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의 주인공은 '국민'이었다. 화려한 스타 없이 다문화 어린이와 청년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국민들이 무대를 가득 채웠다. '국민이 함께 만드는 취임식'을 선언한 윤 대통령은 입장부터 국민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장면을 연출했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국회에 도착하자 대구 남자 어린이와 광주 여자 어린이가 꽃다발을 전달했다. '위풍당당 행진곡' 연주에 맞춰 환한 얼굴로 입장한 윤 대통령은 단상에 오르기 전 시민들과 일일이 주먹을 부딪치며 인사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깐부 할아버지' 오영수 씨, 독립유공자 후손으로 귀화해 5대에 걸쳐 헌신한 데이비드 린튼(인대위) 씨 등 '국민 희망 대표' 20명과 손을 잡고 단상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단상에서 가장 먼저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를 찾았다. 문 전 대통령 내외의 자리는 단상 가장 앞줄 정 중앙에 윤 대통령 내외 자리와 나란히 마련됐다. 이후 좌석 맨 앞줄에 앉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도 악수를 나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 고(故) 전두환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씨, 고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 전 의원, 고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씨 등 전직 대통령 유족들도 함께했다.
할리마 야콥 싱가포르 대통령, 포스탱 아르샹쥬 투아데라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 더글러스 엠호프 해리스 미국 부통령 부군 등 세계 각국 경축 사절도 참석했다.
재계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선서가 끝난 후 국회를 떠나는 문 전 대통령을 환송했다.
김정숙 여사와 팔짱을 끼고 단상에서 내려오는 문 전 대통령과 나란히 걸으며 문 전 대통령이 차량에 탑승할 때까지 동행했다.
김건희 여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환송을 맡았다. 윤 대통령도 문 전 대통령 내외의 차량이 떠나자 박 전 대통령 차량으로 다가와 배웅했다.
윤 대통령은 참석자들의 환송을 받으며 국회를 나섰다. 차량에 바로 오르지 않고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며 국회 정문까지 걸어나가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시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연호하며 배웅했다.
시인 겸 화가라고 소개한 한 시민은 "다시 시작되는 기분이 든다"며 "우리가 그동안 정신적으로나 여러 가지로 피폐해 있다가 새로운 용기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취임 선서식은 탈권위에 방점이 찍혔다. 연예인 축하 무대 없이 시민 공연팀이 무대에 올랐다. 식전 행사에서는 하모니카 연주와 어린이 뮤지컬·치어리딩, 수어 댄스, 퓨전 무용 등 공연이 진행됐다.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취임식 때 가수 싸이가 식전 행사에 참석한 것과 대조적이다.
학생 연합 치어리딩 댄스팀 관계자는 무대에 오르기 전 기자와 만나 "2주간 열심히 준비했다. 저희 팀을 보시면 엄청 작은 아이들도 있다. 국가적인 행사에 아이들도 함께 동화되는,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좋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애국가는 다문화 어린이들로 이뤄진 '레인보우합창단(단장 장미아)'이 불렀다. 장 단장은 "정말 귀한 무대에 오른다. 특히 다문화 친구들로 구성된 아이들이 애국가를 불러 의미와 마음이 남다르다"고 밝혔다.
이번 취임식에는 소아마비로 휠체어를 타는 차인홍 지휘자가 지휘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 발달 장애 청소년으로 구성된 하트하트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맡았다. 하트하트 오케스트라 단원인 송우련 씨(25세)는 이날 무대를 위해 한 달 동안 열심히 연습했다고 했다.
그는 "다시 오지 않을 자리에 함께 연주하게 되어서 영광"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모두가 행복하고 평등하고 자유로운 그런 나라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