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 출신 사외이사 올해도 승승장구

입력 2024-03-18 12:57 수정 2024-03-1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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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도 사외이사 혹은 감사로 선임된 후보자에 관료 혹은 검사 출신 인사가 다수 포진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소유경영자를 견제하는 등 사외이사 본연의 역할보다는 자문 혹은 전 직장의 네트워크에만 기댄 선임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현직 교수 다수…관료 출신 영입도 활발 =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국내 증시 시가총액 상위 100개 기업이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선임 예정인 신규 사외이사 99명 중 74명이 교수, 관료, 법조인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공직 경력이 없는 교수는 34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SK하이닉스는 손현철 연세대 교수를 사외이사, 양동훈 동국대 교수를 사외이사인 감사로 선임 예정이다. 롯데케미칼은 손병혁 서울대 교수, 박지순 고려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오윤 한양대 교수를 사외이사인 감사로 임명하는 안건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관료 출신 인사는 19명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기존 사외이사이던 유명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사외이사인 감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박진규 전 산업부 1차관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HD현대는 서승환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사외이사인 감사로 영입했다.

또한, 삼성생명은 임채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임명할 계획이며, 하나금융지주는 주영섭 전 관세청장을 사외이사로 임명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이외에도 삼성전기는 한국전력공사 사장을 지내기도 한 정승일 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영입했고, HD한국조선해양은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을 사외이사인 감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법조인 출신도 상당수…금융당국 출신 사외이사 올해도 등판 = 사외이사 혹은 감사로 선임되는 법조인 출신 인사는 11명이었다.

삼성물산은 김경수 전 대구 고등검찰청 검사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삼성화재는 광주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성영훈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을 사외이사인 감사로 신규선임할 예정이다.

더불어 현대오토에버는 이선욱 전 춘천지방검찰청 차장검사를, 오리온은 송찬엽 전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사외이사 겸 감사로 선임하는 안을 주총 안건으로 올렸다.

KT&G는 손동환 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사외이사로, 곽상욱 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사외이사인 감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CJ제일제당은 19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던 김용덕 전 대법관을 사외이사 겸 감사로 영입했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 출신 인사도 여전히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에쓰오일은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을 사외이사 겸 감사로 영입했다. DB손해보험은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기업은행장 등을 역임한 윤용로 코람코자산신탁 회장을 사외이사로 신규선임 예정이다.

HLB는 설인배 전 금감원 부원장보를 사외이사인 감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 리스크 관리·거수기 역할에 그치는 사외이사=과거 사외이사는 교수와 더불어 경영인이 많았으나 최근 들어서는 관료·법조인 출신 인사들이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정부 규제와 정책에 대응하고 정보를 수집하거나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관료·법조 출신 사외이사들이 전 직장 네트워크 등을 이용한 자문, 정보수집이나 거수기 역할에만 그치면서 사외이사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매출 기준 상위 14개 국내 상장사 중 12개사 사외이사들이 지난해 이사회 안건에서 찬성률 100%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나온 ESG기준원 선임연구원은 “국내 기업 이사회 거수기 문화는 지속되고 있다”며 “이사회의 견제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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