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정책대출 규제 논란…전문가 진단 "방향성ㆍ시기 문제 있다"

입력 2024-10-22 05:00 수정 2024-10-22 07:54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본 기사는 (2024-10-21 17:35)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전문가들 "성급한 규제가 시장 혼란 가중"
국토부 "24일 전까지 '보완책' 마련할 것"

디딤돌 대출 규제가 시행이 잠정 유예됐으나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갑작스런 규제로 정부가 그간 강조해왔던 실수요자 보호 원칙이 무너졌다는 비난까지 일고 있다. 이에 정치권과 관련 업계에서는 또 한번의 정책 실기라며 잠정 연기가 아닌 '완전 철회'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국토교통부는 '보완 대책'을 들고 나오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정책대출을 축소해야 한다는데는 동의하지만 방향성이나 시기 등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하고 있다.

21일 국토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이날 부터 시행예정이었던 디딤돌 대출 취급 제한 조치를 잠정 유예했다. 디딤돌대출은 주택도시기금에서 서민들을 상대로 주택 구입 자금을 낮은 금리에 빌려주는 상품이다.

대상은 연 소득 6000만 원 이하인 무주택자다. 5억 원 이하의 집을 살 때 최대 2억5000만 원까지 빌릴 수 있으며 신혼부의 경우 최대 4억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최대 70%, 생애최초 구입은 80%까지 적용된다.

디딤돌 대출은 대표적인 서민 대출 상품로 무주택 서민들에게 동아줄이나 다름 없는 상품이다. 하지만 가계대출이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하자, 디딤돌 대출을 비롯한 정책대출이 가계대출의 증가의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무주택서민들의 동아줄이 가계부채의 '뇌관'으로 부상한 것이다.

실제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금융권 가계대출의 DSR 적용 현황’ 자료를 보면 DSR 미적용 가계대출 비율이 전체의 63.3%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DSR 규제는 총대출이 1억 원 이상인 차주에게만 적용되는데 디딤돌 대출 등 정책대출 상품도 규제 대상이 아니다.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마련에 나섰다. 문제는 너무 급하게 추진됐다는 점이다. 가계대출대책의 경우 생계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대책의 효과 등을 면밀히 평가하고, 대책 시행 후 향방에 대한 예측도 정밀하게 측정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보통 1년 전이나, 적어도 6개월 정도 전에 미리 공유돼야 한다"면서 "예측 가능성이 생기면 금융 소비자들이 각자의 상황에서 대응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논란 역시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딤돌 대출과 관련해서 가장 큰 문제는 한주 전 대출 축소 지침을 은행들에 공문 한 장 없이 구두로 지시했다는 점"이라며 "어설픈 실기로 사실상 추진 동력을 상실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규제 자체를 철회하라는 목소리도 높다. 이날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갑작스런 규제로 하루아침에 수천 만 원에서 1억 원 가량을 추가로 구해야하는 힘 없는 서민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면서 "정부의 정책실패로 인한 피해가 없도록 정책대출 규제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수 전문가들도 이번 규제안은 사실상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하고 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실수요자들이 필요한 대출을 줄이는게 옳은 것도 아니며, 정책 당국끼리 혼선이 생긴 것도 문제"라면서 "여전히 한 쪽에서는 디딤돌 대출 안쪼인다고 번복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전세대출에 대해 임대인 신용도까지 조사한다고 나서면서 당국간 혼선을 빚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강제적으로 대출을 누르면 부동산 경기 침체는 더 악화할 것"이라며 "특히 투기 목적이 아니라 자기 집을 마련하는 경우 기존 수준으로 대출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정책대출에 대한 개편 작업은 필요한 만큼 원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DSR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정책자금 대출은 현재 규모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규제하지 않을 경우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보여진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현재 정책 대출이 서민을 지원하는 역할이 아니라,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집값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는지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요한 건 정책모기지 역시 DSR 규제를 적용해 갚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대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국토부는 24일 종합 국정감사 전까지 보완 조치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실수요자들의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보완 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현재 관계기관들과 협의 중"라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단독 내일부터 암, 2대 주요치료비 보험 판매 중지된다
  • "아이 계정 삭제됐어요"…인스타그램의 강력 규제, '진짜 목표'는 따로 있다? [이슈크래커]
  • 근무시간에 유튜브 보고 은행가고…직장인 10명 중 6명 '조용한 휴가' 경험 [데이터클립]
  • 김장철 배춧값 10개월 만에 2000원대로 '뚝'
  • 단독 LG 생성형 AI ‘엑사원’에 리벨리온 칩 ‘아톰’ 적용되나…최적화 협업 진행
  • [인터뷰] 조시 팬턴 슈로더 매니저 “K-채권개미, 장기 투자로 美은행·통신·에너지 채권 주목”
  • 트럼프 당선 후 가장 많이 오른 이 업종…지금 들어가도 될까
  • 이혼 조정 끝…지연ㆍ황재균, 부부에서 남남으로
  • 오늘의 상승종목

  • 11.21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6,245,000
    • +2.75%
    • 이더리움
    • 4,665,000
    • +7.36%
    • 비트코인 캐시
    • 675,000
    • +7.57%
    • 리플
    • 1,561
    • +0.52%
    • 솔라나
    • 356,900
    • +7.79%
    • 에이다
    • 1,110
    • -5.21%
    • 이오스
    • 905
    • +2.38%
    • 트론
    • 279
    • +0.72%
    • 스텔라루멘
    • 332
    • -8.29%
    • 비트코인에스브이
    • 92,400
    • -4.1%
    • 체인링크
    • 20,860
    • +1.41%
    • 샌드박스
    • 478
    • +0.63%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