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디지털 윤리 규범의 기본 원칙들을 우리의 디지털 경제·사회 활동에 구체적으로 적용하고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디지털 질서 규범 제정을 위한 국제기구 설치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열린 '파리 디지털 비전 포럼'에 참석해 이같이 말하고 "국제기구 설치방안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는 것이 의미가 있다. 국제적 합의 도출을 위해선 유엔 산하에서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데이터와 AI(인공지능)로 대표되는 디지털은 우리가 그동안 풀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챗GPT, 바드, 라마와 같은 AI 기술은 언어 이해 능력을 기반으로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여겨져 온 창작 영역에까지 이르렀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발명, 기술개발, 예술창작 등 사람과 AI의 콜라보를 통한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내는 한편, 그 독창성의 원천과 법적 권리관계에 관해 엄청난 혼란을 빚어내고 있다"며 "또한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한 통제가 불가능해지는 중대한 사회적 리스크를 일으키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인류의 문명은 기술에 기반해 진보를 거듭해왔다"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그 빛에 매몰돼있는 사이 기후위기, 양극화 심화, 인간성 상실, 대량 살상무기, 민주주의의 불안과 위기 등 돌이킬 수 없는 실존적 위험과 마주하게 됐다. 우리는 이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세계적으로 40개에 해당하는 AI 법·제도가 최근 각국에서 통과됐고, 대한민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디지털 권리장전을 준비하고 있다"며 "디지털은 국경이 없고, 연결성과 즉시성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보편적 디지털 질서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무엇보다 디지털은 프랑스 혁명 사상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자유를 확대하는 데에 기여해야 하고, 자유를 억압하는 데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윤리원칙을 가장 먼저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디지털의 개발과 사용에 있어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이 절대 가치로 존중되고, 나아가 인류의 후생을 확대하는데 기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지털 자산에 대한 권리관계는 개발과 보상 체계에 입각해 명확하게 정의돼야 하고, 자유로운 계약에 의한 데이터와 결과물의 거래가 보장돼야 한다"며 "디지털의 개발과 사용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디지털 사용능력에 대한 격차 해소 방안이 국제적 차원에서 함께 모색돼야 한다"며 "공공재인 디지털 데이터와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정한 접근과 기회의 균등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디지털 데이터와 정보의 개발은 그 가치가 정당하게 평가돼야 하고, 투입되는 투자와 노력에 대해 공정한 보상체계가 작동돼야 한다"며 "디지털 개발과 사용은 공동체의 위험을 초래하지 않도록 위험에 대한 정보는 즉각적으로 공유되고 공표돼야 하며, 상응하는 적정 조치가 이뤄지는 규제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유지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 규제를 위반하는 것은 불법행위로서 강력한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규제시스템의 작동, 다시 말해 디지털 규범의 집행에 관해 국제 사회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의 미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함께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이라며 "디지털 윤리 규범 제정을 위한 국제기구 설립은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미래를 위해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