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본토 생산공장까지…IRA 정면 돌파하는 中배터리 기업

입력 2023-06-17 06:00 수정 2023-06-1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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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궈시안 美 배터리 부품 공장 추진
IRA 우회해 美 시장 진출하는 中기업
美 '텃밭' 삼으려던 국내 업체 속앓이

▲중국 상하이에 있는 궈시안의 본사 모습.  (출처=궈시안 홈페이지)
▲중국 상하이에 있는 궈시안의 본사 모습. (출처=궈시안 홈페이지)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우회해 합작법인 형태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이제는 미국 현지에 공장 건설에 나서고 있다. 중국이 배제된 북미 시장을 ‘텃밭’으로 삼으려던 국내 배터리 업계는 중국의 이런 움직임을 주시 중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 업체 궈시안의 미국 법인인 ‘고션’이 미국에 양극재·음극재 공장을 지을 수 있게 됐다.

폭스뉴스를 비롯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 산하 외국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고션의 미시간주 공장 건설이 미국 국방 물자생산법(DFA) 등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고션은 지난해 10월 미시간주에 24억 달러(약 3조 원) 규모의 배터리 양극재·음극재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일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고, 고션은 4월 CFIUS에 자발적으로 관련 서류를 내고 안보 위협 여부에 대한 검토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CFIUS가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낸 것이다.

배터리 업계는 미국 정부가 고션의 미국 공장 설립을 사실상 승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에서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나왔기 때문에 결국 중국 배터리 업체의 공장 설립을 막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궈시안은 올해 누적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기준 세계 8위 규모의 배터리 업체다. 중국 리젠 회장이 세운 기업으로 중국 허페이시에 본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최근 독일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그룹이 회사 지분의 26%를 매입해 최대주주에 올랐고, 스위스 증시에 상장하는 등 중국 정체성을 지우려 노력 중이다.

미국 정부가 IRA를 발효함에 따라 중국 업체는 미국의 전기차 공급망에서 배제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 업체의 진출이 막힌 북미에 공격적으로 생산시설을 늘려왔다. 그러나 중국 배터리 업체가 잇따라 우회 방식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며 국내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는 2월 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과 손잡고 미시간주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포드가 공장 지분을 100% 갖고 CATL로부터 기술을 받는 구조로 규제를 우회했다.

최근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CATL의 배터리를 사용한 ‘모델3’에 대해 IRA 보조금 전액인 7500달러를 받게 됐다. 테슬라는 미국 내에서 조립된 배터리 부품을 중국 CATL 공장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보조금 조건을 맞춘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궈시안 자체는 아직 규모가 큰 기업도 아니고 미국에 짓겠다는 공장도 소재 부품 쪽이기 때문에 국내 업계에 크게 부정적인 소식은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다만 이런 식으로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우회 미국 진출이 늘어나고 있는 건 업계 입장에서 긴장하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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