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송혜교의 학교폭력 복수극…현실은 더 잔혹하다 [이슈크래커]

입력 2023-01-0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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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넷플릭스 제공)
▲(출처=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가 공개 이틀 만에 글로벌 순위 5위를 거머쥐었습니다.

2일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더 글로리’는 전날 기준 TV 프로그램 부문 세계 5위를 기록했는데요. 이는 지난달 30일 파트1(1~8회)이 공개된 지 단 이틀 만입니다. 국가별로 보면 한국은 물론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대만, 태국, 베네수엘라 등 10개 지역에서 1위에 올랐습니다.

송혜교와 김은숙 작가, 안길호 감독의 시너지로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아왔던 ‘더 글로리’는 학교폭력을 소재로 삼습니다. 과거 학교폭력을 당한 문동은(송혜교 분)이 치밀하게 준비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든 이들의 이야기를 그리죠.

작품에는 학교폭력이 노골적으로 드러납니다. 문동은은 학교 내 영향력 있는 무리에게 위협, 폭언·폭행을 당하며 몸에도, 마음에도 깊은 상처를 입습니다. 배우들의 열연으로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높은 수위의 장면이 연출됐죠.

이 같은 장면, 현실 속 ‘학교폭력’과 비교했을 때는 어떨까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대면 수업 확대되자 학교폭력도 증가…“갈등 조절 경험 줄어 폭력적 표출”

최근 코로나19 유행이 약화하면서 대면 수업이 확대되자, 학교 안에서의 언어·신체 폭력이 전년보다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교육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학교폭력 실태 조사 분석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74.4%였던 언어폭력 경험률은 2020년 비대면 수업이 시작됐을 무렵 54.0%로 줄었다가 일상 회복이 시작된 2022년 73.2%로 다시 늘었습니다.

신체 폭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신체 폭력 경험률은 2018년 21.4%에서 2020년 12.7%로 낮아졌지만, 2022년에는 25.6%로 상승했죠.

정동철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신체 폭력이 늘어난 이유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해 (학생 간) 사회적 관계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서 갈등을 조절하는 경험이 줄었을 것”이라며 “사회·정서적 역량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짚었습니다.

지난해 5월 서울경찰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학교폭력 신고 건수와 검거 인원수는 2020년보다 각각 26%(1268건), 4%(68명) 증가했습니다. 학교폭력 신고자는 초등학생이 56.0%로 가장 많았고, 중학생 24.3%, 고등학생 15.3% 순이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빵 셔틀’이 ‘와이파이 셔틀’로…신종 사이버 학교폭력도 기승

학교폭력 양상 역시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어 씁쓸함을 더합니다.

90년대생이라면 ‘빵 셔틀’이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텐데요. 이는 학교폭력 가해 학생의 지시로 빵을 사 오는 등 강제 심부름을 하는 피해 학생을 비하하는 단어입니다.

요즘에는 이 ‘빵 셔틀’이 ‘와이파이 셔틀’로 변모했습니다. 휴대전화 데이터가 부족한 학생들이 남의 데이터를 갈취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학교폭력이 이뤄집니다.

푸른나무재단에서 발표한 ‘2022년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율은 2020년 6.7%에서 2021년 7.0%로 전년 대비 0.3%P 상승했으며, 학교폭력 피해 유형으로는 사이버 폭력(31.6%), 언어 폭력(20.8%), 따돌림(16.1%), 신체 폭력(11.2%)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가장 높은 피해율을 기록한 사이버 폭력은 2019년 5.3%, 2020년 16.3%, 2021년 31.6%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죠.

메신저나 SNS를 통해 욕설·폭언하는 것을 넘어 피해 학생의 계정으로 음식을 주문하거나, 전동 킥보드 요금을 대신 결제하게 하는 등 사이버 폭력은 그 양상이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이를 제재, 처벌할 조치나 예방 교육은 따라갈 수 없을 속도와 수준으로요. 심한 경우엔 자신 혹은 타인의 신체 일부를 합성한 후 이를 유포하는 디지털 성범죄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지난달 말에는 국민 신문고에 학교폭력 심의 결과 조치에 울분을 토하는 학부모의 호소 글이 게재되기도 했습니다. 경기도 평택 소재 초등학교에 다니는 6학년 딸을 키운다고 밝힌 A 씨는 “딸이 성폭력 피해자로 교육청 학교 폭력 심의까지 마치고 결과가 나왔다”며 “사건 이후 가해 학생들은 ‘가정 학습’이라는 긴급 조치로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가, 심의 결과 이후 가해 학생 다시 학교에 나오고 있다고 한다. 단체로 성범죄를 저지르고 반성도 없는 애들이 초등학생이라는 이유로 이런 조처가 이뤄지는 게 말이 되냐”고 토로해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실로 피·가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지만, 실질적인 제재 수단은 되지 못하면서 근본적인 대책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끊임없이 변화·진화하는 학교폭력…전문가들 “부모 역할 필수적”

학생들은 재미와 폭력의 경계를 오가면서 사이버 폭력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예방 교육과 더불어 부모의 역할과 조처도 필수적으로 요구되죠.

전문가들은 부모에게 자녀와 일상적인 대화를 많이 하면서 신뢰 관계를 쌓아두면 사이버 폭력 등 학교폭력에 좀 더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학교 가기 싫다”는 등 말을 들었을 때 더 구체적으로 물어보면서 이상 징후를 발견하는 식으로요.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학교폭력은 일반적인 상식의 선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부모가 반드시 개입해야 한다”며 “아이가 집에 와서 눈을 잘 안 쳐다본다든가,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거나, 학교에서 친구들과 즐겁게 지낸다는 보고가 많이 줄어든다거나, 학교에서 불편했던 얘기들을 지속적으로 얘기할 때는 학교에서의 어려움을 예상하고 잘 찾아보셔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더 글로리’의 주인공 문동은은 학교폭력을 당한 이후 온 생을 걸어 가해자들을 향한 치밀한 ‘사적 복수’를 꾸미는 인물입니다. 극 중 인물이지만, 학교폭력이 피해 학생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학교폭력 처벌 수위 강화와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외치는 목소리도 커지며, 진화하는 학교폭력을 예방·중절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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