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아가 내가 진료실에서 “운동하세요”, “금연 금주하세요”, “싱겁게 드세요” 하는 말들이 환자들에게 과연 도움이 됐을지,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냈던 건 아닌지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지난 설 연휴 때 제주도 여행을 가려다 날씨 예보가 심상치 않아 하루 전날 취소했다. 할 일이 없어진 나는 꼭 해보고 싶었던 청계천 완주를 하러 갔다. 구간 구간은 걸어봤지만, 완주는 못해 봤다.
청계 광장을 출발해 2시간 만에 중랑천과 합류하는 목표지점에 도착했다. 전망대랑 휴게소가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했는데 잡초만 무성했다. 길을 되돌아 용답전철역으로 와 점심을 먹었다. 식당을 나오니 맞은편 가게 앞에 단호박식혜가 있었다. 색깔이 노란 게 맛있어 보여 사러 갔다.
가게 주인이 진짜 맛있다며 자랑을 하다 어디서 왔느냐고 묻기에 청계천을 완주하고 돌아가는 길이라고 하자 자기는 아직 못 해봤단다. 50m만 걸어가면 청계천인데?
작정하고 운동기구를 사거나 헬스센터에 등록을 하고선, 왜 사람들은 작심 3일일까? 바쁘고 피곤하고 여유가 없는 시티라이프가 원인? 그래서 일부러 시간을 내 특정 장소에서 특별한 기구로 하는 운동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의 운동을 생각하게 됐다.
차를 두고 출퇴근하기, 한 정거장 먼저 내리기, 소파가 아니라 운동기구 위에서 TV 보기, 엘리베이터 안 타기, 사무실에서 짬이 나면 스쿼트 하기, 매달 네 번째 일요일은 친구들과 무조건 등산하기, 골프카트 안 타기 등등이다. 아내는 내게 운동중독이라 하지만 바꿀 생각이 없다. ‘누죽걸산(누으면 죽고 걸으면 산다)’, 우리 친구 모임의 건배사다.
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