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상업적 성공 중요…내년 상반기 결과 나올 것"

입력 2024-06-03 15:14 수정 2024-06-0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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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전 후보지, 한국 독자 EEZ로 다른 나라와 국제협상 필요 없어"
"올해 하반기부터 시추…내년 상반기 결과 나와"
"깊이 1km 이상으로 생산에 큰 비용 투입…탐사부터 생산까지 7~10년"

▲동해 가스전 모습. (사진제공=한국석유공사)
▲동해 가스전 모습. (사진제공=한국석유공사)

동해 심해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정부의 공식 발표가 나오면서 우리나라가 명목상 산유국이 아닌 실질적인 산유국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정부는 “이제 시작”이라며 ‘상업적 성공’을 강조하고 있다. 예상 매장량을 봤을 때 동해 심해 개발이 현실화한다면 이번 세기 최대 심해 유전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올해 연말께 탐사 시추를 통해 실제 부존 여부와 부존량을 확인하면 내년 상반기에는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2월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최소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 부존 가능성이 높다는 통보를 받은 뒤 5개월에 걸쳐 해외 전문가, 국내 자문단 등의 검증 과정을 거쳤다. 매장 예상 자원의 비율은 가스 75%, 석유 25%로 추정하고 있으며, 가스는 최소 3억2000만 톤에서 최대 12억9000만 톤, 석유는 최소 7억8000만 배럴에서 최대 42억2000만 배럴이 부존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이날 제시한 ‘동해 탐사 현황’ 지도를 보면 심해 가스전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은 동해에 한국 측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있는 8광구와 6-1광구 일대다. 2004∼2021년 상업 생산을 했던 동해 가스전보다는 북쪽 해역이다. 모든 권역이 우리의 EEZ안에 들어와 국제 협상을 할 일은 없다. 다만 새로 발견된 가스전은 대륙붕 위여서 비교적 얕은 바다에 있던 동해 가스전보다 깊은 바다에 있다. 정부 관계자는 “심해 1㎞보다 더 깊다고 보면 된다”며 “심해 가스전은 (깊이가) 1㎞ 이상이라 실제 (가스·석유가) 발견돼도 생산에 굉장히 많은 비용이 투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세기 발견된 단일광구 최대 심해 유전인 남미 가이아나 광구의 자원량이 110억 배럴 규모인 것을 고려하면 동해 심해 개발은 이를 뛰어넘는 규모가 될 수 있다.

정부는 향후 탐사 시추를 통해 본격적으로 실제 부존 여부와 부존량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경제성이 있다고 확인되면 본격적인 개발·생산에 들어간다.

탐사 시추 이후에는 탐사정 시추로 구조 내 석유·가스 부존을 확인한 뒤 평가정 시추를 통해 매장량을 파악한다. 이어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생산시설을 설치한 뒤 석유·가스 생산을 개시한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첫 탐사부터 생산까지는 약 7∼10년이 걸리며 생산 기간은 약 30년이다.

정부는 첫 시추 일정을 연말로 계획 중이며, 3개월간의 작업을 거쳐 최종적인 작업 결과는 내년 상반기 중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투자 비용은 정부의 재정 지원과 석유공사의 해외투자 수익금, 해외 메이저기업의 투자 유치를 통해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1공 시추에 1000억 원 이상의 재원이 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지만, 정부는 필요 재원을 최대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시추를 해봐야 정확한 결과를 알 수 있어서 관계부처와 국회와 협의해 최대한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동해 심해 개발로 ‘실질적 산유국’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과거 동해 천해에서 첫 상업적 가스를 발견해 한국은 ‘95번째 산유국’에 올랐으나, 매장량은 4500만 배럴에 그쳤다. 정부가 이번에 추산한 ‘최대 140억 배럴’은 동해 천해 매장량의 311배로, 시추 결과 이 같은 석유·가스 매장이 확인되면 진정한 의미의 산유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석유·가스 생산이 시작되면 생산량에 따라 수입 의존도가 높은 에너지의 자립은 물론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관계자는 “140억 배럴 기준으로 원유와 가스를 수입하는 평균 가격 환산 1조4000억 달러 정도 된다고 말하지만, 그것에 큰 의미를 두는 것은 맞지 않다고 판단한다”라며 “어느 정도는 국내에 들어가고 나머지는 해외에 판매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석유공사의 수입과 정부 재정 수입으로 환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자료 조사 결과만으로 석유·가스 개발이 현실화한 것처럼 단정하는 것은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브리핑에서 개발 성공률에 대해 “저희가 받은 자료에는 20% 정도로 나왔다”고 밝혔다. 이는 석유·가스 개발 사업 분야에서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여전히 실패할 확률이 80%에 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산업부 관계자는 “동해 심해 물리탐사 결과를 미국의 액트지오에 맡겨 결과를 받아보니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를 받은 것이고, 실제 부존 여부는 시추를 통해 확인해봐야 한다”라며 “시추 전까지는 석유·가스가 있다거나 없다고 할 수 없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심해에 깊은 구멍을 뚫는 시추는 전문 장비와 기술력이 필요해 미국·유럽 등 글로벌 전문기업에 맡겨질 전망이다. 다만 이후 유전·가스전 개발 사업이 본격화되면 국내 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제 탐사시추를 시작하는 단계인 만큼 추후 절차를 보면서 차분히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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