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우량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활발해지고 있다. 국내 회사채의 원활한 발행 여건이 우량기업에 쏠린 반면, 비우량 기업의 온기는 미미하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하가 예상됨에도 비우량 기업들은 조달금리보다 시장 상황이 발행에 더 중요한 척도로 삼고 있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공모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이랜드월드는 1.5년물 300억 원 모집총액에 아슬아슬하게 목표액을 맞췄다. 총 590억 원의 주문을 받아 개별 민평 금리 대비 +30bp(1bp=0.01%p)를 가산한 금리를 결정했다. 최종 발행액은 500억 원으로 책정됐다. 이랜드월드의 신용등급은 ‘BBB0(안정적)’이다.
다음 달까지 수요예측이 예정된 기업 중에는 BBB대 신용등급이 다수 포함됐다. 지난 17일에는 한진(BBB+)이 수요예측에 나섰고 오는 25일 약 600억 원을 발행한다. 11월에는 AK홀딩스(BBB+), 풀무원식품(BBB+)이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한 달 새 비우량 기업들의 수요예측이 몰리는 일은 이례적이다. 앞서 BBB기업의 마지막 수요예측은 2달 전 한솔테크닉스(BBB+)와 두산에너빌리티(BBB+)이었다. 한국은행은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약 3년여만의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긴축 사이클 종료를 알렸다. 향후 회사채 조달금리가 더 내려갈 일만 예상되는 상황인데도 지금 조달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이같은 자금조달 행렬(러시)은 발행여건을 중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우량 조달 주체들로서는 향후 금리인하가 진행돼 조달금리가 낮아지는 것에 비해 기관들이 수요예측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회사채 시장 회복이 더 직접적인 영향으로 작용한다는 판단이다. 회사채 투자심리가 살아나면 조달금리도 자연스럽게 떨어지고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채 금리가 다시 고개를 드는 점도 비우량 기업들이 우려하는 지점이다. 미국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이날(현지시각) 연 4.23%까지 상승해 전일 대비 2.4bp 올랐다. 지난 7월 이후 최고치다. 미국 경제가 견고한 흐름을 보이면서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이 약화된 점이 국채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로 역마진 부담이 다소 해소됐지만, 여전히 절대금리 부담이 높은 현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시장금리가 의미있게 내려갈 수 있다는 모멘텀(동력)을 찾기 쉽지 않다”라며 “시장 금리가 여기서 더 내려간다면 펀더멘털 이슈까지 건드리면서 하위등급 회사채 발행이 쉽지 않을 것이다. 조달주체 입장에서 조달비용은 부수적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