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모듈러주택, 가건물은 비교도 안되네" 품질·공기단축 만족, 비용절감 숙제

입력 2024-07-0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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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산울동6-3 UR1 2BL 모듈러주택 건설 현장 모습. 크레인에 모듈이 매달려 올라가고 있다. (사진=허지은 기자 hje@)
▲세종시 산울동6-3 UR1 2BL 모듈러주택 건설 현장 모습. 크레인에 모듈이 매달려 올라가고 있다. (사진=허지은 기자 hje@)

모듈러주택이 건설혁신을 이끌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안정적인 품질 확보와 상대적으로 짧은 공사기간, 탄소배출 저감 효과 등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중심으로 활성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하지만 수요자들의 부정적 인식도 여전하다. '조립식 건물'이라는 데서 컨테이너 가건물과 유사하게 여겨 부정적인 인식이 남아있는 것이다. 규제로 인한 비용 문제도 남은 숙제다. LH가 국내 모듈러 시장 활성화를 위해 모듈러주택 건설사업을 연이어 추진하는 이유다.

4일 찾은 세종시 산울동 6-3 UR12BL 모듈러주택 건설 현장은 '모듈'을 쌓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모듈러주택은 공장에서 부재의 80% 이상을 사전 제작해 현장에 운반 후 설치하는 주택이다. 공장에서 지어온 주택 모듈을 가져와 부지에서 마치 블록을 쌓듯 올리는 '적층 공법'과 뼈대를 세운 곳에 서랍장을 넣듯 모듈을 집어넣는 '인필(Infill) 공법'으로 나뉜다. 가구 평형에 따라 1개 모듈로만 이뤄지거나 2개 이상의 모듈을 연결해 설치하기도 한다.

이곳에 지어지는 모듈러주택은 지하 4층, 지상 7층, 416가구 규모로, 국내에 지어진 모듈러주택 중 가구수 기준 최대 규모다. 정부가 모듈러주택 높이 제한, 용적률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LH 역시 실증 작업에 나선 것이다.

모듈러 공법의 최대 장점은 공사 품질을 안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일반인에게 모듈러주택은 조립식주택, 컨테이너 가건물로 인식되고 있다. 안전에 취약하다는 부정적 인식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하지만 이날 방문한 샘플주택은 공사 과정을 모르거나 설명을 듣지 않았다면 일반 주택과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단단하고 견고한 벽체에서는 안정감이 느껴졌다. 아파트에서 많이 쓰이는 간접조명을 볼 때는 마치 일반 분양 아파트의 견본주택에 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현장 관계자는 "모듈러주택이라고 하면 컨테이너 가건물과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모듈러주택은 가건물과 달리 주택법의 적용을 받는다"며 "관련법에 따라 안전기준, 품질을 모두 만족해야 하기 때문에 공법의 차이만 있을 뿐 일반 주택이다"라고 설명했다. LH 관계자는 "층간소음 저감에도 모듈러가 유리하다"며 "통제된 실험실과 실제 시공환경의 차이로 층간소음 저감기술의 성능 차이가 발생하지만, 공장제인 모듈러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 산울동6-3 UR1 2BL 모듈러 샘플주택 내부.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거실과 부엌, 안방 모습.  (사진제공=LH)
▲세종시 산울동6-3 UR1 2BL 모듈러 샘플주택 내부.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거실과 부엌, 안방 모습. (사진제공=LH)

최근 들어 국내 1군 건설사 아파트에서도 대형 하자가 발견되면서 숙련된 현장 근로자가 부족해 벌어지는 일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반면 공장에서 공사의 대부분이 진행되는 모듈러 공법은 넓은 공사에서 이뤄지는 골조 공사에 비해 통제가 쉽고 시공 오류도 더 줄일 수 있다. LH 관계자는 "지금까지 LH가 지어서 공급한 모듈러 주택의 경우, 설명을 따로 하지 않으면 입주자들이 모듈러 공법으로 지어졌다는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라며 "균일한 품질로 좋은 주거공간 제공한다는 것이 모듈러주택 수요자 입장에서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방문한 현장은 적층 공법을 적용한 곳으로, 대형 크레인으로 모듈을 쌓는 양중 작업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이곳 현장의 모듈은 군산 모듈러 공장에서 145km, 약 2시간 동안 트레일러로 운반된 뒤 600톤급 크레인으로 적층된다. 1개 모듈당 크기는 폭 3.3m, 길이 11.3m, 높이 3m로, 무게는 23톤 가량이다. 모듈 무게가 이처럼 어마어마한 것은 공장에서 이미 기본 구조는 물론 대략적인 내부 공사까지 마친 상태로 오기 때문이다. 붙박이장과 욕실 타일과 도기, 전기 배선 작업도 마친 상태에서 현장에 도착한다. 그만큼 쌓을 때는 낙하 위험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양중 작업이 시작되자 귀를 찢는 듯한 경고음이 울리며, 크레인이 서서히 모듈을 들어 올렸다. 모듈을 쌓는 곳 주변에서 여러 명의 신호수가 분주히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모듈이 기울지는 않았는지, 작업에 문제는 없는지 살폈다. 가로 방향으로 들어 올려졌던 모듈은 올라가면서 조금씩 방향을 바꿔 세로 방향으로 5층에 안착했다.

모듈 1개를 쌓는 데는 총 30여 분이 걸렸다. 현장 관계자는 이런 방식으로 하루 10개에서 12개가량의 모듈을 쌓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단지 가구는 전용면적 21~44㎡ 규모로 2개 이상 모듈을 조합해 구성된다. 빠르면 하루에 6개 가구를 지을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 현장의 총 416가구의 모듈러주택을 쌓는 데는 불과 4개월 가량이 걸릴 전망이다. 2022년 9월 기초공사가 시작돼, 올해 6월 마지막 주 모듈러 양중에 돌입했고 올해 10월이면 적층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모듈러주택은 이처럼 기존 골조공사(철근콘크리트 공사, 철골공사)에 비해 공사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토지주택연구원이 2019년 발표한 '모듈러주택 공정관리 표준화 기법 발굴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모듈러 공사는 일반 건축공사 대비 약 50~60% 정도의 공기를 단축시킬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과제도 있다. 공사비다. 공장 제작을 통해 재료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어 공사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모이지만, 기존 공사 방법에 비해 아직까지는 공사비가 더 드는 것이 현실이다. 토지주택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모듈러 공법 공사비는 일반 주택 공사비보다 27.67%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LH는 로드맵을 통해 2025년까지 공사비를 기존 공법의 130% 수준으로, 2030년까지는 기존 철근콘크리트 공법과 동일한 수준으로 공사비를 줄일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LH 관계자는 "1층부터 꼭대기까지 모듈러 공법으로 짓더라도 아직까지 지하주차장은 철근콘크리트 공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현장과 제조 모두에 감리가 투입돼야 하는 비용적 이슈가 있다"며 "내화규제를 충족하기 위한 과정에서 자재가 과도하게 투입되고 있는 측면이 있어서 해결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세종시 산울동 모듈러주택 건설 현장. (사진=허지은 기자 hje@)
▲세종시 산울동 모듈러주택 건설 현장. (사진=허지은 기자 hj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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