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평균 수명이 늘면서 고양이 치아와 관련된 질환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미국수의치과협회(AVDC)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살 이상의 반려동물의 약 80% 정도가 치주질환을 경험하고 치아관리를 잘한 반려동물은 평균 수명이 20~30%가량 긴 것으로 나왔다. 그렇다면 매일매일 양치질만 잘 시켜도 반려동물과 4~5년을 더 함께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고양이는 치아에 문제가 생기거나 통증이 발생해도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질환을 발견하기 어렵다. 고양이 구강질환은 몇 가지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치태(플라크) 속 세균이 원인이며 치은염과 치주염으로 구분할 수 있다.
치은염은 치아와 잇몸 사이에 치태가 형성되고, 치태 속 유해균이 음식물 찌꺼기를 양분 삼아 증식해 고양이의 잇몸에 염증을 일으키는 상태를 말한다. 치주염은 치은염에서 더 진행해 잇몸뿐만 아니라 치아 주변 조직인 치주인대, 치조골까지 손상시키는 상태를 말한다.
치은염과 치주염이 의심되면 빨리 치과 치료를 받아야 발치를 피할 수 있다. 염증으로 인한 치아 통증은 식욕 저하와 공격적인 행동 변화를 나타내게 한다.
치은염과 치주염은 고양이의 잇몸 색상을 통해 알 수 있다. 잇몸이 붉어지고 부어 있거나 양치질을 할 때 잇몸에서 피가 난다면 치은염을 의심할 수 있다. 염증이 심해져 치주염까지 진행되면 잇몸이 소실돼 치아 뿌리까지 눈으로 보일 수 있다.
많은 보호자가 고양이 양치질에 대한 필요성은 알고 있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는다. 고양이의 양치질은 적응력이 좋고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보이는 고양이도 양치질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최소 1~2개월이 필요하며, 예민한 경우 반년에서 1년까지도 걸릴 수 있다.
고태훈 그레이스 고양이심장&치과병원 원장은 “매일 규칙적으로 교육하되 긴 호흡으로 천천히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양치질 적응훈련의 시작은 맛있는 치약을 손가락에 묻혀 고양이에게 맛보게 하는 치약적응훈련이다. 태어난 지 6개월 미만의 아기 고양이는 영구치가 나기 전까지 지속해서 해주는 게 중요하다. 생후 4~6개월의 고양이는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는 기간이라 치아 전체의 잇몸이 붓고 예민하다. 이때 치약을 잘 먹는다고 급하게 양치질을 시키려고 하면 잇몸 통증으로 인해 칫솔이나 양치질에 대한 거부감이 생길 수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치약을 꺼냈을 때 고양이가 먼저 다가오는 수준에 이른다면 양치의 거부감을 줄여주는 탈감작 훈련이 필요하다. 탈감작은 다른 말로 민감 소실이라고도 한다.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얼굴을 만진다든지 입속에 무엇을 넣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므로 단계별, 전략적으로 시간과 정성을 들여 거부감을 줄여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치약을 먹는 동안 얼굴이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면서 입 주변 터치에 대한 감각에 무뎌지도록 한다.
치약과 스킨십에 익숙해졌다면 칫솔적응 및 칫솔질 훈련이다. 칫솔 위에 치약을 묻혀 손가락 대신 칫솔에 있는 치약을 먹게 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바로 치약을 묻혀 칫솔질을 시작하게 되면 자극적인 이물감에 칫솔을 거부하거나 경계할 수 있다.
고양이 양치질은 우리 고양이의 구강과 치아 관심의 시작이다. 양치질을 해봐야 치아 문제를 발견하고 조기에 병원에 방문할 수 있다.
고태훈 원장은 “안타깝게도 이미 식욕저하가 일어난 고양이는 치아 문제가 심각한 경우가 대다수라 어쩔 수 없이 발치를 통해 치료하는 사례가 많다. 10세 이하의 고양이는 연 1회, 10세 이상의 고양이는 6개월에 1회 건강검진을 통해 컨디션과 질병의 문제를 발견하고 치료하려는 보호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