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갔던 ‘초록뱀미디어’, 몰락의 시작은 [이슈크래커]

입력 2023-11-22 16:01 수정 2023-11-2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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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뱀미디어가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습니다. ‘나의 아저씨’, ‘펜트하우스’, ‘나의 해방일지’ 등 수 많은 화제작을 제작하며 한국 대표 콘텐츠 기업으로 주목 받았던 초록뱀미디어의 갑작스런 소식에 업계는 물론 투자자들까지 멘붕에 빠졌는데요.

실적 등 펀더멘털이 견고한 상황에서 상장폐지 사유가 ‘오너 리스크’라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유명 여배우의 남자친구로 알려졌던 사업가 강종현과도 얽혀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초록뱀미디어의 몰락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일단 초록뱀미디어 측은 이의신청서를 제출한다고 밝힌 상태인데요. 이번 사태의 원인은 무엇인지, 책임은 어디에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사진제공=tvN
▲사진제공=tvN
초록뱀미디어, 상장폐지 의결…소액주주 어쩌나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초록뱀미디어 주권의 상장폐지를 심의, 의결했습니다. 초록뱀미디어는 5400원에 거래가 중지된 상태입니다. 상장폐지 사유는 원영식 전 초록뱀 그룹 회장의 배임 혐의입니다. 연예계 ‘큰 손’으로 알려진 원 전 회장은 대형 연예기획사에 투자해 큰돈을 벌었고 2015년 드라마 제작사 초록뱀미디어의 경영권을 인수해 연예계 대부로 거듭났습니다. 초록뱀미디어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나의 해방일지’‘추노’‘불새’등을 제작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입니다.

원 전 회장은 2021년 9월 호재성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자녀 소유 법인에 초록뱀미디어 전환사채(CB) 콜옵션을 무상으로 부여해 회사(초록뱀미디어)에 15억 원의 손해를 입히고 주가 상승으로 24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특경법상 배임·자본시장법 위반) 등으로 7월 구속기소 됐습니다.

여기에 원 전 회장은 사업가 강종현이 실소유주라는 의심을 받는 빗썸 관계사 등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강종현 주가 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초록뱀미디어는 2021년 이승기의 전 소속사인 후크엔터테인먼트룰 인수했는데요. 후크 소속 배우 박민영의 전 연인인 강종현씨가 실소유한 빗썸 관계사 등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주가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강씨도 2월 사기적 부정거래, 횡령 등 혐의로 구속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검찰은 원 전 회장이 강종현 주가 조작에 사실상 ‘돈줄’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는 것이죠.

검찰에 따르면 원 전 회장과 강씨 남매는 2021년 1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빗썸 관계사인 비덴트와 버킷스튜디오가 보유한 전환사채(CB) 콜옵션을 원 전 회장 자녀가 출자한 회사에 무상으로 부여해 이들 회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았는데요. 당시 비덴트와 버킷스튜디오 주가가 전환가액 대비 2~3배에 달해 원 전 회장 측에 거액의 부당이득이 예상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내부거래·탈세 혐의 세무조사→상장폐지…오너리스크 ‘발목’

원 전 회장의 구속 이후 ‘오너리스크’는 그룹 전체로 향했고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게 됩니다. 6월 원 전 회장이 주가조작 및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후 초록뱀미디어의 주식은 5400원에 거래가 중지된 상태인데요.

8월 말 한국거래소 시장본부는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에 초록뱀미디어를 상장 적격상 실질심사 대상으로 올렸습니다. 기심위는 지난달 25일 초록뱀미디어의 상장폐지여부를 심의한 결과 ‘상장폐지’로 심의했습니다.

초록뱀 그룹은 7월 원 전 회장이 구속된 이후 그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립 경영을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는데요. 초록뱀 그룹은 기자회견을 통해 그룹 쇄신 방안을 발표하고 계열사마다 ‘초록뱀’이라는 단어를 회사 이름에서 삭제하는 등 이미지 제고에 나섰지만 악재는 이어졌습니다.

9월 중순 서울지방국세청은 초록뱀그룹 계열사에 대해 전방위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했는데요. 빗썸 관계사에 대한 횡령 등 혐의로 원 전 회장이 구속된 이후 초록뱀그룹 계열사 간 거래와 세금탈루 의혹이 제기된 것입니다. 국세청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강남구 초록뱀미디어 본사에 투입했는데요. 세무조사 대상에는 초록뱀미디어와 함께 오션인더블유, 씨티프라퍼티(구 초록뱀컴퍼니) 등 계열사 상당수가 포함됐습니다. 검찰조사의 연장선에서 세금부문에 대한 조사와 그동안 제기된 계열사 간 거래와 세금 탈루 의혹 등 불법행위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것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초록뱀미디어 “한국거래소에 상장폐지 이의 신청서 제출”

초록뱀미디어는 코스닥 상장 규정에 따라 한국거래소에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나서 상폐를 막고자 하고 있는데요. 거래소는 20영업일 이내에 코스닥 시장위원회를 열어 개선 기간 부여 방안을 비롯한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합니다.

초록뱀미디어는 22일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의결에 반발해 이의신청을 하기로 했습니다. 올해 7월 상장적격성 실질검사 대상으로 결정된 이후 관련 조사에 성실히 임했고 거래소가 요구한 경영 개선 계획서도 제출했다는 입장입니다. 이번 이의신청서에는 회사의 안정적 재무구조와 기업 연속성, 투명 경영성 등을 강력히 피력하겠다는 계획인데요.

실제로 초록뱀미디어의 실적 개선 기조는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올해 3분기까지 1665억 원의 매출을 올려 지난해를 뛰어넘는 역대 최대 실적 갱신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영업이익도 꾸준히 유지되고 있어 내실 있는 경영을 시현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초록뱀미디어는 내년 성장 기조를 더욱 가속화한다는 방침입니다. 작품 라인업을 올해 대비 확대하고 웹 3.0 등 다양한 혁신적 시도를 통해 양적·질적 성장을 구가하겠다는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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