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분양 입주 절대 안돼"...입주 막는 아파트, 수분양자 vs 할인분양자 해법 없나

입력 2024-05-2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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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산업이 시행한 대구 동구 율암동 '안심호반써밋이스텔라' 단지 전경. 할인분양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출처=호갱노노 게시판 캡처)
▲호반산업이 시행한 대구 동구 율암동 '안심호반써밋이스텔라' 단지 전경. 할인분양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출처=호갱노노 게시판 캡처)

전국에서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은 대구에서 미분양으로 인한 갈등이 터져 나오고 있다. 기존 수분양자들이 형평성 등을 이유로 할인분양 매수자들의 입주를 막으면서 대치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업계에선 분양 성적이 저조한 지역을 중심으로 이러한 일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분양률 재고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구 수성구 수성동 ‘빌리브헤리티지’에서 할인분양 입주자들의 이사를 반대하는 집단행동이 벌어지고 있다.

입주민들은 아파트 내외부에서 경계를 서며 할인분양자들의 입주를 저지하고 있다. 이들은 아파트 사방에 철조망을 설치하고 '공매 및 수의계약 세대 입주 결사반대', '2차 추가 가압류 확정' 등 현수막을 걸어놓고 있는 상태다.

이 단지는 지난해 8월 입주를 시작했지만 146가구 중 20%도 팔리지 않고 미분양 됐다. 이후 잔여 물량이 공매로 넘어가면서 기존 대비 3억~4억 원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기존 입주자들은 '계약 조건을 변경하면 기존에 체결한 계약도 동일한 조건으로 소급(변경) 적용한다'는 특약을 근거로 시행사 측에 대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대구의 또 다른 미분양 단지인 동구 율암동 '안심호반써밋이스텔라'도 할인분양 문제로 입주민들과 갈등을 빚었다. 시행사 호반산업 측은 올해 초 미분양 물량 20~30여 가구에 한해 잔금을 5년 뒤에 치르도록 하거나, 최대 9000만 원을 깎아주는 식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려 했으나, 입주민들의 반발로 무기한 보류된 상태다. 할인 분양에 반발한 입주민들은 서울 호반산업 앞에서 상경 트럭 시위를 벌이거나, 아파트 출입구를 차로 가로막는 등 집단행동을 하기도 했다.

기존 입주자들은 집값 하락과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향후 집값이 분양가 보다 오른다면, 할인 분양자들은 낮은 가격에 매수한 만큼 더 큰 시세 차익을 남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선 소비자들의 지적을 받아들이면서도 시장 경제 논리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아쉬울 수 있지만, 시장 원리로 본다면 연식이 지나면 할인해서라도 팔아 손해를 줄이는 것이 맞다"며 "법리적으로 가도 특약이 없다면 시행·시공사는 소급해야 할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갈등의 배경으로 악화한 분양 경기를 꼽았다. 실제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대구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306가구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수가 가장 많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할인분양으로 인한 갈등은 미분양 단지가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꾸준히 발생해 온 문제"라며 "시세가 하락하면서 분양시장까지 타격을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갈등 해소를 위해선 분양 경기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대구 등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 매물이 적체된 지역을 중심으로 마찰이 심화하는 만큼, 시장 회복을 통한 가격 안정화가 필요하단 견해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마피가 붙은 현장이 많은 지방 지역에서 이러한 다툼이 더욱 심화할 수 밖에 없다"며 "근본적으론 분양경기가 회복되어야 갈등 해소에 속도가 붙을 수 있는 만큼 수요진작 정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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