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최후 방어선 법사위 풀가동
여야 대치 정국에 본회의 연기되면서 자동 일몰될 수도
정부·여당이 화물연대를 향해 다시 칼을 빼 들었다. “안전운임제 연장은 의미없다”고 밝히면서 화물연대를 개혁하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무게감 있는 선포와 달리 국민의힘이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169석의 과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 수적으로 밀어붙이면 막을 방법이 묘연하기 때문이다. 이에 마지막 보루인 법사위 카드를 꺼내 들 것으로 보인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안전운임제 관련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일몰이라고 하면 운임제의 기본 틀을 (유지해)가자는 것인데, 이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불합리하고 불공정하고 부당이득을 취하는 부분에 대해 근본적인 개혁을 해야 한다. 안전운임제 하나 연장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물류와 운송체계를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성 의장은 물류·화물 운송 구조의 문제점으로 △번호판 장사하는 업체의 불로소득·지입료 △과적·장시간 운행 △다단계 화물운송 등을 꼽았다. 그는 “언제까지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국민이 주인인 물류를 인질 삼아 협박하면서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협의하고 넘어갈 것이냐”라고 물으며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이어 “불평등한 시장구조를 개선하고 열심히 일하는 차주들에게 기회가 가고 소득이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기회에 대한민국 물류 혁신과 올바른 개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27일 안전운임제 관련 긴급 토론회를 연다. 국토교통부 등 정부 측 관계자뿐 아니라 전문가, 화물연대도 불러 논의를 이어간다. 여론전으로 개혁을 시도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소수여당으로서 민주당이 단독 의결하면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9일에도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은 안전운임제 일몰 3년 연장안을 단독 의결한 바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2일 “한전법, 추가연장근로제 등 일몰법은 여야 합의가 돼야 본회의에서 처리가 가능하다. 산 넘어 산”이라고 토로한 이유이기도 하다.
남은 것은 법제사법위원회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사위는 본회의 상정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으로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고 있어 사실상 최후 방어선으로 평가받는다.
안전운임제가 타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인 만큼 법안심사2소위원회(이하 2소위)에 갈 가능성이 크다. 법사위 2소위는 국회 타상임위를 통과한 법안 중 헌법에 맞지 않거나 다른 법률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을 경우 심사하는 곳이다. 국회 관례상 법사위 2소위로 넘어가면 법안 처리 일정이 늘어져 ‘법안 무덤’으로 불린다. 이에 소위 기능에 대한 의구심도 잦았다.
위원장 직권으로 소위로 회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에 이득이다. 올해 7월 28일 법사위 제398회 임시회 제2차 전체회의 회의록을 보면, 김도읍 법제사법위원장은 “안건을 소위원회로 회부할 때 위원회의 의결이 필요하다는 규정은 따로 두고 있지 않다”며 “그동안 법사위 관계에 따라 고유 법안, 예산안, 결산 그리고 청원 등은 전체회의에서 대체토론을 마친 후에 별도의 의결 절차 없이 위원장이 안건을 해당 소위원회로 회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본회의가 연기되면서 안전운임제가 일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여야는 현재 4개 일몰법안(국민건강보험·국민건강증진법, 안전운임제, 추가 연장근로제, 안전운임제)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4개 법안을 두고 여야가 합의점을 못 찾으면 28일로 예정된 본회의가 내년으로 연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