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 생기로운 ‘호흡 생활’

입력 2024-01-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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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있어 가장 결정적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이 중요한 호흡을 의식하지 않고 살아 간다. 호흡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건강하게 될 수도 있고, 건강이 악화되어 죽음을 재촉할 수도 있다.

병원에 근무하다 보면 최악의 상태에 있는 환자들 모두 짧게 헐떡거리면서 숨을 쉰다. 수술 후의 환자들은 호흡재활이라는 것을 한다. 깊은 호흡을 통해 폐 근육을 강화시켜 마취 후 약해진 폐를 되돌리기 위해서다. 전신의 혈액 순환을 도와 회복을 돕는 효과가 있다. 어떻게 호흡을 하는 것이 우리 몸을 살리는 호흡일까?

입호흡 오래하면 얼굴형태 변형돼

제임스 네스터는 코로나19가 대유행한 2020년 ‘호흡의 기술’을 발간했다. 이 책은 생물학의 변방에서 관과되어 왔던 호흡을 뜨거운 화두로 부상시켰다. 저자와 그의 친구는 입 호흡이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알아내기 위한 실험을 하였다. 열흘간 코를 막고 일상생활을 한 후 혈액검사, 염증 지표, 폐기능, 호르몬 수치 등을 측정하였다. 입 호흡은 코골이를 48배나 증가시켰고, 그들은 수면 중 무호흡증을 경험하게 되었다. 혈압은 평균 13mmHg 정도 상승했으며, 맥박수도 증가하였고, 체온은 떨어졌고, 기분도 나빠졌다. 필자도 새해 첫 주부터 독감에 걸려 코가 막혀 입 호흡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입 호흡을 하니 입이 바짝 마르면서 안 그래도 아픈 목과 편도가 더 따갑게 느껴졌고, 밤새 갈증을 느껴 잠에서 깨기를 반복했다. 감기가 나으면서 코 호흡을 할 수 있게 되자 코를 통해 들어오는 공기가 시원하게 느껴져 감사했다.

입 호흡이 해로운 이유는 무엇일까? 입 호흡은 얼굴의 외형을 바꾸어 놓으면서 다시 입 호흡을 하게 만든다. 비염 때문에 입 호흡을 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부비동의 충혈이 눈 밑의 정맥 울혈을 유발하여 다크서클이 생긴다. 입 뒤의 연조직으로 이루어진 공간이 느슨해지면서 내부로 휘어들고 줄어들어 얼굴이 아래쪽으로 길어지고, 평소에 입이 벌어진 상태가 된다. 반면 코 호흡을 하면 목구멍 뒤쪽에 있는 연조직들에 압력이 가해지면서 기도 폭이 넓어지고 숨 쉬기가 쉬워진다.

코 호흡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코 점막과 코털이 인체의 첫 방어선으로 이물질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코를 통해 들이쉬어진 공기는 따뜻하고 촉촉해진다. 성경에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만드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살아있는 영이 되었다’고 기술되어 있다. 8세기 중국 문헌에는 “코가 ‘하늘의 문’이니, 코로 숨을 쉬어야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우리 몸은 30세 이후로 노화가 진행되어 기억력, 근력을 조금씩 잃어간다. 제대로 숨 쉬는 능력 역시 잃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갈비뼈가 얇아지고, 폐를 둘러싸는 근육도 약해지며 폐활량이 감소한다. 나이가 들면서 더 빨리, 더 크게 숨을 쉬려고 애쓰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몸은 유연성이 있어서 노력으로 어느 정도 변화시킬 수 있다.

느리고 깊은 코호흡이 몸에 활력 줘

20세기초 독일의 유명한 물리치료사인 카타리나 슈로트의 이야기이다. 슈로트는 어려서부터 척추가 심하게 구부러지는 척추측만증 진단을 받았다. 척추 보조기를 오랫동안 착용했지만 차도가 없었다. 누워서 지내야 했던 16세의 슈로트는 풍선에서 영감을 받아 호흡을 통해 척추측만증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풍선에 바람을 넣으면 부풀어 오르듯이, 호흡을 통해 폐를 키워서, 골격 구조를 변화시켜 보자는 아이디어였다.

슈로트는 본인이 개발한 호흡 치료를 5년동안 지속했고, 놀랍게도 당시 의학으로 치료할 수 없었던 본인의 척추측만증을 치료했다. 이후 병원에서 포기한 척추측만증 환자들을 모아 호흡을 통해 치료를 하였고, 이 슈로트 운동법은 현대 재활의학과에서 척추측만증 치료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는 들숨을 통해 산소를 받아들이고, 날숨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내보낸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천천히, 깊게, 코로 호흡할 때 우리 몸은 회복된다. 느리고 깊은 호흡을 할 때 뇌로 가는 혈류가 늘어 신경계의 기능이 최고로 활성화된다. 새해를 맞이하여 우리 몸에 생기를 불어넣는 깊은 호흡을 습관으로 만들어 건강한 삶의 첫걸음을 내딛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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