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도 명품 시대”…호텔은 지금 ‘플라워 전쟁’ 중 [배근미의 호스테리아]

입력 2024-10-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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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더 플라자 '지스텀'ㆍ조선 '격물공부'ㆍ파르나스 '에플로어' 3파전
"99만 원짜리 꽃다발, 개별 주문 시 그 이상도"…객실 전체 꾸미기 가능
입소문 통한 방문 고객 많아…'구매력 중심' 고령층에서 연령대도 확대

호스테리아(hostería)란 스페인어로 작은 호텔, 여관, 식당을 뜻합니다. 당신에게 소중한 하룻밤, 먹을거리, 여유를 제공한 호텔을 어디까지 알고 계시나요? 소소하지만 미처 몰랐던, 그곳에서 먹고 자고 즐기는 모든 걸 담습니다. <편집자 주>

▲파르나스호텔의 에플로어 사이즈 꽃다발. 사람이 꽃을 들고 있어 사이즈 가늠이 대략적으로 가능하다.  (사진제공=파르나스호텔)
▲파르나스호텔의 에플로어 사이즈 꽃다발. 사람이 꽃을 들고 있어 사이즈 가늠이 대략적으로 가능하다. (사진제공=파르나스호텔)

'아름다움의 대명사' 꽃을 둘러싼 호텔업계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전통의 한화 더 플라자(지스텀, XYSTUM)와 조선호텔앤리조트(격물공부)가 기반을 다져온 국내 하이엔드 플라워 브랜드 시장에 파르나스호텔이 출사표를 던지고 나선 것이다. '사치재'로 인식되며 일부 고객들의 전유물로 꼽혔던 프리미엄 플라워 시장이 호텔들의 브랜딩 노력 속 시장 활로를 넓힐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지난달 자체 하이엔드 플라워 브랜드 '에플로어(efflore)'를 공식 론칭했다. 에플로어는 파르나스가 2년 만에 선보인 자체 상표로, 브랜드명에는 만개한 꽃처럼 아름답게 피어오르는 고객들의 모든 순간을 빛낸다는 의미를 담았다.

후발주자인 파르나스는 신규 고객 유입을 위해 온라인 채널을 적극 활용 중이다. 매장 방문뿐 아니라 자사 홈페이지, 카카오톡 쇼핑을 통해서도 꽃다발과 꽃바구니, 난 화분과 화환 제품 등을 사들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가격대는 꽃다발 기준 최저 15만 원부터다. 가장 큰 사이즈의 꽃다발 제품은 브랜드명을 딴 '에플로어' 사이즈로 가격은 99만 원이다. 파르나스 관계자는 "에플로어 꽃다발의 경우 대략 성인 상체보다 더 큰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파르나스호텔 객실컬렉션(에플로어) (사진제공=파르나스호텔)
▲파르나스호텔 객실컬렉션(에플로어) (사진제공=파르나스호텔)

호텔 룸을 꽃으로 가득 채울 수 있는 상품(객실 컬렉션)도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 중이다. 프러포즈 등 이벤트로 활용 가능한 이 상품은 호텔 숙박 닷새 전까지 예약할 수 있다. 가격은 최고 300만 원(에플로어 기준, 객실 가격 별도)으로, 원하는 꽃 등에 대한 사전 상담도 가능하다. 여타 플라워 상품은 현장 수령이 기본이나 프리미엄 배송 서비스(서울ㆍ수도권 한정)도 제공하고 있다. 파르나스 관계자는 "대형 세단에 정장 차림으로 배송이 이뤄지는 방식"이라며 "수도권 배송 시엔 추가 비용이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대형 웨딩과 연회 등 각종 이벤트에서 꽃은 빼놓을 수 없는 장치로 꼽힌다. 국내 럭셔리 플라워 브랜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한화호텔 지스텀은 2002년 갤러리아 명품관에 처음 문을 연 이후 현재에 이르렀고 조선호텔 격물공부 역시 2008년 론칭 이후 국내 최고 플라워 부티크로 자리 잡았다. 두 호텔 모두 자체 플로리스트(호텔리어)를 각각 50여 명 이상 두고 저마다 추구하는 플라워 큐레이션과 스타일링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한화호텔 관계자는 "지스텀에서도 꽃다발 등 제품 제작이 가능하다"면서 "고객 주문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가격은 특별히 정해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시점에서는 가든로즈나 달리아로 만든 센터피스(Center Piece, 식탁 위 꽃 장식)가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지스텀(XYSTUM) 더플라자 시그니처 플라워 박스 (사진제공=한화호텔앤리조트)
▲지스텀(XYSTUM) 더플라자 시그니처 플라워 박스 (사진제공=한화호텔앤리조트)

지스텀과 격물공부는 현재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영업 중이다. 생화 특성상 일반 공산품처럼 단순 사진으로는 판단하기 쉽지 않은 데다 비용보다 품질을 중요시하는 호텔 고객들의 취향을 세심히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두 호텔이 갤러리아와 신세계백화점 계열사라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스텀은 5곳(더플라자점, 갤러리아점, 광교점, 센텀시티점, 타임월드점)에, 격물공부는 4곳(웨스틴조선 서울점, 센터필드점, 강남점, 명동점)에 매장을 운영 중이다.

다만 이들 역시 판로 확대를 위한 고민을 지속하고 있다. 이를테면 조선호텔은 지난해 격물공부 브랜드 리브랜딩을 통해 컬러, 모티브, 메시지 등에 대한 변화를 시도하는 한편 정기구독 서비스와 SSG닷컴, S.I.빌리지 등 계열사 이커머스 입점을 통해 고객군을 기존 4050에서 2030으로 넓혔다. 한화호텔도 지스텀 각 매장에 대한 '네이버 예약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조선호텔앤리조트 '격물공부' 오프라인 매장 전경 (사진제공=조선호텔앤리조트)
▲조선호텔앤리조트 '격물공부' 오프라인 매장 전경 (사진제공=조선호텔앤리조트)

한 호텔 관계자는 "단순히 꽃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일종의 작품을 만든다는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분기별로 모티브에 변화를 주고 컬러를 구성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일반 꽃 고객들의 경우 주변에서 받은 꽃을 보시거나 입소문을 듣고 방문하시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개별 고객 경험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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