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물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농산물 수급 조절을 위한 비축기지도 재조명받고 있다. 국제 곡물가격 상승에 따른 식량안보는 물론 국내 생산 변동에 따른 물가 상승도 관심의 대상이 됐다. 이에 국내에서 생산한 농산물과 수입하는 농산물을 보관했다가 시장 가격 동향에 따라 방출하는 비축기지의 역할도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 비축산업은 국내산 농산물과 WTO 협정에 따라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농산물을 보관했다가 가격이 오르거나 물량이 부족하면 시장에 방출해 가격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정부 비축사업을 담당하는 곳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다. aT 농산물의 원활한 수급 조절과 가격안정을 위한 비축기지를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대구경북권, 부산경남권 5개 권역에서 14개 운영 중이다.
비축 대상 품목은 국내산 수매 11개 품목(고추·마늘·양파·땅콩·두류·사과·배·배추·무·밀·감자), 수입 9개 품목(고추·마늘·양파·생강·참깨·땅콩·콩·팥(녹두)·감자)로 구성된다.
16만27㎡의 부지에 보관 면적이 1만9780㎡인 이천비축기지는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다. 2일 방문한 이천비축기지의 첫인상은 거대하고 넓었다. 지난달 31일 기준 8382톤의 농산물이 이 곳에서 보관 중이다. 창고를 들어서니 섭씨 10도의 서늘한 온도에 일정한 간격으로 층층dl 쌓인 농산물이 눈을 사로잡았다.
이천비축기지에 가장 많이 보관된 것은 현재 콩이다. 수매콩과 수입산콩, 수입산 콩나물콩 등에 이어 참깨와 수입산 고추 수매감자와 수매밀 등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가장 많은 이동이 있는 것은 김장철을 맞아 필요한 김장용 재료들이다. 현재 무는 24톤이 보관 중이고 주재료인 배추는 이천비축기지를 거쳐 시장으로 나갔다.
김영백 aT 이천비축기지 관리소장은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등 농산물 이동이 많은 시기"라며 "보관하고 있던 배추는 며칠 전에 모두 시장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이천비축기지에는 모두 2만977톤의 농산물이 들어왔고 2만2398톤이 출고됐다.
aT는 앞으로 비축기지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 규모 확대는 물론 현대화에 힘을 쏟고 있다. 앞서 2013년부터 총 1075억 원을 투입해 충청,·호남·대구경북·부산경남 4대 권역 비축기지의 광역화·현대화 작업을 완료했다. 보관능력을 10만 톤으로 늘려 국내 비축 물자의 보관과 물류 효율성을 높였다.
김춘진 aT 사장은 "aT는 밀·콩 등 국산 식량작물을 다량 수매 보관하고 신제품 개발과 판로 확대를 지원해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곡물 전용 비축기지를 신규로 설치해 미래 식량안보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