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영의 금융TMI] 새마을금고·저축은행, 한국은행과 RP 거래…무엇이 좋은가요?

입력 2024-07-2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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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영향력 커진 새마을금고ㆍ저축은행중앙회
시장 안정화 위해 ‘공개시장운영 대상기관’에 포함
대규모 예금인출 우려 등 재발하면 빠른 대응 가능

금융은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뉴스를 접해 보면 궁금증이 생기기 일쑤죠. 당장 오늘 일어난 일을 설명하기에도 바빠 맥락과 배경까지 꼼꼼히 짚어주는 뉴스는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조금은 과도해도 정보가 경쟁력인 시대입니다. [금융TMI]에서는 금융 정책이나 용어, 돈의 흐름, 히스토리 등을 쉽게 설명해 전달하고자 합니다. 따분하고 어렵기만 한 금융 기사를 친절한 ‘TMI(Too Much Information)’로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한국은행과 환매조건부증권(RP) 거래가 가능해진다.”

이달 1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뉴스가 많이 나왔습니다. 한국은행에서 공개시장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기관을 전년 대비 확대했다는 뉴스가 나온 직후 저축은행중앙회, 새마을금고중앙회, 신협중앙회 등 2금융권에서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연달아 냈습니다.

RP 거래가 무엇이길래 비슷한 내용의 기사가 여럿 나온 것일까요? 기사 제목에 ‘유동성 공급 확대’라고 나와 있는데, RP 거래와 유동성 공급 확대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요? 한은과 RP 거래가 가능한 대상 기관의 수가 지난해보다 20개사 늘었다는데, 계속 늘려도 괜찮을까요? 하나씩 차근히 짚어보겠습니다.

한국은행은 이달 18일 향후 1년간 공개시장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기관, 즉 ‘공개시장운영 대상기관’을 전년 대비 20개사 늘린 총 57개사로 선정했습니다. 공개시장운영은 중앙은행이 금융시장에서 금융기관을 상대로 국채 등 증권을 매매해 시중 유동성이나 시장금리에 영향을 주는 통화정책 수단입니다.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시중에 직접 푸는 ‘양적완화’, 반대로 시중에 풀려 있는 돈을 거둬들이는 ‘양적긴축’ 등이 공개시장운영 수단 중 하나입니다.

한은이 시중 유동성을 조절하기 위한 공개시장운영은 크게 세 부문으로 나뉩니다. 이번 대상기관 선정에서는 부문별로 ‘통화안정증권 경쟁입찰‧모집 및 증권단순매매’ 23개사, ‘RP 매매’ 44개사, ‘증권대차’ 10개사를 각각 선정했습니다.

이중 RP 매매는 금융기관이 국채처럼 안전한 고유동성 증권을 한은에 일정 기간 맡긴 뒤에 증권을 다시 되사는 방식으로, 공개시장운영 수단 중 하나입니다. 고유동성 증권을 담보로 한은에서 돈을 빌리는 것입니다. 한은은 RP 매각을 통해서 유동성을 정례적으로 흡수하고 있습니다.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때처럼 시장이 불안할 때는 RP 매입을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합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번에 한은이 RP 매매 대상기관으로 비은행예금취급기관 중앙회 6개사를 새롭게 선정했다는 사실입니다. 6개사에는 상호저축은행중앙회와 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 중앙회, 새마을금고중앙회가 포함됩니다. 이들은 올해 8월부터 한국은행과의 RP 매매에 공식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번에 이들이 RP 매매 대상기관으로 선정된 것은 한은이 공개시장운영 제도를 개편했기 때문입니다. 앞서 1월, 한은은 비은행금융기관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통화정책 파급경로에 미치는 영향력도 확대되고 있는 점을 따져 ‘금융시장 안정 기능 강화’를 위해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자료제공=한국은행)
(자료제공=한국은행)

개편안의 핵심은 대상 기관 선정 ‘범위’에 비은행예금취급기관 중앙회와 개별 상호저축은행을 포함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에 ‘공개시장운영을 통한 유동성 공급’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개편의 이유였습니다. 다만, 이때 RP 매매 대상기관 선정을 위해 국채 등 적격 대상증권의 보유 규모를 중요 평가항목으로 포함해 기준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해당 금융기관이 공개시장운영에 참가할 여력을 키우도록 유도하기 위함입니다.

개별 저축은행들은 선정 ‘범위’에는 포함됐지만,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이달 대상기관으로 선정되지 못했습니다.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운영팀 관계자는 “개별 저축은행들이 한은과 RP매매를 하기 위해서는 국채, 정부보증채 등 고유동성 자산이 필요한데, 아직은 충분하지 않아 보여서 이번에는 선정하지 않았다”며 “우량 채권을 충분히 확보하는 등 요건을 갖추면 향후에 추가 선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저축은행 한국은행 RP (중앙회 중개방식) 흐름도 (자료제공=저축은행중앙회)
▲저축은행 한국은행 RP (중앙회 중개방식) 흐름도 (자료제공=저축은행중앙회)

‘뱅크런 위기’ 재발하면 한은이 직접 유동성 공급…대응 수월해질 것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RP 매매 대상기관 선정은 두 가지 효과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이들 기관이 국채 등 고유동성 자산을 확보하게 해 자산운용의 건전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 발생 시 유동성 공급 경로 확충의 효과입니다. 한은으로부터 직접 유동성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4월 대구 수성구 새마을금고 본점 안으로 한 시민이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4월 대구 수성구 새마을금고 본점 안으로 한 시민이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앞으로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등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때 이에 대응하기가 수월해질 전망입니다. 지난해 7월 새마을금고는 경기 남양주지역 새마을금고 합병소식과 연체율 급상승에 고객 불안감이 커지면서 뱅크런 위기가 발생했습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예금 잔액이 약 259조 원에서 같은 해 7월 말 242조 원으로 한 달 만에 17조 원 넘게 빠졌습니다.

당시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상당 규모의 국채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를 기반으로 자금을 빌릴 창구가 부족해 유동성 공급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새마을금고중앙회가 보유한 채권을 매도하면서 채권시장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습니다.

이에 금융당국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은행별로 1조 원씩 총 5조 원의 자금을 마련하도록 해 새마을금고에 자금을 공급했습니다. 5대 은행과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새마을금고와 RP 매입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새마을금고에 자금을 수혈했습니다.

이번 한은 RP 매매 대상기관 선정으로 다음 달부터는 비슷한 위기가 재발하는 경우, 새마을금고중앙회가 한은과의 직접적인 RP 매매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받아 개별 새마을금고에 제때 자금을 공급할 수 있게 됐습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측은 “한국은행과의 RP매매를 통한 유동성 확보로, 새마을금고중앙회 보유 유가증권 매각을 최소화할 수 있어 대량 매각에 따른 금융시장에의 부정적 영향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봤습니다.

신협중앙회 관계자 역시 “전국 866개 회원조합을 관리하는 신협중앙회의 위기 대응능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며 “한은의 RP매매 대상기관에 포함되면서 신협의 유동성이 더욱 유연하게 관리될 수 있을 것이고, 자금 흐름을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저축은행업권도 개별 저축은행들이 직접 한은과 RP 매매를 할 수는 없게 됐지만, 저축은행중앙회를 통해서는 가능하기 때문에 “업권의 유동성 리스크 발생 등 유사시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경로를 확보할 수 있게 돼 저축은행에 대한 유동성 지원역량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은이 지원해주겠지” 도덕적 해이 우려도…한은 “외려 고유동성 자산 규모 커지는 효과”

▲공개시장운영 대상기관 중, 환매조건부증권(RP)매매 대상기관 신청용(상호저축은행) 서류의 내용입니다. RP매매 대상기관으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국채 등 고유동성 자산의 보유 잔액과 총 수신규모, 재무건전성 비율 등을 적어야 합니다.  (자료제공=한국은행)
▲공개시장운영 대상기관 중, 환매조건부증권(RP)매매 대상기관 신청용(상호저축은행) 서류의 내용입니다. RP매매 대상기관으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국채 등 고유동성 자산의 보유 잔액과 총 수신규모, 재무건전성 비율 등을 적어야 합니다. (자료제공=한국은행)

공개시장운영 대상기관 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도덕적 해이’가 가장 대표적입니다. 대상기관을 확대할 경우, 위기가 발생할 때 한은의 유동성 지원을 기대하고 자체적인 고유동성 자산을 줄이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2024년도 제2차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금융통화위원의 도덕적 해이 관련 질의에 한은은 “현재 공개시장운영은 국채, 정부보증채, 통안증권, 주금공 주택저당증권(MBS) 등 고유동성 자산만을 대상증권으로 하고 있어 우려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했습니다. 담보로 맡길 수 있는 증권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무분별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고 또 한은은 해당 기관의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분’만을 지원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이어 한은은 “회사채를 상당한 수준 보유하고 있는 일부 기관의 경우, 국채 등의 보유 규모를 늘릴 계획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오히려 대상기관 확대가 금융기관의 고유동성 자산 규모를 늘리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뜻입니다.

또한, 한은은 너무 많은 기관과 거래를 하게 되면 시장거래의 일정 부분이 축소될 수 있고, 부실 위험이 발생할 수 있으니 경영·재무건전성 비율, 총 수신규모, 예치금규모, 자산총액 등을 따져 대상기관을 선정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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