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3사 “수급 불안정”…대상 정원e샵도 모두 일시 품절 상황
올 여름 유례 없는 폭염으로 배추 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비자와 유통업계 모두 진땀을 흘리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배추 한 포기 가격이 1만 원에 달하는 데다, 이를 대체하는 포장김치에도 수요가 몰려 연일 품절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탓이다.
25일 오전 11시 찾은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에 있는 이마트 용산점에선 포기김치 제품을 아예 구매할 수 없었다. 맛김치, 볶음김치 등 별미 김치 상품만 매대에 진열돼 있었다. 종가 김치를 판매하는 한 직원은 “원래 김치 매대 가장 밑 칸은 포기김치가 꽉 차 있어야 하는데, 최근 물량이 원활하게 들어오지 않아 지금 열무김치로 채운 상황”이라며 “종가뿐 아니라 다른 브랜드도 다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채소 매대에서는 연신 배추 한포기를 들었다 놨다 하는 소비자들을 볼 수 있었다. 장을 보러 온 이지명(58) 씨는 “배추 가격이 생각보다 너무 비싸다. 단순히 김장철이 다가와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는 결국 배추를 장바구니에 담지 않고 다른 매대로 발길을 돌렸다.
서울 중구 봉래동2가에 있는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의 사정은 그나마 나았다. 오후 2시경 찾은 이곳의 김치 매대는 이마트 용산점보다 훨씬 컸고, 포기김치도 몇개 볼 수 있었다. CJ제일제당 비비고김치 판매원은 “포기김치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고, 큰 용량의 제품은 여기 있는 게 전부”라면서 “추석 전부터 물량이 줄고 있는데 당분간 많은 상품이 입고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인근 주민 유지윤(37) 씨는 김장 재룟값이 만만치 않아 포장김치를 사먹는게 이득일지 셈을 하느라 분주했다. 유 씨는 “김장을 해서 시댁에 드리려 했는데 배추와 무 가격이 모두 너무 비싸다”며 “노동력까지 감안하면 뭐가 경제적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롯데마트에선 국내산 배추 1포기가 9990원에, 무 1개가 3990원에 팔리고 있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날 기준 배추 1포기 가격(소매)은 9383원이다. 전년 대비 51.5%, 평년 대비 30.0 % 올랐다. 배추 가격이 오르자 포장김치 수요도 늘었다. 지난달 대상(종가)과 CJ제일제당(비비고) 배추김치 매출은 전년보다 10% 이상 올랐다. 대형마트 관계자들은 “배추 물가 상승으로 포기김치 공급이 불안정해 일부 점포에서 포기김치 품절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온라인몰에서도 ‘김치 대란’ 상황이다. 대상의 자사몰 정원e샵은 19일부터 “현재 배추 수급 이슈로 포기김치류 전체 생산·출고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며 “포기김치 판매도 수급 정상화 전까지 일시 중단된다”고 공지하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정원e샵의 종가 포기김치 상품은 모두 일시 품절 상태다. CJ제일제당의 자사몰 CJ더마켓에서도 포기김치 품절 공지는 없으나, “주문량 증가로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 정확한 배송 날짜 안내는 어렵다”고 공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