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시스템상 ‘구매확정’ 미처리 원인
복잡한 정산주기…판매자 누락금 확인도 어려워
#과거 쿠팡에서 의류를 판매했던 A씨. 최근 4주에 걸쳐 A씨에게 총 1500만 원이 입금됐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쿠팡에서 판매한 제품의 정산금이었다.
A씨의 사례처럼 쿠팡에 입점한 판매자(셀러) 정산 시스템이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수년전 누락된 정산금이 최근 지급되면서 문제는 수면위로 드러났다. 배송완료 상품의 정산금이 쿠팡 자체 시스템 문제로 누락되자, 셀러들 사이에선 쿠팡의 정산 시스템 개선 목소리가 거세다.
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쿠팡은 2016년 1월 1일부터 2024년 2월 29일까지 발생한 주문 건 중 미지급 정산금을 처리 중이다. 정산금 미지급 이유는 쿠팡 내부 시스템 문제로 파악된다. 해당 기간 주문 중 쿠팡 시스템의 문제로 ‘구매확정’이 미처리 돼, 정산금 지급이 지연된 것이다. 쿠팡의 정산금 정책에 따르면 고객이 구매확정을 하지 않으면, 배송 완료 7일 후 자동구매결정으로 전환돼 정산금에 반영된다.
A씨는 “현재도 장사를 하고 있었다면 자칫 몰랐을 뻔 했다”며 “판매중단 상태라 모르는 돈이 입금이 돼 쿠팡 측에 문의해 알게 된 것”이라고 했다. A씨에게 입금한 곳은 쿠팡페이 주식회사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판매한 상품 중 일부가 쿠팡 시스템상 오류로 미인식돼, 최근 5월 15~17일 일괄 구매확정 처리됐다.
A씨 외에 이런 사례는 더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저희 가족 3명이 모두 셀러인데, 최근 이런 식으로 정산이 됐고 제 주변인도 이번에 정산됐다”면서 “아예 폐업한 경우, 알지도 못하고 찾지도 못할 돈”이라고 지적했다. 셀러 B씨도 “정산현황을 조회한 결과 2020년도 미구매확정으로 뜨는 건이 있다”고 전했다.
수년 전 정산금이 누락되면서 쿠팡 정산시스템 개선 목소리가 거세다. 특히 쿠팡의 정산 주기가 너무 긴 탓에 정산금을 하나하나 파악하기 어렵다는 게 셀러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판매자 김윤희(가명) 씨는 “쿠팡은 정산 주기가 길어 별도 장부를 쓸 정도”라며 “정산 미지급이 종종 발생해 이렇게 해야 어디서 구멍이 났는지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쿠팡은 주간 정산액의 70%를 매주 일요일 기준 15영업일 후 지급, 30%는 매월 말일 기준 익익월 첫 영업일에 지급한다. 정산 소요일까지 최대 60일이 걸린다. 이는 다른 이커머스사에 비해 이례적으로 길다. 11번가는 구매자의 구매결정일 익익일에 정산금을 지급하고, 옥션·G마켓·롯데온은 구매결정일 다음날에 정산금을 지급한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간혹 발송 후 며칠간 정산금의 100%가 아닌 일부를 주기도 하지만, 몇 년 뒤 지급은 사실상 정산 시스템에 허점이 있다는 것”이라며 “쿠팡의 사례는 통상 업계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번 일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쿠팡은 신속하고 정확한 마켓플레이스 판매 정산을 위해 항상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번 조치는 각기 다른 사유들로 인해 종료되지 않은 상태에 있던 정산건들을 정리해 관련 절차에 따라 정상 지급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