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가입자 많아 시너지 미미하고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력도 의문
SKTㆍCJ ENM 빼고는 '회의적'
토종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임박한 가운데 합병을 하더라도 넷플릭스에 대항하기에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합병 성사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주주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합병으로 인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티빙과 웨이브는 지난해 합병 계획을 발표한 지 일 년이 되어가지만 복잡하게 얽힌 주주들의 이해관계로 인해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티빙의 최대주주는 CJ ENM(48.85%)이다. 그 외에 KT스튜디오지니(13.5%), 젠파트너스앤컴퍼니(13.5%), 에스엘엘중앙(12.7%), 네이버 (10.7%) 등이 티빙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K스퀘어(40.52%)가 최대주주인 웨이브는 KBS, MBC, SBS가 각각 지분 19.83%씩 보유했다.
웨이브의 주요 주주인 KBS·MBC·SBS가 최근 티빙과 합병 합의안을 도출했으나 티빙 측 주주인 KT는 검토 중이다. KT가 합병안에 찬성 하는대로 양측은 곧바로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전망이지만 사실상 최대주주인 SK스퀘어와 CJ ENM을 제외하고 합병에 찬성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한 미디어업계 관계자는 “KT는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찬성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며 “SKT와 CJ ENM이 대주주인 만큼 SKT에 힘을 실어줄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합병을 통해 KT가 얻는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단 KT뿐만 아니라 SK스퀘어와 CJ ENM을 제외한 모든 사업자의 공통된 생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사는 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와 대적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시너지 효과도 불명확한 상황이다.
티빙은 2021년 762억 원, 2022년 1192억 원에 이어 지난해 1420억 원의 적자를 냈다. 웨이브도 같은 기간 558억 원, 1217억 원, 803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만큼 합병 시 재무적 부담도 클 것으로 관측된다.
합병을 성사시킨다고 해도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다. 합병 후 인한 중복 가입자를 제외하면 실제 구독자가 큰 폭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9월 티빙과 웨이브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각각 786만7156명, 427만2529명으로 집계됐다. 단순 합산한 양사의 MAU는 1213만9685명으로 1166만7082명인 넷플릭스를 넘어서는 수치다.
합병 이후 경쟁력 있는 독자적인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지만 넷플릭스 발 제작비 상승으로 인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합병 법인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지만, 지상파에서 적극적으로 밀어줄 가능성도 작다”며 “합병 효과로 1+1이 2가 돼야 하는데 1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