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 저고위 부위원장 "육아휴직, 출산휴가만큼 당연히 여겨져야" [인터뷰]

입력 2023-07-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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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청년 정주여건 개선' 정책의제로…"주거 지원, 우선순위 따라 차등 필요"

▲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 연장(10일→20일)과 ‘3+3 부모육아휴직제’ 지원기간 연장(3개월→6개월)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고위)가 마련 중인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수정안’의 핵심 추진과제다. 일하는 부모에게 ‘아이와 함께할’ 시간을 보장해준다는 취지다.

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12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출산 초기 산모가 산후조리원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로 배우자의 역할을 회의적으로 보는 분들도 있다”며 “하지만 부모가 함께 아기를 돌보면 육아휴직 사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다른 자녀가 있다면 배우자가 조리원에 머무는 동안 남편이 그 자녀를 돌볼 수 있다는 점에서 배우자 출산휴가 정도라도 충분히 쓸 수 있도록 하자는 방향으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저고위는 3월 28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1차 회의에서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추진방향 및 과제’를 발표했다. 저출산 5대 핵심분야는 질 높은 돌봄·보육, 부모 육아시간 보장, 가족 친화적 주거서비스 제공, 양육비용 경감, 의료비용 경감이다. 현재 저고위는 부모 육아시간 보장을 위한 세부 추진과제를 검토 중이다. ‘3+3 부모육아휴직제’ 확대도 같은 맥락이다. 김 부위원장은 “전체 휴직기간에 대한 급여 상한을 올리지는 못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사용 가능한 기간에는 상한을 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출산휴가·육아휴직 사용여건 개선을 위한 캠페인도 병행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이용 가능해야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김 부위원장은 “중소기업들을 방문해 의견을 들어봐도 출산전후휴가나 배우자 출산휴가에 대해선 당연히 보내줘야 한다는 인식이 많지만, 육아휴직에 대해선 답변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며 “육아휴직도 출산휴가만큼 당연하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과 함께 사회 전반적인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업들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 사항에 육아휴직 사용률 등을 추가하는 게 일례다.

근본적으론 노동시간 유연화가 필요하다. 그는 “스웨덴도 그렇고, 네덜란드도 노동시간이 짧다. 정규직 파트타이머 등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에게 특화된 일자리가 있다”며 “한국은 출산·육아를 포기하고 장시간 일하거나, 출산·육아를 위해 일을 그만두는 것 말고는 옵션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는 반일제 정규직인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도입했으나, 전일제 정규직과 차별 논란에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김 부위원장은 “10년 전에는 가로막히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없어진 것도 지금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저출산 대책의 특징 중 하나는 ‘지방청년 정주여건 개선’이 정책의제로 다뤄지고 있단 점이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달 ‘제2차 미래와 인구전략포럼’에서 전남 영광군 사례를 소개했다. 그게 얼마나 보편적으로 확산할 수 있을지는 따져봐야겠지만, 지방 기업에 취업했을 때 장려금이나 주거비 등을 패지키로 지원하는 사례를 위원회 차원에서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앙 차원에선 부처 간 정책을 조정·연계·개발하고, 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나 시·도지사 협의회를 통해선 성공 사례를 공유하면서 새로운 의제들을 발굴해나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지방 중소도시의 여성 일자리 부족은 중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다. 지역 간 일자리 불균형에 따른 지방 중소도시 20·30대 여성 유출로 지역 간 성비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김 부위원장은 “지방 여성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대도시에 직장을 두고 지방에서 여유로운 삶을 즐기며 원격으로 일할 수 있다면 그 문제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고위는 올해 12월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수정안을 발표한다. 수정안에는 배우자 출산휴가 확대 등 추가 과제뿐 아니라 기존 정책 재구조화 방안도 포함할 예정이다.

김 부위원장은 “결혼에 진입장벽이 되는 제약 조건들을 줄여주는 것, 출산·양육을 좀 더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그 핵심은 주거와 세제 지원인 것 같다”며 “3월에 자녀를 둔 가구, 신혼부부, 미혼 청년 순으로 우선순위를 설정하겠다고 밝혔고, 국토교통부에도 이 우선순위에 맞춰 청약제도 등 개선안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해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청년들의 결혼 포기 배경 중 하나인 ‘인지적 비용’을 낮추는 데에도 앞장선다. 김 부위원장은 “민간업체 등 여러 곳에서 결혼비용을 조사해 발표하는데, 여기에는 자산 취득인 주거비가 포함돼 있다. 결혼비용을 과도하게 보여주는 측면이 있다”며 “자가를 마련하는 게 결혼의 조건처럼 인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는 정부 정책도 일조했다. 그는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당장 필요한 건 ‘주거’이지 ‘자산’이 아니다”라며 “안정적 주거가 필요한 사람들과 묶어 자산 취득 경쟁을 부추길 게 아니라 청년에 월세, 신혼부부에 전세자금, 유자녀 부부에 주택 분양·매입자금을 지원하는 식으로 필요에 따라 지원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저고위는 4차 기본계획 수정안 발표에 앞서 저출산 대책, 고령화 대책을 순차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저출산 대책은 8월 발표한다. 김 부위원장은 “지금은 발굴·제안된 여러 정책을 보완하고 정리하는 단계”라며 “전문가 검토와 우선순위 정리, 실행 가능성 검토, 부처 검토 등을 거쳐 내년 예산안에 반영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반영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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