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약탈적 상속세, 당파적 이해 벗어나야 해결된다

입력 2024-07-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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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어제 ‘2024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상속세가 핵심이다. 세율·과세표준(과표)을 경제 현실에 맞게 바로 잡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2000년 이후 24년째 그대로인 최고세율은 50%에서 40%로 낮춘다. 최고율 적용 기준금액(30억 원 초과)을 삭제·조정해 과표구간을 현행 5단계에서 4단계로 축소한다. 최하위 과표 기준금액도 1억 원 이하에서 2억 원 이하로 바뀐다.

1997년부터 28년째 제자리걸음인 공제한도 또한 수술대에 올랐다. 1인당 5000만 원인 자녀공제 한도를 5억 원으로 10배 상향한다. 5억~30억 원인 배우자 공제한도는 유지한다. 한국에만 있는 최대주주주식할증평가(20%)는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중소·중견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 제외)으로 넓히고 공제 한도는 1200억 원으로 2배 확대한다는 내용도 있다.

현행 체계는 시대착오적이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2배 넘게 늘고, 소비자물가는 80% 올랐다. 1인당 국민총소득은 3.3배 뛰었다.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한 채당 평균 거래금액은 12억1278만 원이다. 과거와는 비교도 안된다. 그런데도 과표 등은 수십 년 전 그대로다. 그러다 보니 아파트 한 채만 있는 평범한 집이 무거운 세금 부과 대상에 오를 정도가 됐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속세 과세 대상 피상속인(사망자)은 1만9944명으로 3년 만에 2배 급증했다. 결정세액은 12조3000억 원으로 10년 새 9배나 증가했다. ‘약탈적 상속세’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최고세율이 50%라는 것도 사실 눈속임에 가깝다. 최대주주 할증과세를 더한 실질 세율은 60%로 세계 최악이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시장 경제라는 헌법적 가치가 무색할 지경이다. 기업 가치가 오를수록 세금 부담은 누진적으로 가중된다. 피땀 흘려 일해 성과를 내고 돈을 벌어 재산을 늘리면 결국 글로벌 스탠더드로 봐도 과도하고 황당한 상속·증여 세제에 의해 벌을 받는 반시장적 구조다. 그래서 ‘징벌적 상속세’라는 말도 붙는다.

정부 청사진은 비록 미흡하지만, 방향은 제대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정부가 원하는 세정을 위해선 15개의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원내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협조가 관건이란 뜻이다. 민주당 또한 일괄공제 한도를 올리는 등의 고민을 하고 있으니 지레 움츠러들 이유는 없다. ‘민주당 허들’을 넘으려면 다각도 준비가 필요하겠지만 4조 원 넘게 줄 세수 대책 등부터 세심히 마련해야 한다. 야당 또한 당파적 이해에서 벗어나 대승적 자세로 답을 찾을 일이다.

정부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납세자 부담은 줄어든다. 기재부 주장대로 경제 역동성이 확보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OECD 38개국 중 상속세가 있는 19개국의 평균 최고세율은 26%다. 상속세를 폐지·면제한 국가를 포함하면 13%까지 낮아진다. 우리와는 천양지차다. 왜 한국은 최대 60% 혹은 40%의 약탈과 징벌을 감수해야 하나. 이래서야 시장 경제가 어찌 꽃 피우겠나. 정부와 국회 관계자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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