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하는 ‘부동산 양극화’···집값 하락에도 서울 대형 아파트는 오르네?

입력 2022-11-1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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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아파트값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지만 서울 대형 아파트값은 오히려 연초 대비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대형 평형은 공급 물량 자체가 귀한 데다 실거주 성격이 짙고, 애초부터 현금동원력을 갖춘 계층에서 사들여 불경기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해석된다.

15일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서울 대형(전용면적 135㎡형 이상) 평형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지난달 기준 102.2로 기준시점인 지난 1월(매매가격지수 100) 대비 2.23% 상승했다. 중대형(전용 95~135㎡형 미만) 역시 지난달 100.4를 기록해 1월 대비 0.4% 집값이 올랐다. 반면 중소형(전용 40~63㎡형)과 소형(전용 40㎡형 미만) 평형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각각 99.5와 98.4로 연초 대비 0.52%, 1.59% 하락했다.

이 지수는 기준시점 대비 조사 시점의 가격 비율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선(100) 이하를 기록한 경우 지난 1월보다 집값이 하락했음을 나타낸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한국부동산원 집계 기준 24주 연속 하락 중이다. 민간 통계인 KB부동산 집계 기준으로도 지난 7월 이후 석 달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면서 올해 누적 0.37% 하락으로 집계됐다.

통계대로라면 서울 아파트 전체 평균 가격은 하락 전환됐지만 중대형 이상 큰 평형 아파트는 오히려 연초 대비 집값이 오른 것이다. 반면 소형으로 분류되는 전용 59㎡형(24평) 이하 아파트는 집값 하락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대형과 소형 평형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을 보면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전용 114㎡형(45평)은 지난 7월 24억 원에 실거래됐다. 같은 평형이 서울 집값이 한껏 올랐던 지난해 6월 22억8000만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억2000만 원 오른 셈이다. 현재 해당 평형의 호가 역시 평균 24~27억 원 선에 형성돼 최근 집값 하락기에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반면 같은 단지 전용 59㎡형은 지난 8월 14억5000만 원에 손바뀜됐다. 이는 지난해 9월 신고가 17억 원보다 2억5000만 원 하락한 가격이다. 호가는 최근 실거래가보다 더 떨어진 13~14억 원대 형성돼 추가 실거래가 하락 여지도 남은 상황이다.

강남지역도 마찬가지다.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 전용 114㎡형은 지난 5월 27억4000만 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3월 신고가 27억3000만 원보다 1000만 원 오른 금액이다. 반면 트리지움 전용 59㎡형은 지난 8월 17억 원에 팔려 지난해 9월 신고가(19억4500만 원) 대비 2억4500만 원 하락했다.

잠실동 H공인 관계자는 “집값이 약세더라도 잠실이나 서초 등 강남 일대 대형 아파트는 매물 자체가 귀한 데다 안전자산 인식이 강해 팔려는 사람보다 찾는 사람이 더 많다”고 말했다.

공급 물량 기준으로도 중대형 평형 물량은 소형 대비 크게 적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입주했거나 입주 예정인 전용 85㎡형 초과 중대형 아파트는 총 1만7923가구로 1990년(1만452가구)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나타났다. 중대형 아파트 분양 물량도 전체의 약 4.8% 수준인 2만3000가구로 집계됐다.

여기에 서울 내 중대형 평형 아파트는 애초부터 주택담보대출 금지선인 시세 15억 원 이상이라 현금동원력이 충분한 계층서 주로 구매한다. 이에 대출 이자 부담이 덜한 만큼 급매로 집을 내놓지 않는 것도 서울 대형 아파트 시세 유지 원인으로 꼽힌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서울 대형 아파트는 실수요자 위주의 ‘똘똘한 한 채’인 반면 소형은 투자 수요 중심의 2030세대가 주로 사들여 가격이 대형보다 더 탄력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하락장이 장기화하면 대형도 집값이 내려갈 수 있는 만큼 매수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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