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는 특허와 상표, 디자인 등 지식재산권 제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유럽연합 지식재산청(EUIPO)에서 등록받은 상표 및 디자인은 유럽연합 회원국 모두에서 권리를 인정받는다. 그러니까 2020년 1월 말까지는 영국에서도 다른 27개 회원국과 동일한 상표권과 디자인권이 사용되었다. 그러나 전환 기간 종료 후인 2021년부터 영국의 상표는 유럽연합 27개국의 인정 상표와 서로 별개가 되었다. 이제 영국 상표와 디자인은 유럽 상표와 디자인보다 덜 매력적일 가능성이 크다. 유럽연합 단위로 공통 관리되는 상표, 디자인과 달리 특허는 유럽특허청(EPO)에서 등록결정을 받아도 원하는 가입국에만 따로 등록했다. 게다가 국가별로 유지 또는 소멸을 선택할 수 있었고, 무효심판 결과도 나라에 따라 제각각이었다. 상표나 디자인과 달리 함께 살고 함께 죽는 유럽 공통의 특허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올해 6월 1일부터는 하나의 절차로 여러 나라에 등록과 소멸이 이루어지는 유럽 단일특허가 제도화된다. 2012년 말에 최초 승인한 제도이다. 여러 나라에 특허심판 또는 소송 효과를 미칠 수 있는 통합 특허법원도 출범한다. 2013년 초에 설립협정에 서명했으니 10년 만이다. 이 두 제도를 비준한 유럽연합의 체약국은 특허에 있어서는 하나의 국가나 다름없게 된다. 지식재산권은 관할 영역이 큰 시장을 선호하므로, 유럽 단일특허 체약국은 전 세계 특허 출원인에게 매력적인 하나의 시장이 된다. 브렉시트로 이 공간에 참여할 기회를 스스로 걷어찬 영국에는 앞으로 벌어질 지식재산권 관련 일도 희망적이지는 않다.
문환구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