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 소리’ 나는 노후 자금…‘지금·전략·전문가’만 기억하세요

입력 2024-10-14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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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자료=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올해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발간한 ‘슬기로운 은퇴생활’ 보고서는 은퇴 후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 11억 원가량의 노후 자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국은 2022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노인빈곤율(38.1%)을 기록했다. 도입 당시 70%에 달했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퇴 전 소득 중 연금으로 대체되는 비율)도 현재는 40%대에 그친다.

국가가 노후를 온전히 책임질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인구 고령화로 노후 자금은 급격히 증가 중이지만, 별다른 준비 없이 노후를 맞이하는 경우가 느는 추세다. 연금 전문가들은 단순히 더 오래 일하고, 더 오래 벌겠다는 생각을 넘어 노후를 위한 선제적인 투자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작은 목돈이라도 개인의 상황에 맞게 투자한다면 충분히 노후를 대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노후 자금 마련, 시작의 반…일단 투자하라

그렇다면 노후 자금은 언제부터 준비하면 좋을까. 전문가들은 ‘빠를수록 좋다’고 입을 모았다. 초저금리 시대가 지속할 가능성이 큰 만큼 재테크를 통해 적극적인 노후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종관 미래에셋자산운용 WM연금마케팅부문 본부장은 “돈을 벌기 시작하면 단돈 10만 원이라도 노후 준비를 꼭 시작해야 한다”며 “적립식 펀드는 자산 분배 이외에 시간적 배분까지 하게 되니 저절로 리스크 관리가 된다”고 했다.

예컨대 매달 10만 원씩 3년 만기 적금(평균 금리 3.41% 기준)에 투자하면 379만 원가량을 수령할 수 있다. 반면, 모건스탠리캐피털(MSCI) 선진국시장지수(ACWI)에 10만 원씩 적립하면 3년 뒤 세전 약 446만 원이 예상된다. 수익으로만 따지면 4.5배 이상 차이나는 셈이다. 만일 노후를 위해 장기 적립식 투자로 확대한다면 차이는 더 큰 폭으로 벌어진다.

이석희 KB자산운용 연금WM본부장은 “사회초년생이든 중장년층이든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연금계좌를 만드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적립하는 기간에는 세제 혜택을 얻고, 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은 과세이연 효과를 얻으면서 재투자해 수익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 개인형 퇴직연금(IRP)과 연금저축펀드 등의 연금계좌를 통해 투자를 하면 과세이연뿐 아니라 연말정산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일찍 투자할수록 유리하다. 특히 지난해부터 IRP와 연금저축을 합산한 세액공제 한도가 기존 연 700만 원에서 900만 원으로 확대되면서 혜택이 더 커졌다.

찰떡같은 전략은 선택 아닌 ‘필수’

연금계좌에 가입해 투자를 막 시작했다면 상황에 따라 적절한 투자전략도 필요하다. 먼저 은퇴가 10~15년가량 남은 사람이라면 현재 나이와 은퇴 예상 연령, 필요 노후 생활비 등을 고려해 은퇴 자금을 계산해야 한다.

은퇴 자금은 은행과 증권사 등에서 제공하는 ‘은퇴자금 계산기’를 쓰면 된다. 김승현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컨설팅담당은 “은퇴 필요 자금이 나온다면, 대략 연간·월간으로 얼마 정도 모아야 하는지 계산할 수 있다”며 “해당 금액을 모으기 위해 매월 얼마를 적립식으로 매수할지 계획하고, 여유 자금 등을 산정해야 한다”고 했다.

박종관 미래에셋자산운용 WM연금마케팅부문 본부장은 “20~30대에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한 40~50대는 과감하게 목돈을 노후 자금으로 배분해야 하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안전’”이라며 “공격형 자산보다는 채권형 혹은 인컴형 자산을 통해 은행 예금보다는 조금 더 높지만 안정적인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반면 은퇴가 15년 이상 남은 경우는 은퇴에 필요한 목돈 규모가 와닿지 않을 수 있는 데다가 너무 장기간이라 비현실적일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필요 생활비 등을 제외하고 월급에서 최대 얼마까지 투자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이석희 KB자산운용 연금WM본부장 “투자성향과 은퇴하고자 하는 시기에 따라 투자 방법은 결정될 수 있다”며 “노후자금 특성을 고려해 주식이나 채권 및 대체자산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하고, 특정 지역이나 자산에 집중하지 않고 글로벌 분산을 하고, 마지막으로 꾸준한 적립을 통해 장기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시간에 투자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전문가만 믿어봐”…노후 대비 특화상품

노후 자산 마련의 기본은 ‘장기전’과 ‘분산투자’다. 그만큼 투자 전문가를 활용해 다양한 상품과 섹터에 나눠 투자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박동우 NH아문디자산운용 WM연금마케팅본부장은 “퇴직연금은 길게는 30년 이상을 투자하며 수익률과 위험관리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지만, 개인들이 시장 변화에 따라 시의적절하게 투자하기란 어렵다”며 “퇴직연금 공모펀드를 적절히 활용하는 등 투자 역량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 집단을 활용하기를 추천한다”고 했다.

연금계좌로 투자하기 좋은 상품으로는 라이프 사이클 펀드가 꼽혔다. 이 펀드는 투자자의 생애주기에 맞춰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해 주는 펀드다. 개인이 자산 배분 등을 신경 쓰지 않아도 전문가가 알아서 굴려주기 때문에 투자 고수가 아니어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라이프 사이클 펀드에는 타깃데이트펀드(TDF)와 타깃인컴펀드(TIF)가 있다. TDF는 목표 은퇴 시점을 설정한 뒤, 생애주기에 따라 포트폴리오의 위험자산(주식 등)과 안전자산(채권 등)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자산배분형 펀드다.

TDF는 최근 젊은 층에서도 수요가 커지며 시장 규모가 올해 10조 원을 넘었다. 투자 초기에는 공격적으로 투자하다 은퇴 시점에 가까워지면 보수적으로 운용하며 수익을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어서다.

TIF는 투자 기간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비중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밸런스드 펀드(BF)다. 지난달 말 25개 자산운용사가 동시에 출시한 퇴직연금 특화상품 ‘디딤펀드’도 이에 속한다. 증권가에서는 디딤펀드가 예·적금 등의 원리금보장형 상품 중심인 국내 퇴직연금 시장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400조 원이 넘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90%가량이 원리금 보장 상품에 묶여 낮은 수익률을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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