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해지율 통일하자" 출혈경쟁 촉발 무해지보험 제동

입력 2023-06-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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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3-06-14 17:37)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보험사간 유불리 있어 의견 갈려
담합 이슈 시책과열 우려도 공존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은 과도하게 높게 가정해서 계산하면 특정 보장성 상품의 손익분기점이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는데 이같이 잘못된 계산 근거에 의해 무해지보험 출혈 경쟁이 촉발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보험상품의 가격이나 시책, 담보 종류에 민감한 법인대리점(GA) 시장에서는 출혈경쟁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다.”(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5월15일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

금융당국이 보험사 실적 부풀리기의 ‘원흉’으로 지적되고 있는 무·저해지보험에 대한 손질에 나선다. 무저해지보험은 경험 통계가 없는 점을 악용해 신계약이자마진(CSM)과 상품 수익성을 부풀리는 등 늘상 출혈 경쟁이 지적돼왔다. 일부 손해보험사는 예측되는 해지율을 과도하게 낮춰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만큼 상품 개발 때부터 공통 해지율을 적용하자고 당국에 건의한 상태다. 하지만 회사별 유·불리와 담합 이슈, 시책 과열 등이 맞물리면서 보험사 간 의견은 엇갈리는 모습이다.

14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다음 주 생명보험사 상품개발 임원을 소집해 무·저해지상품과 관련한 회의를 연다. 지난주 손보사 상품개발 임원들에 이은 두 번째 회의다. 금감원이 보험사 상품개발 임원들을 연달아 부르는 것은 무저해지보험의 낙관적 해지율이 CSM산출 가이드라인 뿐만 아니라 상품 개발 때도 적용됐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 상품은 롱텀이기 때문에 처음에 잘못 팔리면 추후 리스크가 크고, 결국 실손보험처럼 보험료 인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면서 “캐나다 등 해외에서 해지율 기준을 정한 사례를 참고하는 등 우리나라 보험시장 상황에 맞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보사 임원들과의 회의 자리에서는 각 사마다 다른 무저해지상품 해지율을 업계 평균으로 맞추자는 건의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각 사마다 다른 해지율로 가격이 달라지고, 출혈 경쟁이 지속되자 해지율을 통일해 가격을 똑같이 가져가자는 것이다.

무·저해지 보험상품은 실제 해지율이 낮으면 계약자에게 이익이고 해지율이 높으면 회사에 이익인 상품이다. 해지율이 높다고 가정할 수록 회사의 이익률이 높아지게 된다. 보험사들이 집중 판매하고 있어 가격 인하를 통한 출혈 경쟁도 심한 상태다.

과거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도 해지율 예측 오류로 큰 폭의 보험료 인상이 이뤄져 고객이 피해를 보고 상품 판매 보험사가 파산한 사례가 있다. 이 때문에 당국이 무·저해지상품 판매를 인가해준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해지율을 통일하면 기존에 높게 잡은 보험사나 생보사들은 불리해질 수 밖에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해지율은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가 비슷한 수준이고 나머지 손보사들은 이보다 낮게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해지율을 똑같이 맞추게 되면 나머지 손보사들과 손보사에 비해 상품 경쟁력이 낮은 생보사들은 가격 경쟁력에 불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담합 이슈, 시책 과열 등의 우려도 제기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지율을 맞추게 되면 담합 이슈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보험료를 똑같이 맞추는게 상품 자율화에 배치되는 문제”라면서 “업계 평균 표준해지율은 또 어느정도 선으로 잡을 지 논의가 필요하고 가격을 통일하게되면 시책 경쟁이 과열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상품은 해지율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담합 이슈로 커질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면서 “업계와 충분한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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