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비만치료제’로 불리며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수용체 작용제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 사례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GLP-1의 경우 비만치료제로 장기간 데이터가 없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GLP-1은 음식 섭취 후 분비되는 인크레틴 호르몬 중 하나로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고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해 혈당을 낮추고, 포만감을 증가시켜 체중감소를 유도한다.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 ‘위고비’,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가 대표적인 GLP-1 제제다.
26일 본지 취재 결과 GLP-1 제제는 소화불량, 메스꺼움, 변비, 복통 등의 위장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관련 내용이 실렸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마야르 에트미넌 교수와 모히트 소디 연구원(박사과정)은 비만치료제 성분 ‘세마글루티드’, ‘리라글루티드’와 위장질환 사이에 강한 연관성을 확인했다. 다른 비만치료제인 ‘부프로피온-날트렉손’ 사용자와 비교한 결과 췌장염 위험도 9.09배, 장폐색 위험 4.22배, 위 무력증 위험은 3.67배 높았다.
GLP-1 제제를 사용한 사람 중 60% 정도가 1년 이내 약물 사용을 중단하고, 다시 체중이 10% 이상 증가하는 현상을 겪는단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약물 사용 중단 이유 중 하나는 위장관 관련 부작용이다. 노보노디스크에 따르면 4년간 약 17%의 환자가 위고비 사용 부작용(주로 메스꺼움)으로 인해 치료를 중단했다.
빠른 체중 감량 효과는 획기적이지만, 투약을 끊으면 빠르게 과거 체중으로 되돌아가는 요요현상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올해 1월 JAMA에는 젭바운드를 36주 처방받아 체중을 20% 감량한 사람이 투약을 중단하자 1년 내 10% 이상 체중이 다시 늘었다는 연구가 게재됐다. 위고비 투약을 중단한 일부 환자들에서도 감량한 체중의 3분의 2가 1년 만에 다시 증가한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갑작스러운 체중 감소로 인해 ‘오젬픽 바디’를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오젬픽 바디는 오젬픽 투약 시 빠른 체중 감량 속도에 피부가 적응하지 못하고 살 처짐이 발생하는 것을 뜻한다. 피하지방이 먼저 손실되는 엉덩이 부위 변화가 가장 두드러진다고 알려졌다.
할리우드 스타 킴 카다시안 주치의인 사이먼 오우리안은 “오젬픽을 투약한 환자들이 오히려 엉덩이에 필러까지 맞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살 충동, 탈모 등의 부작용 우려도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의약품청(EMA) 조사 결과, 비만치료제와 자살 충동간 인과관계를 찾지는 못했다. 다만, EMA 산하 약물감시위원회는 “GLP-1 제조업체는 앞으로 자살 충동이나 행동이 발생하는지 계속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탈모와 관련 정확한 상관관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FDA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비만치료제 주사를 맞으면 내시경 검사 때 흡인성 폐렴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치료 효과가 영구적이지 않고, 위장장애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보조요법으로서 치료제를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정환 한양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비만치료제가 등장한 지 5~10년밖에 되지 않아 의학적 데이터가 부족하다. 아직 중대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지만, 발생 가능성이 있다. 약물치료에 의존하기보다는 생활습관 개선으로 체중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교수는 “비만치료제는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거쳐 허가받은 약”이라며 “비만 대상자가 아닐 경우에 대한 안전성 데이터가 없다. 내키면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약이 아니다. 비만 환자가 의사 처방으로 써야 하는 전문의약품임을 인지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