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벤처투자 동상이몽

입력 2022-07-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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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민규 IT중소기업부 기자
▲심민규 IT중소기업부 기자

정부와 업계가 벤처 투자를 놓고 동상이몽(同牀異夢)을 꾸고 있다.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와 경기 침체 가능성으로 거시경제 상황이 악화하자, 정부는 민간을 외쳤고 민간은 정부를 외쳤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털(VC) 투자 시장이 위축되고 스타트업의 영업 환경이 악화되자 ‘제2 벤처붐’이 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근 투자 라운드에 실패한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VC도 자금회수에 나선 마당에 정부가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 아닌 민간에게 맡기는 것은 사실상 손을 놓은 격”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새 정부가 출범하자 벤처 투자에 대한 정책 방향이 변경됐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모태펀드를 출자하는 방향에서 민간 중심 벤처투자로 바뀌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간 주도 성장’을 위한 대대적인 규제개혁을 주문한 결과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정부 주도로 운영되는 모태펀드가 유동성의 근간이었다. 반면 미국의 벤처 시장은 민간자본이 시장에 유동성을 장악하고 있다. 초반 업계는 이에 대해 “그동안 정부 위주의 투자에서 민간 펀드의 투자로 가는 것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고 선진국형 모델로 변화하는 과정”이라며 긍정적인 견해는 전했다.

업계의 칭찬은 한순간이었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긴축 여파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은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벤처투자 열기가 꺾이면서 VC는 자금 회수를 꺼내 들었고 스타트업들은 VC 투자 위축으로 후속 투자가 끊기고 있다. 대외 여건이 악화하면서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스타트업들의 유동성이 마르면서 한계기업 위기에 직면했다. VC 심사역은 “투자를 받기 위해 뛰어든 스타트업들이 작년보다 눈에 띄게 증가했지만 정작 받는 곳은 손에 꼽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지금 상황은 정부가 나서서 수혈해줄 시기”라고 하소연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13일 벤처·스타트업 협단체장을 만나 벤처 투자 시장이 민간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방향을 내비쳤다. 이에 벤처업계는 우려를 나타냈다. 유니콘 기업 육성을 위해서는 투자 심리 위축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이 마중물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이영 장관은 “어느 순간에는 투자 시장을 민간 중심으로 전환하는데, 이는 상황이 좋을 때 해야 한다”며 “그 시점이 올해부터라고 보고 있다”고 답했다. 정말 올해가 맞는 것일까 되묻고 싶다. 어느 때보다 덥고 습한 무더위 속에서 혹한기를 겪는 스타트업에겐 절실한 건 민간이 아닌 정부의 난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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