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쿠팡과 구스닥의 다른 결말

입력 2024-08-12 04:00 수정 2024-08-1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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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생활경제부장)
(석유선 생활경제부장)
“쿠팡 뜻, 뭔지 제대로 아세요?” 이 질문에 쿠팡의 소싯적을 잘 모르는 MZ세대는 십중팔구 “쿠팡이 쿠팡이지. 뭐 다른 뜻이 있나요?”라고 되묻는다.

이 대화를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엿들었다면 분명 씩 웃을 것이다. 쿠팡의 탄생 비화(?)가 자연스럽게 잊혔다는 뜻이기도 하거니와 쿠팡이 최소한 국내에서만큼은 독보적인 이커머스가 됐음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쿠팡은 ‘쿠폰이 팡팡 터진다’는 뜻으로, 쿠폰(Coupon)과 의성어 팡(pang)을 합친 말이다. 쿠팡은 전 세계에서 소셜커머스를 처음 시작한 미국 ‘그루폰’의 사업모델을 한국에 이식하기 위해 2010년 8월 태동했다. 그루폰 사명이 그룹(Group)과 쿠폰(Coupon)을 합친 말이었으나, ‘한국판 그루폰’을 표방한 곳이 바로 쿠팡이었다.

그런데 2010년은 소셜커머스의 춘추전국시대였다. 쿠팡처럼 한국의 그루폰을 표방하는 기업이 한둘이 아니었다. 시장이 과열되다 보니 쿠팡은 소셜커머스 업계에서 독보적 1위도 아니었다. 당시 쿠팡의 최대 경쟁사는 지금 대한민국 이커머스 시장을 아비규환으로 만든 티몬과 위메프였다. 이른바 ‘소셜커머스 3인방’의 신경전은 삼성과 LG의 ‘세탁기 전쟁’은 귀여울 정도로 노골적이고 적나라했다. 세 회사의 홍보팀은 하루가 멀다 하고 ‘시장 1위’ 공방전을 벌였다. 수시로 상호 비방 광고를 비롯해 법적 고소 고발전도 마다치 않았다. 오죽하면 당시 3사를 두고 홍보업계는 ‘지옥의 직장’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가열된 경쟁전에 기름을 부은 곳은 다름 아닌 소셜커머스의 단군 격인 그루폰이었다. 세계적인 인터넷 강국이자 급속히 증가하는 스마트폰 인구로 인해 한국의 소셜커머스 또한 급성장 중이었으니, 그루폰은 군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시장을 장악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역시 인수합병(M&A)이었다. 그루폰은 쿠팡과 티몬 수장에게 인수 러브콜을 보냈다. 그런데 세계 1위 소셜커머스 기업 그루폰은 지는 게임을 하지 않았다. 그루폰은 언-아웃(earn-out : 미래의 수익을 양도자와 양수자가 공유하는 것인데 미래 이익이 없으면 양도자는 실익이 없음) 방식을 제안했고, 김범석 쿠팡 의장은 단칼에 거부했다.

티몬도 그루폰의 같은 제안을 당연히 거절했다. 대신 티몬 창업주 신현성 전 의장은 그루폰의 경쟁사인 세계 2위 기업 ‘리빙소셜’에 지분교환방식으로 매각했다. 이후 맘이 급해진 그루폰은 재차 쿠팡에게 인수를 제안했는데, 김 의장은 매각을 고심했지만 결국 ‘자력 생존’의 길을 택했다. 선택의 결과는 혹독했다. 쿠팡은 소셜커머스에서 이커머스 직매입 구조로 전환, 계속 ‘계획된 적자’를 거듭했다. 그러다 2022년 3분기 첫 영업흑자를 달성했고, 이후 매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드디어 2023년 첫 연간 흑자를 냈다. 쿠팡은 이제 이커머스 시장을 넘어 오프라인 대형마트까지 위협하는 ‘유통 공룡’이 됐다. 여기다 쿠팡이츠(배달), 쿠팡플레이(OTT), 해외명품 플랫폼 파페치 인수, 대만 진출 등 계속 덩치를 키우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반면 티몬의 말로는 이미 목도하는 바다. 티몬을 인수한 리빙소셜은 소셜커머스 시장이 쇠락하자 2년 만에 경영난에 처했고 티몬은 그루폰에 재매각 당했다. 그 후 그루폰도 사세가 위축됐고 티몬은 다시 매물로 나와 사모펀드에 팔렸다. 수 년째 주인이 계속 바뀐 티몬에 2021년 나타난 구세주가 바로 큐텐(Qoo10)의 구영배 대표였다. 큐텐은 건실한 싱가포르법인 이커머스로, 구 대표도 G마켓을 론칭해 성공시킨 이커머스계의 미다스(Midas)로 평가받고 있었다.

이 대목에서 G마켓 뜻이 궁금해진다. G마켓은 1세대 이커머스 인터파크의 사내 프로젝트 ‘구스닥’(Goodsdaq)이 전신이다. 구스닥은 주식처럼 상품을 인터넷을 통해 사고파는 인터넷 상품거래소를 표방했다. 좋은(Good), 상품(Goods) 등의 중의적 의미도 담았다. 그런데 G마켓은 역시나 구 대표의 성씨 구(Goo)를 연상시킨다. 큐텐(Qoo10)도 구영배의 구(Goo)와 십(10)을 합쳤다는 게 정설이다. 그 이름처럼 구 대표는 G마켓부터 큐텐까지 줄곧 자기중심적인 경영 철학을 고집해왔다.

결국 그 자신감은 독이 됐다. 구 대표는 티몬, 인터파크, 위메프까지 줄줄이 인수했고 일명 ‘티메프 사태’ 직전까지 11번가 인수도 넘봤다. 그의 지칠 줄 모르는 인수합병 행보는 계열사의 자력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게 충격적일 뿐이다. 큐텐그룹의 몸집을 불려 큐익스프레스를 키워 나스닥에 상장시키고 싶었던 욕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티메프 사태가 악화하자, 그가 꺼낸 카드는 티메프의 합병이다. 일명 KCCW(K-Commerce Center for World)라는 신규 합병법인을 설립, 1차로 자본금 10억 원을 출자할 방침이다. 큐텐이 보유한 티메프 양사 보유 지분을 100% 감자하고 구 대표는 자신의 큐텐 지분 38% 전부를 KCCW에 백지신탁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KCCW가 큐텐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지주회사가 된다. 구 대표는 판매자(셀러)도 KCCW에 참여시킬 계획이다. 미정산 대금을 전환사채(CB)로 전환, 셀러도 50%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과연 KCCW가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소비자와 셀러 모두 이번 KCCW가 G에서 첫 글자만 바꾼 구(Koo) 대표의 또 다른 ‘시간 끌기용’이자, 자신만의 K커머스가 되지는 않을까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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