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선 환자들 고통, 넘겨 짚으면 안 됩니다”

입력 2024-03-3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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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대한건선학회 홍보이사 “건선 환자 고통 과소평가” [아픔 나누기, 그리고 희망]

“질병 중증도 판단, 건선 환자들 삶의 질 지표 포함해야”

▲박은주 한림대성심병원 피부과 교수(대한선건학회 홍보이사)가 건선의 증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한림대성심병원)
▲박은주 한림대성심병원 피부과 교수(대한선건학회 홍보이사)가 건선의 증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한림대성심병원)

“피부과 질환이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해서, 환자의 고통이 적은 것은 아닙니다”

박은주 한림대성심병원 피부과 교수(대한건선학회 홍보이사)는 국내 건선 환자들의 일상 속 고통이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부과 치료는 생명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미용 목적으로 이뤄진다는 오해가 만연했다는 것이 박 교수의 우려다.

건선은 재발이 반복돼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환으로, 사회적 배려와 지원이 필요하다. 본지는 최근 박 교수에게서 국내 건선 치료 환경의 개선점과 환자들의 고충을 들었다.

건선이 발생하는 기전은 복합적이다. 유전적 성향이 있는 사람이 외상이나 외부 자극, 약물 등에 의해 면역 기능을 가진 T 세포 활동량이 늘어나면서 발생한다. 피부의 각질 세포가 과다하게 증식해 피부 발진과 함께 하얀 각질이 쌓인다. 일부 환자들은 가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발진은 주로 두피나 무릎, 팔꿈치 등 국소 자극을 받는 부위에 많이 생긴다. 이런 부위는 눈에 보이는 노출 부위이기 때문에 환자들의 심리적 고통이 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02~2013년 건선과 정신질환을 진단받은 환자 1만 2762명을 분석한 결과, 건선환자는 건선을 진단받지 않은 정상 대조군보다 불안장애 위험이 2.92배 높았다. 신경증성 장애는 2.66배, 신체형 장애는 2.62배, 비기질성 수면장애는 2.58배 위험했다.

박 교수는 “피부에 나타나는 병변이 심하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대인 관계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라며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할 정도로 건선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한 환자들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건선과 함께 우울증을 겪는 경우가 많아 정신건강의학과와 협진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건선 치료에는 연고, 경구제, 광선 치료, 생물학적제제 등이 사용된다. 특히, 가장 최근 개발된 치료제인 생물학적제제는 다른 치료에 반응이 없었던 환자들도 증상이 호전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1회 투약 시 1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며, 한해 약 10회 투약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지만 급여 기준이 까다롭다.

우선, 6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 중증 판상건선 환자여야 한다. 판상건선은 체표 면적(BSA)의 10% 이상, 건선 중등도 평가지표(PASI)는 10점 이상에 해당해야 한다. 기존 약물치료나 피부광화학요법(PUVA), 중파장자외선(UVB) 등 광선치료를 최소 3개월 이상 중단없이 실시하고도 반응이 없거나 부작용이 발생하면 생물학적제제에 급여가 인정된다.

2017년도부터는 중증 건선 환자에 대한 산정특례가 적용되기 시작했지만, 생물학적제제를 활용한 치료는 여전히 접근성이 떨어진다. 산정특례 조건을 만족하는 환자가 드물기 때문이다. 현재 중증 건선 환자는 메토트렉세이트·사이클로스포린, 아시트레틴, 피부광화학요법(PUVA), 중파장자외선(UVB) 중 2가지 이상을 선택해 도합 6개월 이상 치료를 받았음에도 체표면적 10% 이상 또는 PASI 점수 10점 이상의 임상 소견을 보인 환자다.

박 교수는 “급여 기준이 까다로워, 이에 해당하는 중증 건선 환자가 아니라면 생물학적제제 사용을 고려하기 어렵다”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병변이 체표면의 10% 이하인 환자라도 얼굴이나 팔 등 타인의 눈에 쉽게 보이는 부위에 심한 병변이 있을 시 산정특례 제도 등으로 적극적인 치료를 받도록 지원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증상을 오랜 시간 방치하다가 병을 키운 상태로 병원에 찾아오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박 교수는 “건선은 20대 전후로 비교적 젊은 연령대에서 많이 발병하는데, 발병 이후에도 질병에 대한 오해나 비용에 대한 우려로 병원 진료를 받지 않는 환자들이 많다”라며 “아무런 조치 없이 수십 년 동안 건선을 방치하고 50~60대가 돼서 처음 병원에 찾아온 환자들을 보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질병의 중증도를 판단할 때 환자의 정신 건강과 삶의 질을 반영할 수 있는 지표가 필요하다는 것이 박 교수의 견해다. 기존의 규정들은 단순히 병변의 크기와 과거 치료 기록에 의존해 환자들의 현실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학업과 직장생활 등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 ‘삶의 질 지표’가 포함돼야 산정특례 제도의 실질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라며 “치료 비용뿐 아니라, 건선 환자가 숨지 않도록 배려하고 이해해주는 사회적 변화도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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