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심성 정책'에 부채만 눈덩이…'공염불'된 개혁 [빚더미 금융공기업下]

입력 2024-08-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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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4-08-22 17:05)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정책금융 10년새 3배 가까이↑
기보 등 9곳 작년 총부채 211조
정부 재정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
"공기업 부채 과도…규제 필요"

윤석열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재무건전성 강화에 중점을 두고 공공기관 개혁을 추진해왔지만, 금융공기업의 재무구조는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 고금리로 인한 경기침체와 코로나19 후유증 등에 따른 정책금융 지원에 금융 공공기관이 대거 동원된 데 따른 것이다. 금융 공공기관의 개혁은 커녕 재무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책금융공급 총액은 2013년 770조9000억 원에서 지난해 1868조4000억 원으로 10년 사이에 세 배 가까이 급증했다. 금융공급 지원은 주로 주택금융과 중소금융 등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2020년 이후 공급이 폭증한 영향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 “공공기관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대대적인 공공기관 손질을 예고했다. 추경호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며 공공기관 개혁의 방점이 재정건전성에 찍혀 있음을 시사했다.

강도 높은 공공기관 개혁을 추진해왔지만 정작 공공기관들의 재무구조는 더욱 나빠졌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공공기관 부채 규모는 △2020년 541조2000억 원 △2021년 583조 원 △2022년 670조9000억 원에서 지난해 708조9000억 원까지 불어났다.

문제는 정책금융공급 등 선심성 정책사업을 쏟아내자 금융 공공기관의 부채 규모도 함께 늘어난 것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9개 금융 공공기관(기술보증기금·서민금융진흥원·신용보증기금·신용보증재단중앙회·예금보험공사·한국무역보험공사·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한국주택금융공사(HF)·한국투자공사(KIC))의 지난해 부채 총액은 211조4784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181조9024억 원) 대비 16.2%(29조5760억 원) 확대된 규모다.

공공기관의 손실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보전하도록 하는 조항으로 인해 정책금융공급 총액의 증가가 정부의 재정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국회에서도 공공기관 개혁에 관한 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관련 법안만 128건에 달했다. 22대 국회에서 발의돼 현재 계류 중인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총 6건이다. 해당 법안들은 주로 △방만한 경영을 일삼는 공공기관 감시 강화 △공공기관 구조개선 △자산 매각 절차 강화 △공공기관 경영 투명화 및 부채 통제 등에 초점을 두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정책금융의 공급 한도를 전년도 정책금융 공급 총액의 5%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공공기관의 건전성 악화가 정부 재정 악화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공기업 부채가 지나치게 많다고 지적했다. KDI의 ‘공기업 부채와 공사채 문제의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공기업 부채는 국제통화기금(IMF)의 2017년 추산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3.5%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2.8%보다 10.7%포인트(p)나 높은 수치다.

황순주 KDI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공기업 중에서도 금융 공기업의 부채가 유독 많다”면서 “정부는 무리한 정책사업을 공기업에 떠넘기고, 공기업은 파산위기에 몰리면 정부가 나서서 갚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이중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은행이 건전성을 유지하도록 자본규제를 받는 것처럼 공기업도 자본규제를 도입해 재무건전성을 상시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현선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이 하는 일과 본질이 다른데 일률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정책금융 공급 증가로 인한 문제를 예산 투입 시점부터 고려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또 “정책에 일관성이 없어 개혁의 뒷심이 떨어지고 있고, 결론적으로 부채가 오히려 늘어난 상황”이라며 “기관별 특성을 고려할 수 있도록 경영평가 시스템을 개선해 공공기관의 체질 개선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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