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넥슨 제외 대부분 게임사 ‘역성장 쇼크’
“K-게임, 서사 갖춘 PCㆍ콘솔 신작 출시해야 할 때”
올 2분기 주요 게임사 중 넥슨만 성장하며 게임업계가 적자 늪에 빠졌다. 더 이상 모바일에 최적화된 ‘리니지라이크’(리니지와 비슷한 게임류) 한국형 다중접속역할게임(K-MMORPG)의 성공 방정식이 통하지 않는 모양새다. 변화하는 게임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장르ㆍ플랫폼의 신작 출시에 몰두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1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올 2분기 엔씨소프트의 모바일 리니지 시리즈 중 ‘리니지2M’과 ‘리니지W’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5%, 54% 하락했다. 이같은 영향으로 엔씨소프트의 올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 71% 가량 줄어들었다.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3종 모바일게임은 2022년 매출액이 1조 8800억 원을 기록한 바 있는 엔씨소프트의 철옹성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매출이 지속적으로 급감하고 있다. 3종 모바일게임의 합산 매출액은 지난해 2분기 4610억 5300만 원, 지난해 4분기 3719억 7800만 원, 올 2분기 2925억 8600만 원으로 점점 줄고 있다.
1998년 서비스를 시작한 ‘리니지’는 한국 게임 산업의 성장을 이끈 타이틀로 꼽힌다. 출시 25주년을 맞이하는 현재 시점까지도 대다수의 국산 MMORPG는 ‘리니지’의 기본 설계를 따르고 있다. 이른바 K-MMORPG의 근간이다. 국내 게임사들은 리니지의 성공에 힘입어 이와 비슷한 형식의 K-MMORPG 게임을 양산해냈다.
그러나 최근 K-MMORPG는 유저들에게 비판을 받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뽑기)에 의존하는 고과금 비즈니스모델(BM) 형식 영향으로 풀이된다. 고과금 BM은 게임사 입장에서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지나친 페이투윈(P2W) 방식이 피로감을 유발한다는 점에서다. 특히 K-MMORPG가 최적화된 모바일 플랫폼에 대한 지루함도 커지는 모양새다.
리니지라이크류 게임을 내놨던 게임사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올 3월 아키에이지워를 선보인 카카오게임즈의 2분기 영업이익은 26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 감소했다. 4월에 나이트크로우를 출시한 위메이드는 2분기 40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를 지속했다. 6월 제노니아를 내놓은 컴투스홀딩스는 영업손실 124억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국내 게임사들이 적자 늪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모바일 중심의 K-MMORPG를 벗어나 장르ㆍ플랫폼 다변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홍 숭실대 교수는 “이번 게임사의 실적 마이너스는 모든 게 정체 돼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K-MMORPG에 안주해온 결과”라며 “이제 크로스플랫폼, 서브컬처 등으로 다변화해 북미, 유럽과 같은 큰 시장으로 나가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다행인 건 일부 국내 게임사들이 PC와 콘솔 게임 출시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네오위즈는 9월 19일 ‘P의거짓’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동안 국내 게임사가 잘 시도하지 않던 콘솔 플랫폼에 다소 마이너한 ‘소울라이크’라는 장르를 채택했다. 엔씨소프트도 쓰론앤리버티(TL)를 12월 국내에 출시한다. 확률형 BM에서 벗어난 시즌패스를 택했다. 콘솔·PC 기반의 게임이라는 점에서도 변화가 있다.
다만 탄탄한 PCㆍ콘솔 지식재산권(IP)이 나오려면 스토리 측면에서 유저들을 만족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K-MMORPG에서는 서사가 크게 중요하지 않아, 그동안 한국 게임은 스토리를 등한시 해온 면이 있다”며 “북미와 유럽에서 잘 나가는 콘솔 게임은 유저들이 콘솔 IP의 스토리 자체에 빠져있는 것이기 때문에 국내 게임사들은 스토리가 탄탄해지도록 매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