왔으나 김범수 위원장의 구속 등으로 코-지피티2.0(Ko-GPT 2.0)의 개발이 지연되며 LLM보다는 AI 서비스에 초점을 맞춰 전략이 수정된 바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은 구속된 지 2개월 가량 흐른 10일 법원에 보석을 청구했다. 16일 열린 보석 심에서 김 위원장 측은 “구속 상태가 길어지면 해외 기업과 경쟁에서 뒤처지고, 골든 타임을 놓치면 카카오뿐 아니라 한국 IT산업 전체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도 “불법·위법적 행위를 승인한 적은 없다”며 “검찰에서 ‘카카오 측’이라고 하면서 제가 하지 않은 수많은 것들을 얘기해 답답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16~17일과 27~28일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시세를 조종했다는 의혹 등으로 7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시세조종 계획을 사전에 승인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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