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환경이 급변하면서 미래 먹거리 찾기에 분주한 유통업계가 NFT(대체불가토큰)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온라인 소비가 주축으로 떠오르면서 디지털 자산의 지적재산권을 입증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3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롯데홈쇼핑은 최근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과 '메타버스(확장 가상세계) 원팀'을 출범시키고 올해 4월 모바일 앱을 통해 NFT 마켓플레이스 론칭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모델, 가상패션 등 자체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NFT 콘텐츠를 실물 상품과 연계해 판매하며 NFT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올해 4월 예정된 롯데홈쇼핑 초대형 쇼핑행사 광클절에서는 XR 기반의 쇼핑 콘텐츠도 선보인다. 올해 10월에는 메타버스 채용을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중소기업 대상 온라인 수출상담회에 메타버스 전시관을 운영하는 등 미디어머커스 강화를 가속화할 예정이다.
진호 롯데홈쇼핑 디지털사업부문장은 “메타버스, NFT가 최근 기업들의 신사업 성장동력으로 떠오르는 만큼 국내 최고의 전문적인 기술과 연구 능력을 보유한 기업들과 업무 협약을 체결하게 됐다”며 “앞으로 디지털 휴먼개발, 블록체인, 실감기술에서 나아가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메타버스 서비스를 본격 추진하며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홈쇼핑도 미디어커머스 사내독립기업(CIC)을 신설한데 이어 NFT를 기반으로 한 유통 채널 확대 계획을 밝혔다. 앞서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9월 판화를 판매하는 ‘프린트 베이커리’와 함께 선보인 라이브커머스 방송에서 1800만원 상당의 판화가 판매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K쇼핑 운영사 KT알파도 NFT 기반 가상토지와 가상부동산 등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인 '옴니버스 메타밸리'를 구축하기 위해 한국토지신탁, 후오비코리아와 손잡았다. KT알파는 메타버스 월드맵 플랫폼 구축과 쇼핑, 콘텐츠 등 거래 서비스 발굴·운영을 맡는다. 한국토지신탁은 NFT 기반 가상부동산 환경 조성 및 분양(임대)과 가상자산을 활용한 금융시스템 구상을 담당하고, 후오비 코리아는 가상자산·아이템 NFT 거래를 맡는다.
이미 사업에 적용하고 있는 회사도 있다. 신세계그룹의 SSG닷컴은 NFT 기반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보증서 서비스, ‘SSG 개런티’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SSG 개런티는 소비자가 산 명품이 정품임을 보증해주는 서비스로, 이 디지털 보증서엔 상품 정보와 구매 이력, 보증 기간, 보안 정보 등이 담긴다.
SSG닷컴의 디지털 보증서는 그라운드X사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에서 개발한 NFT 기술이 쓰였다. 종이나 플라스틱 카드 보증서 대신 카카오톡에 탑재된 디지털 자산 지갑 클립(Klip)에서 디지털 보증서를 언제든지 열람할 수 있다. 재판매와 중고 거래가 많은 명품 특성에 맞춰 보증서 이동 기능을 갖췄다. 보증서 하단 보내기 버튼으로 타인에게 보낼 수도 있다.
식음료업계의 NFT 활용도 눈에 띈다. KFC코리아는 NFT 개발사 ‘트라이엄프엑스’와 NFT 기술을 비즈니스에 접목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최근 체결했다. KFC코리아의 브랜드 콘텐츠에 NFT 기술을 접목시켜 새로운 포맷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처럼 유통업계가 NFT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는 이유는 소비의 중심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온라인에서 디지털 자산 관리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유통업 매출에서 비중이 커지고 있는 명품이나 예술품 투자에도 폭 넓게 활용할 수 있다. 시장도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교보증권 분석 자료에 따르면 1월 현재 NFT 시장의 시가총액은 2200억 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미국 월마트도 최근 "미래에 쇼핑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 다양한 방식으로 조사중"이라며 자체 NFT를 만들어 이를 사용자들에게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임도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작년 하반기부터 NFT 시장이 본격 커지면서 NFT 생태계는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다”면서 “NFT는 유무형 자산의 고유성, 희소성, 정체성을 부과한 화폐 성격인 만큼 수집품, 예술, 게임 등 분야에서 새로운 가치를 내포할 생태계의 자금조달 및 배분수단으로 기능할 잠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