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과한 조사라 생각...성과내기 모양새로 보여져”
공정거래위원회가 식음료업계를 향해 전방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공정위의 이번 조사는 단순히 올해 들어 치솟은 물가관리 차원에서 가격담합(카르텔) 사례를 살피는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독과점 남용, 불공정거래, 내부거래, 부당지원, 하도급 등 그 조사 범위가 말 그대로 전방위다. 업계는 올 4월 정책 부서와 조사 부서가 완전히 분리된 공정위 조직개편의 여진이 식음료업계까지 뻗쳤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7일 본지 취재 결과, 공정위는 최근 CJ제일제당을 비롯해 농심, 매일유업 등 주요 식품기업을 상대로 전방위 조사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복수의 식음료 기업을 물망에 올리고 조사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유력 기업은 동서식품, 하이트진로, 스타벅스 코리아 등이다.
특히 공정위가 이번에 현장조사를 벌인 사유는 하나에 국한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그동안 식음료업계를 상대로 들여다보던 가격담합 등 카르텔에 국한하지 않은 것이다. 각 사가 주요 포트폴리오로 내세우는 제품군을 중심으로 가격 현황을 살피는 한편 계열사에 대한 내부거래, 그룹 산하 계열사 간 내부거래, 협력사(하도급) 횡포까지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식품업계 A사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관리관 산하 실국에서 조사를 다녀갔다”면서 “이미 우리는 가격인하를 단행한 터라 카르텔 사안은 아니고 불공정거래, 내부거래 문제 등 다양하게 들여다 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실제로 CJ그룹의 경우 최근 지주사인 ㈜CJ, CJ푸드빌, CGV 등을 상대로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의 현장 조사를 받았다. 계열사 간 총수익스와프(TSR)와 같은 파생금융상품 거래 형태로 이뤄진 지원이 부당지원에 해당하는 지를 들여다 본 것이다. 이를 위해 공정위는 기업집단감시국 10여 명을 파견해 샅샅이 살폈다. 공정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달 말에는 CJ제일제당을 상대로 독과점 남용, 불공정거래 관련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농심의 경우, 최근 라면 가격인하를 했음에도 공정위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물가관리 차원에서 라면과 과자 등 식품가격 전반을 살핀 것은 물론 신동원 회장 취임 이후 계열사 간 부당지원, 내부거래 등을 중점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업계 B사 관계자는 “농심은 정부의 물가 관리 정책에 적극 부응했는데도 최근 공정위가 다방면으로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안다”며 “조직개편 이후 성과내기 급급한 조사관리관 산하 실국에서 다소 과한 조사를 한 것은 아닌가 싶다”고 했다.
실제로 공정위는 올해 4월 조사 부서와 정책 부서를 완전히 분리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신설된 1급 조사관리관이 조사 업무를 총괄하고, 같은 1급인 사무처장이 정책 업무만 맡는 식이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같은 1급이지만 조사관리관의 파워가 더 세지게됐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조사관리관 산하에는 시장감시국, 카르텔조사국, 기업집단감시국, 기업거래결합심사국 등 조사담당 핵심과가 모두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조직개편 이후 조사관리관 산하에서 저마다 성과를 내기 위해 식음료업계까지 칼날을 뻗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조직개편 직후 통신사와 시중 은행, 증권사를 상대로 공정위는 전방위 담합조사를 벌인바 있다.
업계는 이번 조사는 하반기까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년 총선을 목전을 둔 상황에서 국민 민생과 직접적인 식음료 업계의 부당거래, 내부거래는 국면전환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현재 공정위 조사가 거론되는 C사 관계자는 “이미 지난달 말부터 공정위 조사가 임박했다는 얘기를 들었고 초읽기 상태라고 들었다”면서 “이로 인해 회사 분위기가 뒤숭숭하고, 특히 오너 일가와 경영진의 신경이 매우 날카로운 상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