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 부담·사업성 악화 우려에 머리 아픈 건설업계

입력 2024-01-2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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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의 모습. (연합뉴스)

건설업계가 유동성 위기와 사업성 악화 우려에 시달리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택시장 침체와 공사비 상승 등으로 경영환경, 자금조달 상황이 녹록지 않을 뿐 아니라 건설업계를 향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할 수 있는 관측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어서다.

2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주요 건설사는 올해 전략 방향을 선별 수주로 잡고 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분양 시장 분위기가 썰렁해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한건설협회의 조사를 보면 올해 상반기 적용 건설업의 하루 평균 임금은 27만789원으로 1년 전보다 6% 상승했다. 3년 전인 2021년과 비교해서는 14.8% 높아졌다. 시멘트 값은 지난해 11월 기준 11만1000원으로 2020년과 비교해 48% 올랐고 철근값은 최근 2~3년 새에 40%가량 비싸졌다.

이런 요인이 반영되면서 국내 주요 건설사의 주택부문 원가율은 90%대를 웃돌고 있다. 사업을 하고도 사실상 남길 수 있는 돈이 거의 없는 셈이다.

A 건설사 관계자는 "원가율이 워낙 높고 공사비 상승도 이어지고 있어 자칫 잘못하면 공사를 진행할수록 손실만 쌓이는 상황이 될 수 있어서 어느 때보다 사업성을 까다롭게 따질 수밖에 없다"며 "어쩌면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더 나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영업활동을 완전히 멈출 수는 없지 않겠냐"며 갑갑함을 호소했다.

실제 건설사들이 수주에 극도로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 입찰이 유찰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입찰을 진행한 서울 신반포 27차 재건축은 강남에 있는 데다 공사비도 낮지 않은 수준이지만 아무도 응찰하지 않았다. 나쁘지 않지만, 적극적으로 뛰어들 만큼 사업성이 좋다고 보지 않은 것이다.

모두 사업성이 확실한 곳에 집중하려다 보니 중소·중견 건설사의 걱정은 더 크다. B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사들이 외면한 곳은 사업성이 부족하고 집중하는 곳은 끼어들기 힘들 테니 규모와 인지도가 밀리는 곳은 더욱 어렵다"며 "그 안에서 좋은 프로젝트를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지만 잘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등으로 건설사에 대한 시장의 재무 우려가 커진 것도 큰 걱정거리다. C 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경영상황이 좋지 못할 것으로 예상돼 자금조달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업계 20위권 내에 있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건설사 전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더욱 짙어졌다"며 "회사의 재무 상태나 프로젝트의 사업성 등에 문제가 없어도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D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계 전반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금융권과 시장의 시선이 워낙 예민한 상황이라 관련 이슈에 엮이지 않으려고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지금은 작은 오해라도 생기면 안 된다는 생각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했다.

금융권이나 금융투자업계 등에서 부정적 전망·분석이 이어지는 것도 부담이다. E 건설사 관계자는 "금융권의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고 증권사, 신용평가사 등에서 나름의 분석과 전망을 제시하는 것도 당연하다"면서도 "때로는 위험이 현실보다 과장되는 측면이 있고 이런 것들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건설업계의 처지를 더 난처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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