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미의 예술과 도시] 12. ‘국가유산’ 인식과 ‘국가유산청’의 출범

입력 2024-06-20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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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아트 대표이사ㆍ백남준포럼 대표

과거가치에서 미래가치 창출 방점
문화유산 활용해 지역경제 활성화

어제의 문화재가 오늘의 국가유산
공감 바탕…사회적 미래가치 보존
관광사업 강화로 지역경제 활성화

최근 국가유산기본법에 따라 올해 5월 17일부터 우리가 그간 사용하던 ‘문화재’ 용어가 ‘국가유산’으로 변경되었다. ‘문화재청(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 CHA)’도 ‘국가유산청(www.heritage.go.kr/, Korea Heritage Service, KHS)’으로 명칭을 함께 변경하였다.

미래지향적 국가유산 관리체계 마련의 일환으로, 문화재 체제를 유네스코 등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국가유산 체제로 변경하는 내용의 국가유산기본법을 2023년 5월 16일에 제정하였고 올해에 시행한 것이다.

1962년 문화재보호법 제정 이후 문화재청에서 고고학, 역사학을 포함한 예술 과학 종교 민속 생활 양식 부문에서 문화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인류의 소산을 ‘문화재(文化財)’로 정하고 계승, 발전, 상속하였다. 이 용어는 사무 및 각종 법령 용어로 사용되었고, 유사한 단어로 유산(遺産·heritage), 혹은 문화유산(文化遺産)이라고도 하는데 지금껏 문화재라고 통칭하였다.

일본 용어에서 국제표준어로

세계적으로 일본과 한국에서만 문화재라는 용어를 사용해 왔는데, 이 용어는 사실 일본의 행정용어를 그대로 우리가 차용한 것이었다. 그러다가 세계유산 등 국제표준 용어인 국가유산으로 이번에 변경한 것이다.

해당 신규 법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국가유산은 문화유산, 자연유산, 그리고 무형유산 총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로 우리 역사와 전통의 산물로서 문화의 고유성과 겨레의 정체성 및 국민생활의 변화를 나타내는 문화유산, 그리고 동물, 식물, 지형, 지질 등의 자연물 또는 자연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조성된 유산을 말하는 자연유산, 마지막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전승되어 공동체, 집단과 역사 환경의 상호작용으로 끊임없이 재창조된 무형유산으로 분류하였다. 그 안에서 국가지정유산과 시도지정유산으로 재분류하였다.

기존의 문화재보호법에서는 문화재를 유형문화재, 민속문화재, 기념물(사적지와 명승 및 천연기념물) 및 무형문화재 총 4가지로 분류하였는데, 이번 국가유산기본법에 의거한 국가유산은 그 분류를 더욱 명쾌히 하여 국보부터 보물, 사적, 명승은 물론 천연기념물, 국가무형유산 및 국가민속문화유산 등 더욱 폭넓고 다양하게 담아내고 있다.

국가유산 체계로의 전환을 맞아 국가유산청은 지역별 활용사업도 다양하게 진행한다고 밝혔다. 국가유산 영향 진단 제도 도입 및 국가유산 주변 경관, 생활기반 시설 개선 사업과 더불어 규제범위의 합리적 재조정, 제작 50년 이상 된 미술품의 국외 반출 규제 완화와 현대문화유산 발굴과 보존을 위한 예비문화유산 제도 시행, 발굴 유적 보존조치 관련 비용 지원 확대 그리고 개발행위 허가 절차 일원화까지 국민 눈높이에 맞추고자 노력한 흔적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두 가지 사업인 ‘국가유산주간(National Heritage Weeks)’과 ‘국가유산방문의 해’ 사업 운영은 단연 돋보인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별로 각각 다른 시기에 열리고 있는 국가유산사업과 향교서원 활용사업 및 전통산사, 고택종갓집 활용사업, 문화유산 야행사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한군데로 묶은 주된 프로그램이다.

국민들의 참여도와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국가유산주간’을 오는 10월 18일부터 11월 3일로 정하였다.

▲5월 17일부터 '국가유산기본법'이 시행됨에 따라 그동안 써온 '문화재'
란 말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대신 국제기준에 맞게 '국가유산'이 새 용어로 통용된다. 출처 국가유산청 공식 홈페이지
▲5월 17일부터 '국가유산기본법'이 시행됨에 따라 그동안 써온 '문화재' 란 말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대신 국제기준에 맞게 '국가유산'이 새 용어로 통용된다. 출처 국가유산청 공식 홈페이지

‘국가유산방문의 해’ 등 주목돼

올해 첫선을 보이는 ‘국가유산 주간’에는 보다 많은 관람객과 여행객들이 집중적으로 참가할 수 있도록 각종 체험과 특별 프로그램, 편의 등이 제공된다고 한다. 개별 인증 도장을 찍어 기념품을 받는 도장찍기여행(스탬프 투어)도 진행해 전국의 각 활용 사업 간 연계 효과를 증폭시킨다고 한다.

유럽에도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으로 매년 9월 주말에 개최하는 ‘문화유산의 날’이 있다. 이때에는 각 국가의 미개방 문화유산을 개방하거나 주제별 활용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일본에는 도쿄에서 운영하는 ‘문화유산위크’가 있다. 일부 문화유산을 특별 공개하고 고택 탐방과 강연회 및 홍보센터 운영 등을 통하여 9월부터 12월까지 전국의 관광객은 물론이거니와 세계 관광객의 이목을 끌고 있다.

국가유산청의 두 번째 신규 프로그램으로 ‘국가유산방문의 해’가 눈여겨 볼 만하다. 제주도가 첫 운영을 맡은 이 프로그램은 오는 10월 18일부터 20일까지 개최한다.

국민 눈높이에 맞춘 발전적 전환

그간 기초지자체에서 신청한 활용사업을 문화재청이 선정해서 지원하던 것과 달리 올해부터는 권역별 광역지자체가 자율적으로 기획 시행한다.

자율성을 바탕으로 해 지역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계획인 것이다. 제주도는 올해부터 2026년까지 2년간 제주지역 국가유산의 활용 프로그램과 관광경로 개발을 위한 아이디어 공모, 국가유산 방문의 해 선포식을 10월 19일에 개최하는 것은 물론, 제주목관아 등 제주 지역 대표 유산들의 야간 공개 및 활용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선보일 예정이다.

일본 문화청의 ‘일본유산(Japan Heritage)’ 사업의 경우 2016년부터 복수의 지자체가 공통된 주제로 선보이는 문화유산 활용 프로그램 중 가장 성공적 사례로 손꼽힌다. 누리집에서 숙박처와 기념품 등의 정보를 함께 제공하고 일본의 고향사랑기부제(후루사토노제)와 연계한 사업 운영으로 문화유산을 활용한 지역경제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 손꼽히는 사례이다.

시대의 변화에 걸맞은 국가유산 체계의 발전적 전환을 문화예술계는 적극 반기는 분위기다. 고정적 재화의 성격이 강했던 어제의 문화재가 아닌 오늘의 국가유산을 통해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아우르고, 큰 무게감을 두었던 보존 관리 영역뿐 아니라 국가유산의 활용과 진흥까지도 고려한 결과라는 평가다.

또한 현 시점의 국가유산으로의 변화는 국민들의 달라진 눈높이에 걸맞은 효율성 높은 정책이라는 긍정적인 의견이 지배적이다.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고정된 가치가 아닌 현재를 사는 국민의 참여로 새로운 미래가치를 만드는 국가유산청이 국민과 함께 공감하고 공존하며 사회적 미래 가치를 지켜나가길 고대한다.

이상아트 대표이사·백남준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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