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끝나가도…마트·편의점이 ‘밀키트’ 손 못 놓는 이유

입력 2023-01-2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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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편의점을 주로 이용하십니까? GS25, CU 등 특정 브랜드를 콕 집어 가진 않을 겁니다. 대부분 가까운 곳 아무 데나 가죠.

지난해 11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개최한 2023 식품외식산업전망대회에서 이승묵 GS리테일 데이터사이언스 부문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 부문장은 “인플레이션 이후 편의점에서 급하게 생필품을 사는 긴급형 소비는 줄었다. 여전히 편의점은 비싸다는 인식이 있는 탓이다. 반면 끼니 해결형 소비는 늘어났다”면서 “외식이 귀해진 만큼 '초저가 도시락'을 넘어 맛 좋고 영양 좋은 밀키트 간편식 인기는 꾸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부문장의 발표는 GS리테일이 그리는 ‘간편식 전문화’의 밑그림이었다. 편의점에 덧씌운 저가형 도시락 이미지를 탈피해 고급화를 무기로 간편식 밀키트를 앞세워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그해 연말 GS리테일은 전문가 35명을 확충한 막강한 HMR(가정간편식) 조직을 신설했다. 회사 측이 보유한 밀키트 브랜드 ‘심플리쿡’과 함께 최근 3개월간 올린 매출신장률만 직전 연도 대비 약 300%에 이른다.

▲몽탄 양파고기 볶음밥. (사진제공=GS리테일)
▲몽탄 양파고기 볶음밥. (사진제공=GS리테일)

코로나19 최대 수혜 품목으로 꼽히는 밀키트 시장이 엔데믹 이후에도 들끓고 있다. 경기 불황에 몸살을 앓고 있는 소비자를 겨냥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간편식, 밀키트가 인기를 끌어서다.

25일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지난 2019년 1017억 원에서 올해는 4376억 원 수준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밀키트 전문업체 1위 프레시지의 지난해 연간 매출이 직전 연도 대비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본다.

당초 팬데믹이 끝날 기미가 보이면서 외식 시장과 오프라인 매장이 다시 살아나면서, 반작용으로 밀키트 시장이 주춤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다. 하지만 유로모니터 집계에 의하면 국내 밀키트 시장은 2025년까지 5260억 원으로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식당 및 레스토랑까지 밀키트를 적극 활용하면서 서로가 윈윈이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급 식당들은 코로나19 때 손님이 끊겨 고전해야 했다. 돌파구는 밀키트였다. 자사 제품을 밀키트화 해 유통하는 거다. 손님들은 결국 그 맛을 실제로 체험하기 위해 식당을 올 수밖에 없다. 밀키트 자체가 고객들의 발길을 점포로 오도록 하는 유인책이 되는 것”이라며 “소비자들 역시 고물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밀키트가 매력적인 선택지”라고 했다.

유통업계가 앞다퉈 판로를 확보하고 유명 레스토랑과 협업한 밀키트 출시, 독자적 IP를 속속 체결하는 이유다. 실제 GS리테일이 26일부터 선보이는 ‘몽탄’과의 간편식도 그렇게 탄생했다. 올해를 HMR 도약 원년으로 삼고 있는 GS리테일은 국내 유명 셰프와 레스토랑의 IP·RMR(레스토랑간편식)을 국내 최대 규모로 확보한 미식 큐레이션 플랫폼 캐비아(KAVIAR)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유지해 프리미엄 RMR 상품을 연간 시리즈로 지속 출시할 계획이다.

▲채란 간편식. (사진제공=BGF리테일)
▲채란 간편식. (사진제공=BGF리테일)

시장이 성장하면서 소비자 취향도 고급화, 다앙화하고 있고 관련 제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편의점 CU는 ‘비건’에 주목한다. CU는 이날 대체 고기, 대체 해산물에 이어 대체 달걀로 만든 채식주의 간편식 시리즈를 출시했다. 이번 채식주의 간편식은 여섯 번째 시리즈 제품이다. 식물성 원료로 만든 대체 달걀을 활용한 채식 중화 정식 도시락, 채식 바질 가득 샌드위치, 채식 채란마요 유부초잡 총 3가지다. ‘채식 계란’의 뜻을 담은 ‘채란’으로 이름을 지었다.

지난 2019년 ‘채식주의’ 브랜드 론칭 이후 CU가 내놓은 채식주의 간편식만 총 40여 개에 이르고 누적 판매량만은 550만 개를 돌파했다. 이번 채란 시리즈는 푸드테크 전문기업의 기술을 바탕으로 묵, 녹두, 단호박, 대두 등 식물성 원재료로 개발했다. 실제 달걀 흰자와 노른자는 물론 특유의 맛과 식감을 최대한 유사하게 구현했다.

▲다이닝 스트리트 위크. (사진제공=홈플러스)
▲다이닝 스트리트 위크. (사진제공=홈플러스)

대형마트도 PB상품을 중심으로 밀키트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실제 지난 3개월간(지난해 10월 24일~이달 22일 기준) 이마트 피코크 밀키트 매출은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일제히 올랐다. 피코크 냉동조리육, 냉동디저트는 각각 23.5%, 25.4%의 신장률을 기록했고 피코크 냉장가공육은 21.7%, 피코크 냉장면은 7.3%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이마트는 내달 1일까지 피코크 현우동 키츠네우동(606g)과 감자튀김(700g) 등을 특가에 선보인다.

홈플러스도 내달 1일까지 상온·냉장·냉동 등 간편식을 총망라한 할인전 ‘다이닝 스트리트 위크’를 개최한다. 고객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연중 전개하는 ‘2023 위풍당당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는 명절 동안 가사 노동, 장거리 운전 등으로 지친 고객들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먹거리를 행사가에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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