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시을·서울 관악구갑 출마설
우병우, 경북 영주시·대구 출마 거론
양당 갑론을박...상대방엔 출마 부추겨
박근혜·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들이 내년 총선을 흔들 변수로 부상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박근혜 정부에선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하지만 양당에서는 중도층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달갑지 않은 기색을 표출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의 출마설은 지난해 11월 ‘조국의 법고전 산책’을 출간한 이후 전국에서 북콘서트를 진행하면서 흘러나왔다. 일각에서는 북 콘서트에 동행하는 딸 조민 씨의 출마설까지 전망하는 얘기가 있었다.
이 같은 출마설은 10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난 뒤에 확실시됐다. 조 전 장관은 10일 자신의 SNS에 “문재인 전 대통령님을 오랜만에 찾아뵙고 평산책방에서 책방지기로 잠시 봉사한 후 독주(매우 독한 술)를 나누고 귀경했다”고 밝혔다. 평산책방은 문 전 대통령이 4월 말 운영하기 시작한 서점이다.
조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모든 것이 부정되고 폄훼되는 역진과 퇴행의 시간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며 “지도도 나침반도 없는 ‘길 없는 길’을 걸어 나가겠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이 있는 경남 양산시을, 자신이 교수로 재임했던 서울대학교가 있는 서울 관악구갑 등으로 출마가 거론된다. 경남 양산의 경우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1.7%포인트 표차로 접전을 벌였던 격전지로, 조 전 장관이 출마한다면 험지 출마 형식이 될 것이라는 정치권 내 전망이 강하다.
우 전 수석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평생 공직에 있었으니 국가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뭘까를 많이 생각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출마를 시사했다. 우 전 수석은 자신의 고향인 경북 영주시나 박 전 대통령의 상징인 대구 지역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 전 부총리도 경북 경산에 출마 의지를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최 전 부총리는 출소 후에 경산 당원들에게 장문의 문자를 돌리면서 귀환을 알렸다”면서 “출마에 뜻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북 경산은 최 전 부총리가 4선을 한 곳으로 지역구 조직력이 있어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당선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있다.
하지만 양당의 입장은 난감하다. 과거 정부 인사들이 호불호가 갈리는 만큼 집토끼(고정 지지층)을 쫓다가 중도 표심을 잃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양당에서는 이들의 출마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친명계 장경태 의원은 14일 YTN 라디오에서 “조국 장관이 본인과 관련된 여러 가지에 대해 국민들께 평가받을 과정은 결국 정치밖에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명계 조응천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조 전 장관이) 민주당에 조금이라도 애정이 있다면 출마는 접으시는 게 좋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에서도 우 전 수석 출마와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우 전 수석과 최 전 부총리의 출마설에 대해 “저는 금시초문”이라며 답을 피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도 12일 “당에서는 우 전 수석의 출마에 대해 단 한 번도 말이 나온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김성태 전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우 전 수석은 법적으로는 사면복권을 통해 완벽하게 회복됐다”며 “본인이 정치적으로 명예회복을 위해선 다들 내년 총선이 기회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대방을 향해서는 두 수석이 출마해야 한다고 종용하고 있다. 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바라마지 않는 일이다. 조국 전 장관 출마하라고 새벽 기도 다니고 싶다”고 말하며 조 전 장관 출마를 반겼다. 박성민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13일 CBS 라디오에서 “솔직히 우병우 변호사가 나오면 땡큐”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